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사회복지사들의 세상 읽기, '청춘이라오'
20대 사회복지사들의 세상 읽기, '청춘이라오'
20대 사회복지사들의 세상 읽기, '청춘이라오'
2016.09.15 13:00 by 윤민지

 

“청년실업이 사회적 문제라고 해. 하지만 청년들이 대기업 취업에만 매달리는 거 아닐까? 조금만 눈을 낮추면 일자리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을 것 같아.”

 

“청년들 개인보다는 사회구조적인 이유가 더 큰 것 같아. 대기업을 더 선호하는 사회인식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도 커. 학위가 취업을 위한 도구가 된지도 오래고.”

 

“낙수효과가 없다는 방증일까.”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지난달 25일. 서울 신당동에 위치한 유락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난상토론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정치・청년실업・은퇴・북한 등 주제도 다양했죠. 이날 한 자리에 모인 ‘20대 사회복지사’ 7명은 사회복지 분야를 넘어 세상 읽기에 한창이었습니다.

 

왼쪽부터 정유빈 신사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김혜림 태화기독교사회복지관 선임사회복지사, 김진형 은빛마을데이케어센터 팀장, 이예슬 유락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김영은 서울특별시사회복지협의회 사회복지사, 유민태 서울시립비전트레이닝센터 사회복지사, 최규호 풍납종합사회복지관 대리

 

 

라오스에서 만난 20대 청춘 사회복지사들

 

청춘의 중심에 있는 20대 사회복지사의 모임. 이들의 패기와 열정을 보여주듯 모임명도 ‘청춘・20대・라오스’를 합쳐 ‘청춘이라오 : Study project – M’(이하 청춘이라오)인데요. ‘M’은 ‘경제(Economy), 인권(Human Rights), 인문학(Humanities) Study’에서 따왔습니다. 세상을 폭넓게 알아가겠다는 포부를 엿볼 수 있지요.

  

 

 ‘청춘이라오’는 올해 중부재단의 사회복지실무자 지식공유네트워크 지원사업 ‘이:룸’에 선정돼 스터디 모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중부재단은 사회복지실무자들이 자신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올해로 5회를 맞은 이:룸은 사회복지실무자들이 전문성을 높이고, 상호간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사회복지대상자와 상담하려면 법・문학・경제 등 많은 분야에 대해 알아야 해요. 혼자서 하기는 어려우니 함께 공부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중부재단의 ‘이:룸’을 알게 됐어요. 이:룸 지원으로 좋은 교재도 구입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을 수 있게 됐죠.(웃음)”(최규호 사회복지사)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사회문제를 진단한 도서를 함께 읽고 토론하는 ‘청춘이라오’. 최근의 도서리스트에는 <자본주의>, <미생>, <명견만리> 등의 책이 이름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소속기관도, 담당 업무도 다른 이들을 묶어주는 것은 바로 ‘라오스 여행’이었습니다.

 

“서울특별시사회복지사협회에서는 매년 사회복지사의 사기진작을 위해 ‘힐링캠프’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20대 팀으로서 함께 라오스를 다녀온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자 ‘청춘이라오’ 팀을 만들었습니다.”(김진형 사회복지사)

 

 
'청춘이라오' 팀의 라오스에서의 모습
 

 

사회복지를 넘어 ‘사회’를 공부하는 이유

 

“최근 북한의 고위 인사가 망명했다고 해. 어떤 의미 일까?”, “우리 재단에서 북한이탈주민 관련 사업을 하고 있어서 북한 이슈가 낯설지 않아.” 

