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에선 카메라 빼앗기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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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벡에선 카메라 빼앗기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2016.10.12 06:37 by 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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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한테 들켜서 사진 삭제 당했어요!”

네, 우즈베키스타에선 정말 가능한 일입니다. 시장, 국가기관, 이외에도 사진을 찍을 수 없게 규정해 놓은 건물들은 사진에 담을 수가 없습니다. 만약 발각되면 사진을 삭제해야 하죠. 심한 경우에는 카메라까지 압수 당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처음엔 ‘그럼 안 걸리면 되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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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마다 선 '경찰님'들

우즈베키스탄에 도착해서 길을 걷는 곳마다 배치되어 있던 경찰들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어찌나 많은지, 그리고 어찌나 무서웠는지요. 한국에서는 자주 볼 수 없었던 경찰들을 골목마다 마주하게 되니 괜스레 위축되고 ‘뭔가 내가 잘못한 건 없나’ 하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청록색의 제복을 입고 날카로운 눈으로 쳐다 볼 때는 깜짝 놀라 눈을 피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지요. 길을 다닐 때뿐만 아니라 지하철을 탈 때도 반드시 검문을 하게 되는데요. 지하철을 타기 위해 지하 차도를 이용할 때 한 번, 지하철 내부에서 한 번 더 소지품 검사를 하게 됩니다. 지하철 안에서는 기기 자체가 차단되어 인터넷도, 통화도 할 수 없고 사진도 절대 찍을 수 없습니다. 지하철 내부에도 경찰들이 지키고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저는 겁이 많아서 차마 못찍었습니다. (사진: http://enews.fergananews.com/news.php?id=3088)

우즈베키스탄의 지하철

우리나라의 지하철만 생각하고 타슈켄트 지하철을 탄다면 아마 여러 부분에서 놀라실 거예요. 저는 크게 세 가지에 놀랐는데, 첫 째는 위에서 말씀드린 검문입니다. 지하차도만 이용하려고 해도 금속 탐지기로 가방 검사를 해야 하고, 지하철을 타러 들어갈 때에는 신분증까지도 검사를 합니다. 그렇게 검사를 하고 들어가면 정말 아름다운 역 내부를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놀란 부분인데요. 특히 특색 있는 내부 인테리어 덕분에 곳곳을 다니며 완전히 다른 모습의 역사를 보는 것도 큰 재미이지요. 우리나라의 역도 물론 역마다 다르게 생겼지만, 우즈벡의 역은 전혀 다른 세상 마냥 인테리어, 구조, 테마 색 등이 모두 다릅니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방문하신다면 꼭 한 번 지하철을 타보세요!

타슈켄트의 한 지하철역 (사진: Peretz Partensky, flickr.com)

셋째로 제가 놀란 지하철의 모습은 바로 지하철 내부입니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을 할 때 문득 든 생각이 있었습니다. ‘여긴 왜 이렇게 시끄럽지? ’ 이유가 있었습니다. 창문이 열려있는 지하철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의 지하철은 창문을 열 수 있게 되어있어 소음도 제법 크고 바람이 쌩쌩 안으로 들어오기도 합니다. 창이 완전히 열리지 않는 우리나라의 지하철을 타다가 뻥 뚫린 지하철을 타니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푸근한 경찰 '아저씨'

그러던 어느 날, 첫 두 달을 무서운 마음으로 경찰들을 바라보던 저의 시선을 바꾼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비가 무척이나 많이 오던 날, UNDP(유엔개발계획)건물 근처에서 주저 앉아있는 노인을 발견하였습니다. 서툰 러시아어로 우산이 필요한지 물었지만 한사코 거절을 하던 노인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습니다. 결국 주변에 도움을 청할 곳을 살피고자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말 걸기도 무섭던 경찰들만이 주위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추운 날, 비까지 오는데 더 이상 이 노인을 방치했다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그들에게 뛰어갔습니다. 그리고 다급하게 제가 아는 모든 러시아어와 우즈벡어를 동원하여 노인이 있는 곳과 노인의 상태를 일러주었습니다.

소식을 듣고 경찰들은 바로 그 노인을 찾아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그리고 걱정하는 저에게 어떤 상황인지 설명하려고 영어로 고군분투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사건 이후 UNDP 앞 골목을 담당하던 경찰들과 친분을 쌓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나갈 때마다 방긋 웃으며 인사해 주고, 정장을 차려 입은 날에는 멋있다는 말도 덧붙여주었습니다. 매일 출, 퇴근 시간을 함께 하다 보니 어느 새 그들은 저에게 더 이상 무섭지 않은, 친근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한 두 명의 친한 경찰 아저씨들이 생기자, 지하철에서 보이는 경찰들도, 다른 골목에 있는 경찰들도 감시하는 존재가 아닌 보호해주는 존재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안전을 위해, 치안을 위해 이 사람들도 노력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두려워하기 보다는 친근하게 인사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물론, 서로 친해진 이후에도 사진을 찍으면 안 되는 곳은 단호하게 안 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하지만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이상하거나 신기하기만 한 문화로 보이지 않았지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쇼핑몰 NEXT, 사진은 찍을 수 있었지만 금속 탐지기를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사진: 김하늘)

25년 장기 집권해왔던 우즈베키스탄의 카리모프 대통령이 지난 9월 초 서거 한 뒤로는 얼마나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우즈베키스탄에 사는 친구에 의하면 다행히 큰 혼란은 없었다고 하네요. 어쩌면 나라가 안전하다는 것이 공식적으로 확인이 되어 골목마다 배치 된 경찰들을 더 이상 못 보는 날이 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때가 되면 조금은 그리워질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저에게 방긋 인사해 주셨던 경찰 ‘아저씨’들이요.

UN 희망원정대 네팔, 우즈베키스탄, 몽골, 가나, 피지, 스리랑카. 이 여섯 나라에서 활동하는 UN 봉사단 청년들이 현지에서의 활동과 생활을 고스란히 글과 사진에 담았습니다. 각자가 속한 UN 기구에서의 이야기와 함께 그곳의 사회와 문화, 여행정보 등 6개월 동안 보고 겪은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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