지역감정의 끝판왕, ‘허난성(河南省)’ 잔혹사
지역감정의 끝판왕, ‘허난성(河南省)’ 잔혹사
지역감정의 끝판왕, ‘허난성(河南省)’ 잔혹사
2016.09.02 18:25 by 제인린(Jane lin)

나고 자란 땅이 다르다는 사실…
때론 분쟁과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선 ‘호남과 영남’, ‘강남과 강북’이 대표적이죠.
사실 지역감정 혹은 차별은 어느 나라나 존재합니다.
그런데 중국은 좀 유별난가 봅니다.
땅덩이가 큰 만큼, 감정의 골도 깊은 걸까요?

중국 허난성에 위치한 라오준 산의 전경(사진:HelloRF Zcool/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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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선 

중국은 56개 민족이 서로 다른 언어와 상이한 음식문화 및 역사를 향유하며 살아가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유연한 사고방식과 포용적인 문화 의식을 가진 곳으로 유명하죠.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국경선을 경계로 ‘국가’라는 정체성을 형성해, 오랜 시간 ‘중화문명’, ‘중화인’이라는 기치 아래 역사를 공유하는 의식을 진행해 왔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런 중국에서도 유난히 차별받는 지역과 지역민들이 있습니다. 바로 ‘허난성(Henan, 河南省‧하남성)과 그곳 주민들입니다. 우리에게는 ‘중원(中原)’이라는 이미지로 중국 5천년 역사의 중심지로 각인되어 있는 곳이지만, 중국과 중국인들에게는 더는 자랑스러운 이미지를 가진 곳이 아닙니다.

오죽하면 “나는 허난성 사람이 아니므로, 사기꾼이 아니다”는 유행어가 있을 정도로, 허난성 출신자들을 가리켜 사기꾼으로 취급하는 문화가 팽배해 있습니다.

“차부뚜어(差不多:차이가 크지 않다. 즉 같다는 의미로 널리 활용됨)”라는 말로 통큰 인심을 표현하기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허난성’에 유난히 차별과 박해를 당연시하는 이유,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요?

하남인 출입을 금지하는 푯말. (이미지: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 이미지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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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

어느 국가든 지역 간 차별은 존재할 것 같습니다. 구별보다는 통합을 제일의 기치로 여기는 중국의 사정이 이러하니 말입니다.

필자의 고향인 서울 역시 강남과 강북을 나누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아쉬운 현실이듯, 일부 지역 출신자들과의 구분을 통해 ‘분리 의식’ 또는 ‘너와 나’의 존재감을 특별하게 느끼고자 하는 이들의 수가 상당한 모양입니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차별을 받는 지역이 ‘허난성’ 일대입니다. 과거 하·상·주 시대부터 송나라 시대까지 ‘중원’이라 불리며 명실상부한 천하의 중심지로 군림했던 지역이죠.

사실 이 지역을 역사적으로 보면, 노자와 장자를 배출한 중국 역사의 중심지였습니다. 때문에 “중국의 100년 역사를 보려면 상하이, 500년 역사를 보려면 베이징, 3000년 역사를 보려면 시안에 가야 한다. 그러나 5000년 역사를 보려면 허난에 가야 한다”는 말이 상식처럼 통용되기도 했죠. 하지만 현재에는 오히려 중국에서 가장 가난하고, 빈곤한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힙니다.

실제로 송나라가 패망한 이후 줄곧 대륙의 주인으로 등장한 북방 민족 중심의 역사 이래, 중화의 역사 중심은 중원에서 지금의 베이징 지역을 중심으로 한 북방의 역사로 옮겨가게 됐습니다.

지난 2010년 중국의 유명 여배우 하오레이(郝蕾)가 자신의 SNS 공중계정에 하남인들을 가리켜 ‘무식한 xx', ’제기랄 하남인 같으니’,‘하남인은 범죄자’ 등의 욕설을 게재한 사실이 현지 언론에 알려지며, 공식 사과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 바 있다. (사진: 현지언론 ‘치엔롱망(千龙网)’)

이후 근대화 시기를 거쳐 중국 공산당이 집권하고 있는 지금껏, 바다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발달한 상하이, 난징, 홍콩, 광저우 등이 독보적인 경제 중심지역으로 성장한 반면, 내륙 깊숙이 자리한 허난성은 중국이 개혁개방을 진행한 이후 가장 늦은 개발을 시작한 곳입니다.

늦은 지역 개방과 개발은 곧 가난이라는 뜻하지 않은 지역적 한계를 낳았는데, 황허 강 이남의 허난성은 사방이 육지로 둘러싸여 있어, 대부분의 주민들이 농민공으로 생활하는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개혁개방 이후 중국 사회가 가진 각종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죠.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기타 지역과 비교해 낙후 수준이 크다는 점에서 중국의 잠재적 체제 위협지역으로까지 꼽히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허난성 주민의 1인당 GDP는 연평균 8,000달러 수준에 불과한데, 이는 중국 내 27개 성 가운데 매년 꼴찌를 기록하는 최대 빈곤지역이죠.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 지역 사람들에 대한 중국 사회의 편견이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증폭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최근 등장한 ‘에이즈 감염자=허난성 출신자’라는 악명입니다.

이 지역은 경제적 고난으로 인해 매혈(買血‧은행에서 피를 사고파는 일)의 풍습이 오래도록 지속해 왔는데, 이 같은 매혈 풍습은 곧장 이 지역 일대에 에이즈 감염이라는 무서운 질병을 안겼고, 그로 인해 이 같은 오명까지 얻게 된 것이죠.

