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제국의 경계, 아스완으로
옛 제국의 경계, 아스완으로
2016.10.13 17:53 by 곽민수

카이로에서부터 남쪽으로 약900Km 떨어져 있는 아스완은 예로부터 자연적 그리고 정치적으로 이집트 본토의 최남단 경계였습니다. 현대의 이집트 국경선은 아스완으로부터 더 남쪽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집트 본토와는 문화적-언어적으로 분명한 차이가 있는 누비아라는 지역을 임의적으로 이집트에 편입시킨 제국주의적 판단의 결과 때문입니다. 오늘날 이집트와 이집트 바로 남쪽에 있는 수단의 국경선은 마치 자를 대고 줄을 그은 듯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제국주의 열강의 인위적인 ‘줄긋기’가 아니었다면 이런 모양의 국경선은 어림도 없었을 겁니다.

이집트와 수단의 국경선  (사진: Google Map)

아스완의 바로 남쪽에는 ‘나일강 제 1폭포’라고 불리는 거대한 폭포가 있었습니다. 현재 이 폭포가 있던 자리에는 20세기가 시작되기 직전에 지어지기 시작한 ‘아스완 로우 댐’이 자리잡고 있지만, 오래도록 이 폭포는 교통의 단절을 가져온 자연 지형이었습니다. 이 폭포 때문에 고대인은 배를 타고는 더 이상 남쪽으로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지형적인 단절은 결국 옛사람들의 의식 속에 이곳을 ‘나일강의 끝’, 다시 말해 ‘이집트의 끝’으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이집트인은 나일강의 물을 마시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하며 그들 스스로의 정체성을 나일강과 결부지었습니다. 그들에게 나일강이 끝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이집트도 끝이 났던 것은 어찌보면 아주 당연한 일이었지도 모릅니다.

아스완 로우댐 (1899년에 지어지기 시작해서 1902년에 완공)(사진: Google Earth)

카이로에서 여행을 시작한 여행자들은 이곳 ‘나일강의 끝’에 다다를 때쯤이면 꽤나 지치게 됩니다. 만약 우리의 여정처럼 룩소르를 들려서 오는 코스를 선택했다면 지금쯤 여유로운 휴식은 필수일 겁니다. 다행스럽게도(?) 이곳 아스완에는 기자의 파리미드나 룩소르에서 보았던 거대한 신전처럼 일반 여행자들의 흥미를 끌만한 유적지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 대신 이곳 아스완에서는 북쪽의 도시와는 다른 ‘가공되지 않은 자연경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마도 고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이 아름다운 자연경관은 그들이 보았던 것들을 상상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것은 물론, 오랜 여행으로 인해 지쳐있는 몸과 마음에 휴식을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합니다. 여유롭게 나일강에서 ‘펠루카’라 불리는 돛단배를 타며 강바람을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은 이곳 아스완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강바람과 더불어 가공되지 않은 천연의 강변을 감상하는 것은 아스완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죠.

아스완의 풍광과 펠루카
아스완의 풍광 (사진: 강경미)

아스완이 즐거운 또다른 이유는 이집트 본토와는 사뭇 다른 누비아 문화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곳 아스완에서부터 수단북부지역까지는 지금은 비록 아스완 하이댐 건설로 인해 형성된 나세르 호수 밑으로 사라져버렸지만, 한 때는 세계최강대국 이집트를 위협하던 누비아 문명이 번성하던 곳이었습니다. 북쪽에서 보았던 이들보다 검은 사람들이 조금 다른 억양의 아랍어를 사용하는 것은 그들이 이집트 문명이 아닌 누비아 문명의 후예인 까닭입니다. 또한 아스완에 많은 여행자가 들르는 이유는 이곳이 람세스 2세의 거대한 신전이 있는 아부심벨에 가기 위해서 거쳐 가야 하는 거점이기 때문입니다. 아부심벨은 우리의 다음 목적지이자 이번 여행의 종착지입니다. 우리의 여정도 이제 막바지도 치닫고 있습니다.

누비아 문화체험이라든가, 펠루카 기행 같은 것들은 무척이나 신나고 즐거운 경험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유쾌한 경험들을 우리는 생략하기로 합니다. 고대 유적지를 찾는 우리의 목적에서 벗어나고, 그 부분은 오히려 일반 여행가이드 북을 참고하시는 편이 더 도움이 될 테니까요. 이 여정에서는 여지껏 그래왔듯이 고대의 유적지에만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직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아스완에는 흥미로운 유적지들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이제부터 남아 있는 유적지를 몇 군데 둘러볼 예정인데, 이곳 아스완에서만큼은 큰 기대를 갖는 것은 금물이고 아주 작은 기대 정도라면 괜찮습니다. 한 가지 더 챙기셔야 할 것은 ‘여유로운 마음가짐’입니다. 넘쳐나는 유적지가 있는 게 아니기에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평화로운 나일강 풍광을 즐기며 둘러보셔도 충분합니다. 자, 그럼 이제부터 ‘여유’롭게 아스완을 둘러보시죠.

엘레판티네 섬 누비아 마을의 한 주택
아스완의 시장 거리

 

/사진:곽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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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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