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여름을 배웅하는 바다, 송정해수욕장
가는 여름을 배웅하는 바다, 송정해수욕장
2016.09.07 01:51 by 이한나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여름의 기억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갑자기 선선해진 날씨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급작스럽게 추워지니 괜히 아쉽다. 그 더워 죽을 것만 같던 날씨가 말이다. 역시 인간은 간사한 존재다. 이렇게 한 계절을 또 떠나보내며, 그때의 송정과 뜨거웠던 여름을 추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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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의 기세가 극에 달할 때쯤 송정 해수욕장을 다녀왔다. 필자의 거주지와 가장 먼 부산의 해수욕장이지만, 낯설거나 생소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이곳이 부산지역 대학생들의 MT 명소이기 때문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송정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늘어선 민박, 펜션들이 대학생들의 젊음으로 북적거린다. 문득 이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나의 대학 시절이 떠오른다. 

 

| 평범하지만 특별한, 송정에서 낭만의 파도를 타다

달맞이길, 청사포를 넘어 이곳 송정에 왔다는 것은 부산의 동쪽 끝에 다다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부산과 기장의 경계에 아슬아슬 자리를 잡고 있는 이 해수욕장은 1965년 7월 개설되어 매년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피서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교통이나 접근성이 편한 편은 아니지만, 마라톤, 뮤직 페스티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어 여전히 많은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출처: 네이버 지도 캡처)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송정 해수욕장의 핵심 키워드는 ‘서핑’이다. 부산 서핑 하면 송정 해수욕장을 떠올릴 정도로 이미 서핑의 메카로 자리 잡은 지 오래. 초보자들에게 적합한 파도와 바람 덕분에 서핑학교 등 서핑 강습을 해주는 곳이 많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에도 서핑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파도가 지나치게 잔잔했던 날씨 탓에 못내 아쉬워하는 표정들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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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역동적인 모습만이 송정의 전부는 아니다. 부산의 해수욕장 중 해안 드라이브 코스가 가장 잘 되어 있는 곳 또한 송정 해수욕장이다. 이 드라이브 코스를 따라 많은 카페와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고, 미포 철길과도 맞닿아 있어 바다를 정적으로 즐기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을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추었다. 당연히, 데이트 코스로도 각광받고 있다.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미포 철길을 구경하며, 잠깐이나마 시골길에 접어든 듯한 착각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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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사장에 진입하자 유난히 부드러운 모래가 발의 모든 감각을 사로잡는다. 사실 송정 해수욕장은 가족 단위 해수욕에 무척 적합하다. 부드러운 모래뿐만 아니라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이 얕아 상대적으로 안전한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여기저기 꽂혀 있는 파라솔 사이사이에 신나게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많아 보였다. 심지어 자신의 개를 데리고 해수욕을 즐기는 외국인도 있었다. 무더운 날씨에도 쉬지 않고 요리조리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움직임이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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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와 가장 가까운 사찰, 해동 용궁사

조금 더 특별한 체험을 원한다면, 송정 해수욕장에서 차로 5-10분 거리에 위치한 해동용궁사에 가보자. 한 15년 전쯤부터 유명해진 사찰인데, 특히 '우리나라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사찰’이라는 점 때문에 종교와 상관없이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그 인기는 차량이 길게 늘어선 주차장에서부터 실감할 수 있었다. (주차요금은 무조건 2,000원. 오래 있을수록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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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주차를 마치고 진입로에 들어섰다. 사찰인 동시에 관광지인지라 기념품, 음식점 등 노점과 가게들이 늘어서있다. 가게들을 지나쳐 들어오면 본격적인 절의 면모를 만나게 된다. 긴 돌계단을 내려가면 좌우로 길이 갈라지게 되는데, 왼쪽 길로 가면 바다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해안 산책로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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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쪽에서 바라본 사찰의 모습은 과연 아름다웠다. 더운 날씨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멋진 모습을 사진에 담는 데 여념이 없었다. 사진 찍는 사람들이 해동용궁사를 부산의 주요 출사지 중 하나로 여기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유난히 쨍쨍했던 햇빛 덕분에 바다는 푸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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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았으니 이제 절 가까이 다가가 볼 차례.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마음이 저절로 고요해지는 기분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불경과 목탁 소리에 다소 긴장된 마음을, 고개를 돌려 조용히 날 바라봐주고 있는 바다로 진정시킨다. 덕분에 평소보다 조금은 느린 걸음걸이로 공간의 구석구석을 만날 수 있었다. 간절히 무언가를 기도하는 사람들, 그 속을 멀뚱히 걷고 있는 나. 무덥지만 않았다면 이 생경함을 더 오래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어쨌든 이렇게, 유난히 더웠던 여름을 배웅했다. 이제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바다의 쓸쓸함을 느끼기에 제격인 계절, 가을이 왔다.

 

/사진: 이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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