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카피는 안되고, 블로그 링크는 된다?
블로그 카피는 안되고, 블로그 링크는 된다?
2016.11.10 10:00 by 스타트業캠퍼스

최근 김기순(가명)씨는 유명 블로거 최창섭(가명)씨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고 놀랐다.

김씨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최씨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나와 있던 표현을 김씨가 동의 없이 사용했다고 해서, 최씨가 이를 자신의 저작권 침해라며 김씨에게 항의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최씨의 블로그 내용을 통째로 베낀 것도 아니고, 이 정도의 표현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인데, 이를 마치 자신만이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인 양 여기는 최씨의 태도가 못마땅했다.

(사진: Rawpixel.com/shutterstock.com)

두 어절의 짧은 문구를 동의 없이 썼을 때 저작권 침해가 되는 것일까? 저작권 침해가 되기 위해서는 위 문구가 먼저 저작물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나라 대법원은 저작물로 인정되기 위한 요건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우선 저작물이 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이 문학·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이어야 한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창작물이란 창작에 의한 것이어야 하는데, 그 창작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어떠한 작품이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고,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으면 된다고 한다. 대법원은 아울러, 창작물이란 그 저작자 나름대로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의 특성이 부여되어 있고, 다른 저작자의 기존의 작품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이면 충분한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하고 있다.

위 요건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창작물이 되기 위해서는 그 창작의 정도가 고차원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고, 다른 기존의 작품과 구별될 수 있을 정도의 비교적 낮은 창작성만 있으면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만을 표현되었고, 어느 정도의 창작성만 있다고 모두 저작물로 볼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개그맨들이 만들어서 사용하는 유행어이다.

유행어는 문학, 학술, 예술의 어느 분야에도 속하는지도 불분명하고, 구절 자체가 짧고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이기 때문에 창작성을 인정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개그우먼 김미려의 ‘김기사 운전해~’ 같은 경우나 컬투의 ‘미친거죠~’ 같은 유행어는 몇 년 전 유행할 당시 라디오 CM이나 CF 등에서 상업적인 용도로 창작자의 동의 없이 마구잡이로 이용되었지만,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어서 개그맨들이 속을 태웠다고 한다.

앞서 김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유행어와 같은 짧은 구절이 문학이나 예술 중 어느 분야에 속하는지도 불분명하고 창작성의 정도도 상당히 낮기 때문이다. 어떠한 것이 이른바 표절인지 구체적으로 적시한 대법원 판례는 아직 없으므로, 김씨처럼  일상생활에서 판단이 쉽지 않은 경우가 발생한다. 다만, 학술 분야에서는 교육부에서 마련한 논문표절 가이드라인이 있고, 문화, 예술 분야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영화와 음악 분야의 표절방지 가이드라인이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사진: Rawpixel.com/shutterstock.com)

네티즌들이 다른 블로거의 좋은 콘텐츠를 보았을 때 이를 널리 알리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운 욕구일 것이다. 그렇다면 저작권법을 준수하면서도 이를 공유할 방법은 없을까? 이에 관해서 정유낙 변리사는 “창작자에게 먼저 사용동의를 얻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인터넷상의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저작권이 발생하였다는 가정하에서, 콘텐츠 창작자의 동의를 얻어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 어떤 저작권이든 원칙적으로 창작자의 동의가 있으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타인의 자동차를 동의 없이 빌려 쓰면 불법이 되지만, 타인의 동의를 얻어서 빌려 쓰면 합법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참고로 최근 인터넷 링크를 통해서 대상 블로그의 주소만 언급하는 것은 창작자의 동의와 관계없이 합법이라는 취지의 판례가 나왔다. 인터넷 링크(Internet link)는 인터넷에서 링크하고자 하는 웹페이지나, 웹사이트 등의 서버에 저장된 개개의 저작물 등의 웹 위치 정보나 경로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여, 비록 인터넷 이용자가 링크 부분을 클릭함으로써 링크된 웹페이지나 블로그에 직접 연결된다 하더라도, 링크하는 행위는 저작권법이 규정하는 복제 및 전송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고, 저작권법 침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상대방의 동의가 없더라도 상대방 블로그 주소를 나의 블로그에 링크하는 것은 괜찮다.

모든 저작권 위반행위가 손해배상으로 이어지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고, 이에 편승해서 죄의식 없이 각종 저작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인터넷 공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조금만 노력한다면 창작자의 저작권을 보호하면서도 좋은 콘텐츠들을 공유할 수 있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인터넷 문화 만들기가 힘든 일은 아닐 것이다.

/글: 유정웅(스타트업캠퍼스 1기, Digital Innovation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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