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밥심으로, 네팔 사람들은 '밧'심으로!
우리는 밥심으로, 네팔 사람들은 '밧'심으로!
우리는 밥심으로, 네팔 사람들은 '밧'심으로!
2016.10.07 11:27 by 홍승영

161005

지난 네팔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히말라야 트래킹 경험을 소개해드렸는데요. 그 때 이야기를 다시 한 번 꺼내볼까 해요. 당시 포터(짐꾼) 아저씨는 “달밧 POWER, 24 HOUR!”란 말을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저는 숨도 쉬기 힘들 정도로 고된데, 그것도 웃으면서 말입니다. 정체 모를 말이 자꾸 반복되자 함께 트래킹을 하던 언니와 한국어로 몰래 대화를 나눴죠.

“아니, 웃기지도 않은데 왜 자꾸 저 말을 하는 거야,”

“네팔식 아재 개그일까?”

그리고 며칠 후, 트래킹을 마치고 안나푸르나 산맥 근처 관광 도시인 포카라에서 기념품을 살 겸 돌아다닐 때였습니다. 티셔츠 가게를 지나면서 언니랑 나는 동시에 소리를 질렀죠. 

“헐!”

‘달밧 POWER, 24 HOUR’라고 적혀있는 티셔츠가 엄청나게 많이 걸려있었던 겁니다. 알고 보니 네팔 사람들이 자주 쓰는 유행어였던 것이죠.

네팔 현지의 잇 아이템입니다! (사진: Nepal Bazaar의 핀터레스트)

달밧 떠르까리 365

네팔에서 6개월 동안 지내면서 일주일에 최소 서너 번은 ‘달밧 떠르까리’로 배를 채웠습니다. 달밧 떠르까리는 네팔인들이 거의 매일 먹는 음식인데요. ‘달’은 녹두로 만든 수프, ‘밧’은 흰 쌀밥, ‘떠르까리’는 우리와 비교하자면 반찬입니다. 달이랑 밧은 항상 나오고 떠르까리는 그때그때 다른데요. 적을 때는 한 종류, 많을 때는 3~4 종류까지 나옵니다.

가장 흔하게 나오는 메뉴는 절임채소와 우리가 익숙한 카레가루를 포함한 여러 향신료를 넣어 볶은 채소 또는 닭 요리입니다. 거기에 ‘어짜르’란 네팔식 피클이 항상 나오는데요. 토마토를 절인 요리로 매!우! 짭니다. 네팔 음식은 보통 튀기거나 기름에 볶을 때가 많아서 어짜르를 꼭 곁들여 먹습니다. 우리나라에 김치가 있다면, 네팔에는 어짜르가 있는 거죠!

달밧 떠르까리. 볶을 때뿐만 아니라 튀김 옷에도 카레가루를 듬뿍 넣어 먹습니다. 그러다보니 카레향이 가득한 점심이 완성! (사진: 홍승영)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면 네팔 사람들은 거의 매일 달밧 떠르까리를 먹는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최소 두 번씩! 우리나라에서 밥이랑 반찬 먹는 거랑 얼핏 비슷하죠? 근데 우리나라에는 양념이 고추가루, 고추장, 된장, 간장 등 다양하다면 네팔에선 항상 주 요리에 카레가루를 넣어 먹습니다. 볶든, 튀기든, 항상 카레 맛으로 먹어야 했죠!

근데 여기서 잠깐 궁금한 점, 한국 사람이라면 삼시 세끼죠? 그런데 네팔에서 보통 달밧을 하루에 두 번 먹는 이유는 보통 아침, 저녁만 든든히 먹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네팔 사람들은 아침과 저녁을 거하게 먹고 점심 대신 늦은 오후에 ‘찌야’(네팔식 밀크티)와 간식을 챙겨 먹습니다.

밥이 지겨울 때는 로띠로 대체! 인도의 난 또는 멕시칸 요리의 또르띠아와 비슷한 맛의 로띠도 사람들이 즐겨 먹습니다. (사진: 홍승영)

달밧으로 네팔 문화 배우기

“너의 집처럼 편하게 지내고, 필요한 거 있으면 꼭 말하렴.”

네팔 생활 초기에 잠시 홈스테이를 했을 때, 당시 주인 아주머니는 마냥 따뜻한 인상을 보여주셨는데요. 그런데 아주머니께서 단호하게 한마디를 하셨던 적이 있습니다.

“몇 가지 규칙만은 꼭 지켜줬으면 해. 우린 종교적인 이유로 밥을 먹을 때 절대 다른 사람과 침이 섞이면 안 돼. 그래서 꼭  각자 접시에 나눠 먹어야 해. 썼던 숟가락을 다시 냄비에 넣으면 안 된다는 거 꼭 기억해줘. 그리고 한 가지 더! 각자 접시에 뜬 음식은 남기면 안 되니까 처음에 뜰 때 항상 적당히 떠서 먹어 주렴.”

이러한 문화가 외국인들에게까지 강요되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외국인도 네팔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거나 집에 초대받았을 때는 그들의 문화를 존중한다는 표현의 하나이므로 잘 지키는 편입니다. 네팔 사람들의 일상을 지켜보면 종교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는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달밧을 먹는 모습을 통해서도 그랬지요.

