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마구 흔들렸다! DIY 지진대피소를 만들어보자
마구마구 흔들렸다! DIY 지진대피소를 만들어보자
2016.09.29 13:06 by 김광일

많이 놀라셨지요?

지난 12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과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여진 때문에 말입니다. 400회 넘게 발생한 여진은 당분간 쉽사리 수그러들진 않을 것 같은데요. 지진은 예측하기 힘든 자연재해지만 학자에 따라서는 더욱 큰 지진이 닥쳐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합니다.

지진 발생 당일 KBS 9시뉴스 보도 화면

노후건축물에 거주하는 분들은 특히 불안감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진 및 건축 전문가들은 지금까지는 운이 좋아 건물이 지진 스트레스를 견뎠지만, 몇 차례 큰 지진과 수백회의 여진으로 건물 구조가 약해졌기 때문에, 향후 중소 규모 지진에도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3층 미만의 벽돌 건축물이 위험하다고 하는데요. 휘어지면서 충격을 흡수하는 철근에 비해 벽돌은 금방 부서져버리기 때문이지요. 이런 건물은 등기부등본에 ‘연와조’라고 적혀 있다고 하니 확인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시사IN 427호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정광량 회장 인터뷰 참고)

지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걸까요. 국민안전처가 제공하는 지진대피요령을 보면 “지진으로 흔들리는 동안 테이블 밑에 들어가 몸을 보호하고 진동이 멈추면 계단을 이용해 건물 밖으로 대피한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이 건축물의 설계 구조나 층 수 등에 따라 다양한 환경이 존재하므로 저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책을 생각해 봤습니다. 바로 실내에 설치하는 DIY 지진대피소(DIY Earthquake Survival Cage)입니다.

 

 

요즘 지진에 대응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코스모파워사(社)가 만든 지진·쓰나미 대피장구 '노아'가 일본 치바현의 한 가정집에 놓여 있는 모습. 물론 좋은 아이디어이지만, 하나에 30만엔 정도 한다고 하는데, 세대원 수에 따라 여러개가 필요하며 실내에 보관하기에도 부담스러워 보입니다.

지진에 대비하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꾸준히 제시되어 왔습니다. 그중에서 동일본대지진 이후 한 업체에서 제작한 안전대피장비가 소개된 적이 있었습니다만, 가격이 비싸고 공 모양의 대피소를 집안에 설치해 놓는다면 한국처럼 비좁은 주거여건에서는 많이 불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안으로 생각한 것이 스틸파이프를 활용한 안전케이지입니다. 지진대피 안전케이지의 구조는 경주용차량의 Roll Cage에서 응용한 것입니다.

(사진: http://www.racecar-engineering.com/)

완벽하게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만약을 대비한 안전벨트라고 생각하시고 작은 방에 설치하시면 어느 정도는 안심하고 지내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단, 붕괴 테스트 등의 실험연구는 전혀 하지 않았으니 과신하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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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디자인을 생각해 봤어요. 저희 집 작은 방엔 이렇게 만들어볼까 해요.

디자인과 용도를 응용‧개선해 본다면, 옷장이나 가구처럼 만들어 사용하다가 위급상황 시에 대피소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아요. 또는 정글짐처럼 아이들 놀이기구로 활용해도 좋겠네요.

먼저 배관과 배관부자재를 준비하면 됩니다. 배관의 접합은 파이프머신으로 배관에 나사선을 만들어 연결부자재(엘보, 티보, 유니언 등)로 교차연결하면 될 것입니다. 가능한 촘촘하고 다양한 방향에서 힘을 받았을 때 견딜 수 있도록 트러스 구조(여러 개의 직선 부재들을 한 개 또는 그 이상의 삼각형 형태로 배열하여 각 부재를 절점에서 연결해 구성한 뼈대 구조)로 제작해도 좋을 것 같은데요. 다양한 보완 의견도 환영입니다. 지진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최대한 오래 생존하여 구조를 기다리는 존버정신(feat. 이외수) 용 안전대피소가 콘셉트입니다. 이 안전대피소는 구조 시 추가 붕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목적으로도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자 이제 만들어 봅시다.

필요한 재료의 가격은 2-3인용으로 소형 안전대피소를 만든다고 가정하고 계산해 보겠습니다. 케이지의 구조는 3~4평 이하의 작은방을 안전대피소로 개조를 할 경우를 생각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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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A, 1m 스틸파이프 47개 정도가 필요합니다. 기본단위가 6m인데, 필요한 크기를 측정해서 배관자재를 취급하는 곳에서 절단 및 나사선 작업을 요청하시면 됩니다. 파이프의 가격은 6m에 만원 정도 합니다. 여기에 수량에 맞게 가공비용과 배송비를 추가해주면 대략적인 예산이 나옵니다.(파이프 원자재 약 10만원, 절단‧가공비용 약 35만원 예상)

여기에 접합하기 위한 부속을 준비해야하면 됩니다. 엘보, 티보, 유니온 등이 있어야 합니다. 설계에 따라서 각기 다른 부속이 필요합니다. 가격은 개당 500~3500원 정도죠. 이것이 대략 40개 정도 필요합니다.(약 10만원 예상) 튼튼한 코팅 안전망을 외부에 설치하면 돌이나 기타 물질이 등이 케이지를 뚫고 들어오는 것을 막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탈출시 안전망을 칼로 자르면 되니까 적합하겠죠.(안전망의 가격은 약 10만원 예상, 총액 65만원 예상)

당신과 가족의 생명을 보호하는 안전대피소를 만드는데 65만원! 여기에 인건비는 제외하였습니다. 파이프렌치로 직접 조립시공 한다는 가정입니다. 조립시간은 둘이서 할 경우 4시간 정도가 예상됩니다.

슬로워크에서 발행한 재난대비 생존배낭 인포그래픽(사진: http://slowalk.tistory.com/1922)

고립상황 등에 대비해 안전백도 준비해야합니다. 여기에 최소한 15일을 생존할 수 있도록 물, 식량(전투식량), 구급약품, 칼, 소음발생기(구조요청을 위해서), 수동식 발전 LED램프 등을 준비해 두어야 겠죠.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교체할 필요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터넷에서 ‘생존배낭, 구급키트’ 등으로 검색하면 다양한 자료가 있습니다. 필수품과 옵션품을 구분해서 개인적인 취향대로 준비하세요. 창의적으로 1제품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생존키트는 재난 지역 및 건축물 특성에 맞게 다양하게 연구 해 볼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위의 DIY 지진대피소와 비슷해 보이는 인테리어 아이디어도 이미 존재하는데요.

(사진: http://www.r3architetti.com/)
(사진: designaddict.com)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실내 공간은 보기에는 거칠고 투박해 보일 수 있지만, 엄연히 한 장르를 장식하는 분야입니다.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이라고 하는데요. 효율적인 공간활용에 심미감을 더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카페나 바에 가 보면 콘크리트 바닥이나 배관을 그대로 노출시켜놓기도 하고, 파이프 가구를 인테리어 소품으로 많이 활용하는 등 유행이 한창인 것 같아요. 여기에 지진시 건물 붕괴를 막거나 지연시킬 수 있는 성능까지 접목된다면, 이것만큼 꼭 필요한 내집 꾸미기가 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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