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일렬로 늘어선 사회복지사들이 밝게 인사하자 어르신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집니다. 박수를 치며 사회복지사들을 격려하는 어르신도, 옆 자리에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어르신도 계셨죠.
폭염이 가시지 않았던 지난 23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로에 위치한 버드내노인복지관에서는 ‘인사 캠페인’이 한창이었습니다. ‘서로 인사하며 정을 나누는’ 문화를 조성하고자 버드내노인복지관에서 진행하는 캠페인이었죠. 밝은 미소로 함께 인사하던 사회복지사 박석훈(35)・이숙영(34) 부부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줄곧 섬기는 마음으로
2006년에 개관한 버드내노인복지관은 건강보험공단에서 주관하는 ‘2014년 장기요양기관평가 최우수기관’에 선정되고, 올해로 누적등록회원 3만명을 기록할 만큼 어르신과 보호자 모두에게 사랑받는 노인복지관입니다. 노인사회활동 지원, 상담, 노인돌봄서비스 뿐만 아니라 결혼이주여성의 사회참여를 위한 카페 운영 등 다양한 사업으로 주민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박석훈・이숙영 부부는 2011년에 함께 입사한 동기이기도 한데요. 박석훈 사회복지사는 지역복지과에서 후원 담당 팀장으로, 이숙영 사회복지사는 버드내노인복지관 부설 재가노인복지센터에서 장기요양사업팀 주임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더 많은 어르신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후원하는 일을, 부인은 요양등급판정을 받은 어르신들을 보살피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숙영 사회복지사는 “오랫동안 뵈어온 어르신들이 돌아가실 때 특히 마음이 아프다”고 말합니다. 이 사회복지사에게는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어르신이 있는데요. 관절이 수축된 탓에 집에서 침대와 휴대용 변기 사이만 오갈 수 있었던 분이었습니다.
“거의 걷지 못하셔서 집에만 계셨어요. 어느 날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지셔서 제가 응급실에 모시러 갔죠. 어머님과 하루 종일 응급실을 지키며 상태가 호전되기를 바랐는데, 이틀 후에 돌아가셨죠. 너무도 짧은 시간에…. 당시 첫째 아이를 임신했던 때였는데 너무도 마음이 아팠어요.”(이숙영 사회복지사)
든든한 동료이자 사랑하는 반려자로
때로는 가슴 아픈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두 부부에게 버드내노인복지관은 좋은 동료이자 사랑하는 배우자를 만날 수 있었던 운명적인 곳이기도 합니다. 박석훈 사회복지사는 신입 직원 모임에서 이숙영 사회복지사를 처음 만났을 때 “감히 쳐다볼 수도 없을 만큼” 가슴이 떨렸다고 말합니다. 이숙영 사회복지사 역시 박 사회복지사와 통하는 점이 많았고, 두 사람은 입사동기에서 연인으로, 연인에서 평생의 반려자가 되었죠.
부부 사회복지사로서 좋은 점이 무엇인지 묻자, 이숙영 사회복지사는 “많이 의지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함께 입사한 후 작년까지는 사무실도 같았어요. 남편은 멋진 동료이자 업무 안팎으로 도움을 주는 든든한 조언자였죠.”(이숙영 사회복지사)
“가족은 항상 내 편이 돼준다는 말이 있잖아요. 항상 내 편이고 돼주고, 나를 믿어주고, 잘못된 것은 스스럼없이 말해주는 아내와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이 힘을 줍니다.”(박석훈 사회복지사)
박석훈・이숙영 사회복지사가 처음부터 사회복지사를 꿈꿨던 것은 아닙니다. 박석훈 사회복지사는 경영학을 전공했고 이숙영 사회복지사는 간호사가 되길 바랐죠. 하지만 ‘남들을 도우며 살고 싶다’는 공통점이 두 부부를 운명처럼 사회복지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사회복지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두 부부 모두 노인복지의 길을 걷고 있지요.
늘 보람된 순간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어르신, 보호자의 폭언에 상처를 입은 적도 있었기 때문이지요.