식사예절에서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한 번은 오늘은 왜 고기 요리를 안 먹는지 물어봤는데요.

“힌두교를 믿는 사람들은 요일 별로 특정 신에게 기도를 올려요. 가족이나 개인에 따라 어떤 신에게 기도를 드리는지는 다르지만 그 날에는 고기를 안 먹는 사람이 많아요.”

카트만두의 소가 유유히 휴식을 즐기고 있습니다. (사진: Garnet Photo / shutterstock.com)

네팔에는 특정 요일에만 그 어떤 고기 요리를 먹지 않는 사람들도 많고, 아예 채식주의자인 사람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고기를 먹는 사람들도 소고기를 먹는 사람은 엄청 드물었습니다. 힌두교를 믿는 경우 소를 신성시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네팔 사람들은 소를 먹지 않습니다. 소고기를 먹지 않는 대신 염소, 닭, 돼지, 물소 고기를 즐겨 먹곤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나 TV에서 한 번쯤 봤을 장면인데요. 대부분의 네팔 사람들은 손으로 밥을 먹습니다. 항상 밥 먹기 전에 손을 씻고, 오른손으로 밥을 먹는 게 원칙입니다. 요즘은 숟가락과 포크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거의 밖에서 먹을 때만 그렇지 집에서 먹을 때는 손으로 먹는 문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손으로 먹는 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사진: AHMAD FAIZAL YAHYA / Shutterstock.com)

저도 홈스테이를 할 당시 손으로 먹는 법을 배워본 적이 있는데요. 그냥 손으로 먹는 게 절대 아닙니다! 처음에 그냥 무작정 손으로 커리 범벅인 밥을 먹으려니 입에 들어가기 전에 다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홈스테이 가족이 웃더니, 저에게 방법을 알려주었죠.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방법이 있어. 딱 세 손가락을 사용해야 해. 엄지, 검지 그리고 가운뎃손가락. 밥을 일단 손으로 돌돌 말아 봐.(우리나라의 주먹밥처럼) 그러고 검지랑 가운뎃손가락에 올린 다음 엄지로 입에 밀어 넣으면 되는 거야!”

말로는 쉬웠지만, 처음부터 손으로 먹는 법을 배운 가족을 따라잡는 데는 연습이 꽤나 필요했습니다. 네팔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지 얼마 안 됐는데요. 오늘은 손으로 달밧 한 접시 깨끗이 먹고 싶은 밤이네요!

UN 희망원정대 네팔, 우즈베키스탄, 몽골, 가나, 피지, 스리랑카. 이 여섯 나라에서 활동하는 UN 봉사단 청년들이 현지에서의 활동과 생활을 고스란히 글과 사진에 담았습니다. 각자가 속한 UN 기구에서의 이야기와 함께 그곳의 사회와 문화, 여행정보 등 6개월 동안 보고 겪은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The First 추천 콘텐츠 더보기
  • “24주 연속 1위 브랜드의 저력으로”…‘나르카’ 운영사 ‘언커먼홈’, 매쉬업벤처스 등으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
    “24주 연속 1위 브랜드의 저력으로”…‘나르카’ 운영사 ‘언커먼홈’, 매쉬업벤처스 등으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

    이제 헤어 케어도 브랜딩이다!

  •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창업팀은?”…유망 초기 스타트업 뽑는 ‘혁신의 숲 어워즈’ 막 올랐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창업팀은?”…유망 초기 스타트업 뽑는 ‘혁신의 숲 어워즈’ 막 올랐다

    최근 1년 사이 가장 주목할만한 초기 스타트업을 꼽는 '혁신의숲 어워즈'가 17일 대장정을 시작했다. 어워즈의 1차 후보 스타트업 30개 사를 전격 공개한 것. ‘혁신의숲 어워즈’...

  • “Only for you”…대세는 초개인화 서비스
    “Only for you”…대세는 초개인화 서비스

    초개인화의 기치를 내건 스타트업들이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 타 산업과 연계, 핵심 기술 접목…“관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라”
    타 산업과 연계, 핵심 기술 접목…“관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라”

    '관광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틈새에 대한 혁신적인 시도 돋보였다!

  • “생산성, 효율성 쑥쑥 올리는 솔루션”…매쉬업벤처스, 스타트업 ‘마일 코퍼레이션’에 초기 투자
    “생산성, 효율성 쑥쑥 올리는 솔루션”…매쉬업벤처스, 스타트업 ‘마일 코퍼레이션’에 초기 투자

    기업의 공간, 자산 관리를 디지털 전환시킬 창업팀!

  • “당신에겐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당신에겐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의 등장!

  •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뉴저지 진출 전략 웨비나 개최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뉴저지 진출 전략 웨비나 개최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 초록은 동색…“함께 할 때 혁신은 더욱 빨라진다.”
    초록은 동색…“함께 할 때 혁신은 더욱 빨라진다.”

    서로 경쟁하지 않을 때 더욱 경쟁력이 높아지는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