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얘기를 들려줘', 피지가 수다스러워지는 힘 ‘U-Report'
'너의 얘기를 들려줘', 피지가 수다스러워지는 힘 ‘U-Report'
'너의 얘기를 들려줘', 피지가 수다스러워지는 힘 ‘U-Report'
2016.09.07 14:00 by 이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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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피지 이야기에서는 사이클론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니세프에서 했던 업무들을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 업무는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로 인해 갑작스럽게 하게 된 것들이었습니다. 제가 피지에서 하기로 했던 일은 원래 ‘U-Report(이하 유리포트)’라는 프로젝트를 론칭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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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에서의 유리포트 프로젝트를 기획한 올해 3~4월에만 해도 참여하고 있는 국가가 17개, 유리포터는 다 합쳐 100만 명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2016년 8월 현재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는 영국, 프랑스와 같은 선진국도 포함하여 총 27개국이고 회원 수도 몇 달 전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피지에서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리포트가 얼마나 활발하게 사용될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그래픽: 유리포트 글로벌 웹사이트)

유리포트, 유니세프 ‘철학’과 ‘기술혁신’과의 만남

유리포트는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문자 메시지 전송 서비스(SMS)’를 제공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특정 번호로 문자를 보낸 후 성별, 사는 곳, 나이 등의 간단한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유리포터(U-Reporter)로 등록이 됩니다. 그 후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되는 설문조사 문자를 받게 되고, 이에 응함으로써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이클론으로 이후 당신의 마을에 깨끗한 식수가 있습니까?’라는 설문을 통해 식수가 확보된 마을과 확보되지 않은 마을을 구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빠른 시간 안에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겠지요. 익명으로 제공되는 이 서비스는 사용자에게는 무료이며, 설문조사의 결과는 웹사이트에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됩니다.

설문조사 결과는 사람들이 유리포터에 등록할 때 입력했던 ‘사는 곳’ ‘성별’ ‘나이’를 바탕으로 하여 분석됩니다. 위의 지도는 우간다인데요. 우간다에서는 모든 국회의원들이 유리포터로 등록이 되어 있고, 설문조사가 시행될 때마다 자기 선거구 사람들의 답변을 받아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 내용을 정무에 반영함으로써 소통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죠. (그래픽: 유리포트 우간다 웹사이트)

설문조사에 응하는 것 이외에도 해당 번호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 질문을 하거나 특정 이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1:1로 모든 사람의 이야기에 답할 수는 없을지라도 특정한 단어가 지속적으로 언급이 될 경우, 그에 대한 대응을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물과 관련된 문제를 언급한다면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할 수도 있고, 인식 증진을 위한 국가적 캠페인을 추진할 수도 있습니다. 해당 단어를 언급한 사람들에 한해 관련 정보를 담아 답장을 보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현재는 그 서비스가 SMS뿐 아니라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젊은 세대를 생각한다면 SNS만 사용하는 것이 비용측면에서 효율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여전히 피지인구의 과반에 가까운 수가 농촌에 살고 있고, 인터넷 보급률이 40%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SMS라는 기존의 (상대적인) 로우테크를 이용하여 시민들에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피지에서 진행된 첫 설문조사 문자 플로우입니다. 제가 만든 것이라 다시 보아도 감회가 새롭네요. 첫 번째 질문은 ‘피지 청년들에게 중요한 이슈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라는 것이었습니다. 웹사이트에는 사람들이 어떻게 응답했는지, 응답률은 어느 정도였는지에 등이 표시됩니다. 조금 더 세부적인 분석 결과는 프로젝트 매니저, 그리고 피지의 경우 관련 정부 부처 사람들끼리 공유하게 될 것입니다. 웹사이트가 궁금하시다면 한 번 방문해보세요! (그래픽: 유리포트 피지 웹사이트)

유리포트 결과를 유의미하게 신뢰도 있는 근거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일단 표본의 수를 높이는, 그러니까 많은 유리포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양적으로 수를 확보하는 것 이외에도 성비나 연령 분포를 조정하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겠지요. 저의 간단명료한 이야기로는 설명되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이고, 좀 더 보완이 필요한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타 프로그램(Akvo)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제 막 시작한 만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겠습니다.

띠롱! 축하합니다, 당신은 유리포터로 등록이 되었습니다! (사진: USAID 블로그)

유리포트가 던질 질문; You, Report?

사실 피지의 유리포트는 제가 떠나온 지금까지도 정식 론칭은 하지 못하고 소규모의 실험 사업(pilot)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많은 프로젝트가 그렇듯 진행되는 과정에서 여러 장애물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피지만의 유리포트에 대한 이야기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다른 나라에서 시행되는 유리포트의 경우 시민사회 주도 하에 주로 청년 참여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이 되는데, 피지에서는 정부 주도 하에 시민들의 피드백을 이끌어오는 메커니즘으로 활용코자 할 계획입니다. 활용범위가 국가적이기도 하고 국가가 리드를 하려다보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도 있어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피지 유리포트의 로고입니다. 지금 웹사이트에 떡하니 올라와 있지만 이 하나를 완성시키고 사용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들이 있었는지 모릅니다. 번복과 후퇴, 기다림과 기다림. 그 끝에 완성된 이 로고는 정말이지 많은 스토리를 담고 있답니다. (그래픽: 이자영)

게다가 피지에서의 유리포트 프로젝트가 취소될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도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요? 사이클론으로 인한 피해라는 당장의 문제에서 나아가,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에서 피지의 아름다움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을지언정 쌍방 의사소통 채널을 구축하고자 하는 노력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유니세프에서 그리고 피지에서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을 함께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유리포트의 ‘유(U)’는 당신(You), 즉 참여 주체에 의해서 말해지고 완성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사회참여를 가능케 하는 시도에서 오는 아름다움은 이후에 피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비로소 완성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지켜봐야지’하고 다짐하던 가운데 이미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고 사는 제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나는 권리를 행하는 사람인가요? 말해야 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사람인가요? 그것도 아니라면 다른 이의 다른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인가요? 이런 물음들에 부끄럽지 않은 답을 하고 싶습니다.

UN 희망원정대 네팔, 우즈베키스탄, 몽골, 가나, 피지, 스리랑카. 이 여섯 나라에서 활동하는 UN 봉사단 청년들이 현지에서의 활동과 생활을 고스란히 글과 사진에 담았습니다. 각자가 속한 UN 기구에서의 이야기와 함께 그곳의 사회와 문화, 여행정보 등 6개월 동안 보고 겪은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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