구직 시 하남 지역 사람은 선발 받을 수 없다는 비판을 담은 만평. (이미지: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 이미지 DB)

오명과 악명을 떨칠 기회도 없이,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비난과 비판의 대상이 되는 하남 지역민들. 그들의 역경은 지난 19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빈곤한 허난 지역의 농촌은 주요 수익원으로 매혈을 지속해서 진행해왔는데, 문제는 혈액업자들이 너도나도 위생부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무단,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했고, 이를 이용해 농촌에 혈액체취소를 운영하며 매혈 1회에 최대 50위안(약 9,000원)을 제공했다는 점입니다. 

허난성 상차이현 원로우촌(河南上蔡县文楼村) 주민들의 생활상. 빈농의 농촌 거주민들 가운데 상당수는 매혈 부작용에 따른 에이즈 감염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사진: 신경보(新京报 ) 보도.)

당시로써는 적지 않은 수익이었던 매혈은 곧장 마을 주민들의 주요 소득원으로 자리 잡았죠. 대표적으로 허난성 상차이현 원로우촌(河南上蔡县文楼村)에서는 피를 팔아 식재료를 사고, 피를 팔아 집을 지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해당 지역의 1인당 경작지가 600제곱미터에 불과한 빈농촌으로, 대부분의 농민이 제 집, 제 논이 없는 소작농 신세였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여기서 에이즈 감염자를 찾으려면, 기와집을 지은 집을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는 말이 정설처럼 전해져 내려올 정도입니다. 상당수 주민이 매혈을 통해 집을 짓고 지금껏 살아가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 혈액 매매 만으로 이 같은 대규모 에이즈 감염자를 낳게 된 것일까요.

이는 해당 지역에서 시행됐던 매혈 과정을 지켜보면 한 눈에 그 이유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시 이 지역에서는 피를 뽑은 후 원심분리기를 사용, 혈장만을 분리한 뒤 나머지 혈전은 매혈자 몸속에 다시 넣어줬습니다. 필요한 부분만 사용하고,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다시 돌려주는 식으로 시행됐던 것이죠.

하지만, 이때 주사기와 원심 분리기, 주사관을 통해 본인의 피가 아닌 타인의 피가 무작위로 섞이면서 마을 주민 대부분이 에이즈 환자가 되는 불상사가 발생했습니다. 기계를 통해 섞인 에이즈 감염 혈액을 모두 나눠 갖게 된 셈이죠.

이 같은 방식은 현재 일반적으로 주사기 또는 체혈기를 통해 피를 뽑는 것과 상이한 것으로, 당시 원로우촌 마을 주민 3000여명 가운데 에이즈 양성반응을 보인 이들은 약 700여명이며 현재까지 약 200여명이 에이즈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정부는 이들 마을을 ‘에이즈 마을’로 분리, 일반인들의 출입을 제한하고 특히 해외 언론인들의 접근을 원천 봉쇄해오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2개 병동의 에이즈 환자들을 무료로 진료하고, 이들의 생계 보조금 명목으로 매달 300위안을 지원하고 있긴 하지만, 해당 금액으로는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정부의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이유죠.

실제로 마을 내 에이즈 환자들은 대부분 십여 년간 에이즈 환자로 앓고 있으며,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주민들이 잇몸이 괴사하고 얼굴색이 크게 변하는 등 일상생활을 전혀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해당 마을의 가장 큰 걱정은 매년 수십여 명의 20~30대 젊은이들이 에이즈로 인해 사망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원로우촌이 에이즈 마을로 크게 알려지면서, 이곳 출신자들은 타 지역 도시에 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으며, 출신자로 알려질 경우 혼인이 성사되지 않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허난성 출신자들의 이력서를 거부하겠다’는 공고문을 버젓이 붙여놓는 일이 잦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때문에 일부 20~30대 젊은이들은 이곳 출신을 숨기기 위해 부모를 떠나 다시는 고향에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진:alexskopje/shutterstock.com)

“기러기 똥을 먹고, 흙을 먹고, 가죽을 끓여 먹고, 사람 고기를 먹은 자들도 결국 모두 굶어 죽었다”

허난성 일대가 대기근을 겪었던 1940~50년대에 한 현지 언론을 통해 전해졌던 내용입니다. 무척 끔찍하죠. 하지만 이 같은 기록은 과거에 매듭지어진 기록이 아니라,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는 현재의 기록이라는 점이 더욱 안타깝습니다.

급기야 지난 2001년 허난성 정부는 ‘우리는 괴물이 아니다’라는 반(反)괴물 캠페인을 진행하기까지 했지만, 이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여전히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허난성 인구는 1억 명에 달합니다. 이는 13억 인구수를 가진 중국인 13명 중 한 명이 허난인이란 뜻이죠. 어느 나라나 ‘사람’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지역성에 기반을 둔 인간적 차별과 모멸은 더 이상 안 된다는 이성적 판단이 더 많은 중국인의 저변에 존재하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

어떠한 사안이든, 당연히 그래도 되는 사람은 없고, 마땅히 모멸의 대상이 되어야 할 존재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 필자가 믿는 진짜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중국은 여전히 낡고, 누추하며, 일면 더럽다. 하지만 낡고 더러운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중국은 그 역사만큼 깊고, 땅 덩어리만큼 넓으며,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꿈을 찾아 베이징의 정착한 전직 기자가 전하는 3년여의 기록을 통해, 진짜 중국을 조명해본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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