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아들과 위태로운 집, 노모는 오늘도 한숨을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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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0 15:00 by 조철희

기프트하우스 시즌2 재난위기가정 지원사례④

─ 전북 진안군 이목화 할머니 모자

“심난한 것은 이루 말할 수가 없죠. 애를 봐도 그렇고, 집을 봐도 그렇고….”

이목화(가명‧61) 할머니의 말에서 그간의 삶의 무게가 전해져 옵니다. 전북 진안에 거주하는 이 할머니는 지금 30대 중반의 아들 서환규(가명)씨를 돌보며 함께 살고 있습니다. 건강했던 아들은 지금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황. 남편이 폐암으로 세상을 등졌던 3년 전부터의 일이었습니다. 겹겹이 찾아온 불행에 할머니의 마음도 크게 무너져 내렸지요.

  

  

 

 

이미 반파돼 버린 한쪽 방,
구멍 뚫린 천장에선 비가 줄줄 샙니다

 

안타깝게도 이 집은 할머니의 마음과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한쪽 방은 이미 반파된 상태로, 실내로 벽체며 돌덩이가 그대로 쳐들어옵니다. 지은 지 80년이 넘은 흙집은 낡을 대로 낡아 삶의 공간으로서 제 기능을 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날아가 버릴까 싶어 밧줄로 얼기설기 고정시켜 놓은 지붕, 내려앉아 버려서 각목으로 받쳐 놓은 처마는 위태로운 집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실내도 형편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각목이며 밧줄로 받치고 묶어 놓은 지붕의 모습이 불안합니다. 천장 곳곳에 구멍이 뻥 뚫리고 비가 새 벽지가 다 삭았습니다.

 

“원래 이쪽 방도 냉장고며 가구를 놓고 쓰던 곳인데, 자꾸 비가 새서 가구를 밖으로 내 놓은 거예요. 장롱을 빼 내니까 천장엔 구멍이 뻥 뚫려 있더라고.”

 

방 세 칸 중 남은 한 칸도 천장이 크게 뚫려 지붕이 훤히 내다 보였습니다. 흙벽도 곳곳이 휘어지고 구멍이 뚫렸습니다. 벽지를 덧대고 덧대 누더기 벽이 되었지요. 벌들이 구멍 틈 새로 들어와 집을 짓고 살아 크게 고생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한 번은 방 안에 자꾸 벌이 들어와서 벽을 뜯어봤더니 구멍 틈새로 들어와 벌집을 지어놨더라고. 눈두덩이며 팔이며 여기 저기 벌에 물리는 통에 정말 고생스러웠어요.”

  

 전북 진안에서 아픈 아들을 홀로 돌보는 이목화 할머니

 

 

제대로 걷지 못하는 아들에게 위험천만한 재래식 가옥

 

아들 환규씨의 진단명은 특발성 통풍. 무릎 연골이 없어지는 증세로 목발 없이는 제대로 걷지도 못합니다. 약물 치료만 3년 째. 차도가 없으면 수술을 결정해야하는데, 할머니 혼자 공공근로로 한 달 생계를 이어가는 처지여서 부담이 큽니다. 40년 넘게 밭일을 하며 살아 온 이 할머니의 몸도 성치 못합니다.

 

“당뇨병에 혈압, 허리, 발가락까지 사방이 아파요. 그래도 아들 앞에서 어디 내색이나 하겠어요. 우리 애가 제대로 걷기만 하면 소원이 없지요.”

 

 아들 서환규씨는 무릎 연골이 없어지는 증세로 3년 전부터 제대로 걷지 못합니다.

 

몸이 불편한 아들에게 집은 불편함을 넘어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두 모자가 지내는 방에서 화장실에라도 가려면 마당을 가로질러 20여미터를 걸어야 합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미끄러운 흙바닥을 디디느라 한바탕 모험을 한다는데요. 빗물에 미끄러져 마루에서 땅바닥으로 떨어진 적도 있다고 합니다. 재래식 화장실에는 구멍 뚫린 나무의자가 놓여 있었습니다. 쭈그려 앉지 못하는 아들을 위한 것이었지만 제대로 고정돼 있지 않아 위험해 보였습니다.