 

어느새 토론의 화두는 ‘북한’으로 옮겨갔는데요. 팀원 모두가 사회복지사지만 이들이 다루는 분야가 복지에 머무르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복지제도는 사회 전반적으로 얽혀있는데 업무를 하다보면 복지 쪽에만 치우치는 경우가 생겨요. ‘사회복지’에는 ‘사회’란 단어가 포함되어 있어요. 사회복지사로서 사회전반적인 현상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죠.”(김진형 사회복지사)

 

“사회복지분야에 있으면 사회복지 대상자 개인에만 집중하기 마련인데요. 사회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사회복지사가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문학처럼 사회복지를 넘어선 영역을 보면 개인과 사회를 더불어 볼 수 있어요.”(김혜림 사회복지사)

  

 

 

느리지만 단단하게 찾아오는 변화들

 

수많은 사회복지 대상자와의 만남, 저녁 늦게까지 끝나지 않는 업무들…. 20대 사회복지사에게도 사회복지의 길은 녹록치 않습니다. 하지만 짬짬이 시간을 내 발제문을 쓰고 토론 준비를 하는 것은 팀원들에게 오히려 ‘재미’로 다가온다고 하는데요. 이날도 개인사정이 있었던 한 명을 제외하고는 전원 참석할 정도였죠. 사회복지에 한정되지 않은 다양한 시각으로 공부한 내용은 업무현장에서도 서서히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기관은 노숙인과 함께 생활하는 곳인데요. 노숙인은 경제관념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그들과 함께하는 사회복지사로서 경제관념은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될 것 중 하나에요. 청춘이라오 팀에서 경제 이슈를 이야기하면서 노숙인들이 취업할 때 어떻게 도와드릴 것인지, 경제적으로 어떤 조언을 드릴 수 있을지 더 고민하게 돼요.”(유민태 사회복지사)

 

“사회복지 문제를 오랫동안 같은 관점으로만 보다보니 편향된 시각이 생겼던 것 같아요. 여러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고, 조금은 세상을 넓게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데 있어서 사회복지를 넘어서 다채로운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어요.”(김영은 사회복지사)

  

 

 

 

“친구처럼, 가족처럼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어요”

 

청춘이라오는 고민거리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장(場)이기도 합니다. 팀원들은 입을 모아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하는데요. 사회복지사로서 다시금 기운 내도록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동료 사회복지사를 넘어 오빠・동생, 친구 같은 사이가 된 것 같아요. 업무에 대해 묻기도 하고, 다른 복지관은 어떻게 일하는지 정보 교환도 할 수 있고요. 어디에도 말할 수 없는 업무적 스트레스를 털어놓고 지지 받을 수 있는 것도 큰 도움이 돼요. 청춘이라오에서 얻어가는 게 정말 많아요.”(정유빈 사회복지사) 

 

“사회복지사는 희생하는 사람, 좋은 일 하는 사람이란 편견 때문인지 남들처럼 스트레스를 풀면 안 될 것 같은 이미지가 있어요. 하지만 이곳에서는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죠.”(이예슬 사회복지사)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강한 만큼, 팀원들에 대한 신뢰도 두터웠습니다.

 

“서로가 각 기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사람들인 것 같아요. 사회복지사로서의 열정을 갖고 꿈을 실현하는 모습을 보며 많이 배우기도 해요. 팀원들 서로가 서로의 든든한 지지자가 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게 이 모임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김진형 사회복지사)

 

 

미래의 20대 사회복지사에게 - ‘명견만리’하라

 

청춘이라오는 회의록, 발제문을 모아 소책자로 만들고, 더 많은 사회 이슈를 공부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스터디 모임뿐만 아니라 문화생활도 함께 하면서 시야를 넓히는 과정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현재 20대 사회복지사로서 살아가는 만큼,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우고 있는 청년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습니다.

 

“여러 분야에서 활동을 많이 해본 후 자신에게 더 맞는 분야를 찾아서 확장시키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사회복지에만 너무 한정되지도 않았으면 하고요. 사회복지사로서 성장하려면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찾아내고 발전시키는 것도 필요해요.”(김영은 사회복지사)

 

“사회복지는 사회복지 외에도 경제・인문학・정치 등 여러 분야에 유기적으로 연결돼있어요. 사회 이슈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면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해요.”(정유빈 사회복지사)

 

앞으로 사회복지의 미래가 될 젊은 사회복지사들, 청춘이라오. 밝은 지혜로 만리(里)를 내다보는 ‘명견만리’ 같은 사회복지사가 되길 응원합니다!

  

 

/사진: 윤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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