“입에 담지 못할 말을 들은 적도 있어요. 그때는 정말 ‘그만둘까’란 생각도 했죠. 젊은 사회복지사가 어르신들에게 ‘이렇게 해주세요’, ‘저렇게 해주세요’란 요청을 드리면 아랫사람이 명령하는 것처럼 여기시는 분들도 계세요. 왜 이래라 저래라 하냐는 거죠.”(박석훈 사회복지사)
“가끔 어르신이 아닌 보호자께서 ‘사회복지사들은 우리 때문에 밥 먹고 살지 않냐’고 하실 때가 있어요. 장기요양사업은 보호자가 지불하는 본인부담금으로 어르신들도 돌봐드리고 요양보호사 월급도 충당하거든요. 이런 말을 섞어 항의하실 때는 정말 힘들죠.”(이숙영 사회복지사)
하지만 두 부부 모두 “상처를 주는 것도, 치유를 하는 것도 모두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심한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진심으로 반겨주시고, 고마워해주시는 어르신들이 훨씬 더 많으시죠. 그럴 때마다 힘을 얻어요. 어르신이 좋아하고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 일을 그만두고 싶다가도 '계속 해야지' 하는 마음이 생깁니다.”(박석훈 사회복지사)
소중했던 휴식의 시간, “아이와 더 친해질 수 있었어요”
맞벌이를 하고 있는 두 부부. 네 살 배기 첫째 아이는 저녁이 되어서야 만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바쁜 일상 탓에 가족들과 짧은 여행도 떠나지 못했습니다. 과중한 업무로 야근이 잦아지자, 어느새 아이와의 관계도 멀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합니다. 둘째 아이도 뱃속에 있는 지금, 가족이 다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절실히 필요하던 차에 중부재단의 ‘내일을 위한 휴’를 알게 됐지요.
중부재단과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한화생명이 함께 하는 ‘내일을 위한 休(휴)’는 격무에 시달리는 사회복지사들에게 안식월·안식휴가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휴식을 통해 사회복지사의 소진을 예방하고 사회복지 서비스의 질을 더 높일 수 있도록 돕고 있지요.
지난 7월, 괌으로 3박 5일간 다녀온 휴가는 두 부부와 아이 모두가 한층 가까워지는 시간이 됐습니다. 첫째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다는 마음에 늘 미안했던 박석훈・이숙영 사회복지사는 아이가 좋아할 만한 것 위주로 여행 계획을 짰다고 하는데요.
“아이가 물을 좋아해서 수영장에 2시간 가까이 있었던 적도 있어요. 수족관도 두 군데나 갔고요.”(박석훈 사회복지사)
사랑의 절벽에서 가족들과 함께
부녀간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던 수영시간
“내일을 위한 휴 덕분에 아이랑 좀 더 친해진 것 같아요. 기분 좋아요.(웃음) 솔직히 예전에는 아이가 엄마만 주로 찾아서 서운한 점이 있었어요. 저랑 있으면 아이와 싸우기만 했거든요. 개인적으로도 업무 스트레스를 잊고 머릿속을 깨끗이 비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박석훈 사회복지사)
“휴가를 다녀온 이후에는 첫째 아이가 아빠만 찾아요. 아이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저 역시 휴식 이후에 마음이 안정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괌에 있을 때보다 지금 일을 할 때 오히려 몸이 좀 더 좋아진 것 같아요.”(이숙영 사회복지사)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어요”
입사동기에서 연인으로, 연인에서 부부의 연을 맺고 곧 두 아이의 부모가 될 박석훈・이숙영 사회복지사. 동료이자 평생을 함께 할 반려자로서 두 부부가 꿈꾸는 사회복지는 무엇일까요?
“사회복지사와 대상자로서의 관계가 아니라 언제든 가족처럼 찾아뵐 수 있는 친딸, 손녀 같은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어요. 서로 고민도 나누고 의지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이숙영 사회복지사)
“간혹 일을 할 때 복지관과 어르신과의 의사소통이 잘 안 될 때가 있어요. 서로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서로 이해하는 자세를 갖는다면 복지관과 어르신 모두 만족하시지 않을까 해요.”(박석훈 사회복지사)
두 부부는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도 빼놓지 않았는데요. 손을 맞잡자 두 부부 모두 쑥스러운지 폭소를 터뜨립니다. 하지만 잡았던 손은 그대로였죠.
“지금 둘째를 임신해서 일할 때 힘들 거예요. 우리 둘째 아이 잘 낳고 키워요. 함께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다 보면 어려움도 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박석훈 사회복지사)
“제가 임신 초기라 예민할 때가 많은데 잘 받아줘서 고맙고, 지금처럼 서로 격려하면서 좋은 친구이자 남편, 가족으로 영원히 행복하게 살면 좋겠어요.”(이숙영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