 

 화장실로 향하는 아들 환규씨의 모습이 불안해보입니다. 사진 오른쪽은 화장실 내부의 모습입니다.

 

 크게 휘어버린 부엌의 흙벽.(사진 왼쪽) 연탄재가 날리고 바깥과 완전히 차단되지 않는 부엌의 위생 상태가 염려됩니다.

 

부엌은 실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벽이 휘어지고 이곳저곳 틈새가 벌어져 쥐며 고양이가 제집 드나들 듯 했습니다. 고깃덩어리를 고양이가 물어간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검게 그을린 벽면이며 날리는 연탄재에 위생적이지도 못했습니다. 씻을 만한 곳은 마당의 수돗가가 전부. 몸이 불편한 아들은 제대로 씻을 수도 없습니다.

 

“남이 볼까봐 어두컴컴한 밤에 나가서 씻어요. 그것도 날 더울 때 이야기지, 찬바람 나는 가을, 겨울엔 찬물로 씻지도 못해요.”

  

 유일한 씻을 공간인 뻥 뚫린 수돗가. 이 집에서는 밤이 아니면 목욕도 마음껏 할 수 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상자,
‘기프트하우스’가 시즌2로 돌아옵니다

지난해 희망브리지는 충북 음성의 독거어르신 4분께 새 집을 선물해드렸습니다. 바로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한 ‘기프트하우스’ 프로젝트를 통해서입니다. 모두 이목화 할머니 모자와 같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집에서 불편하고 불안한 삶을 이어왔던, 자력으로 주거 여건을 개선하기 어려운 우리 이웃들이었습니다.

 

기프트하우스는 저소득층 재난위기가정에 영구적으로 지원하는 모듈러주택인데요. 현대엔지니어링의 자체 기술로 개발된 이 집은 6평형 공간에 주방, 수납공간, 화장실 등을 완비하고 있습니다. 넓지는 않지만 음식을 조리하거나 화장실에 갈 때 더 이상 집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지요. 이중창이 시공될 정도로 두꺼운 벽체와 이중 지붕으로 견고함과 단열성능을 고루 갖춰 한겨울 추위에도 끄떡없습니다.

 

 지난해 설치된 기프트하우스 내‧외부 모습. 단열 성능을 극대화한 구조로, 내부에는 생활가전이 완비돼 있습니다.
 

 시즌2를 맞은 기프트하우스는 한 층 업그레이드된 지원 규모로 찾아옵니다. 지난해 1개 지역(충북 음성) 4세대에 지원했던 것에서, 올해는 4개 지역(경북 청송, 전북 진안, 경기 포천, 전남 장흥) 총 6가구에 기프트하우스를 선물해드릴 예정입니다. 붕괴 위험이 있는 기존의 집은 추석이 지난 후 철거, 한 달가량의 시공 기간을 거친 후 10월 중 새 집 입주가 진행됩니다.

 

“집 안에서 전기로 모든 걸 다 한다고요? 그럼 보일러는 어떻게 돌려. 따뜻한 물은 안 나오는 거 아니여?”

 

평생 낡은 집에서 살아 온 이목화 할머니에겐 작은 집 안에서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것이 신통하기만 합니다. 무엇보다도 따뜻한 물이 나오는 화장실이 실내에 딸려 있어 아드님 걱정을 이제야 좀 덜겠다고 하네요.

 

6평, 작은 공간의 기적이 이목화 할머니와 아들 서환규씨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까요. 재난위기가정을 위한 기프트하우스 시즌2, 감동적인 입주식 현장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필자소개
조철희

늘 가장 첫번째(The First) 전하는 이가 된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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