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시대의 끝에서 아이디어 보호를 외치다
하드웨어 시대의 끝에서 아이디어 보호를 외치다
2016.11.07 09:00 by 스타트業캠퍼스

'단군 이래 가장 창업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요즘이다. 특히 ‘우버’, ‘에어비앤비’ 등의 득세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ICT 스타트업이 각광받고 있다. 그에 따라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 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소프트웨어화하는 것 또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 과연 보호받을 수 있을까?

(사진: http://pixabay.com)

당신의 아이디어는 분명 ‘세상을 바꿀’ 잠재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형태가 소프트웨어(이하 SW)라면 보호받기 힘들 수 있다. 특허청은 하드웨어와 결합을 한 경우에만 SW의 특허를 인정하고 있다. SW를 이루는 기반인 알고리즘 및 소스코드는 보호가 되지 않는다. 더욱이 현행특허법에서는 프로그램의 온라인 유통이 특허권의 대상으로 보호되는지 불명확하다. 즉 A가 만든 프로그램을 B가 온라인상에서 배포하여도 특허침해라고 단언할 수 없다. 얼핏 보기에 이해가 되지 않는 이 상황은 특허법 제2조에 기인한다.

특허법 제2조 제1호는 “‘발명’이라 함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 고도한 것”이라고 규정한다. “자연법칙을 ‘이용’하여 ‘기술적 사상의 창작’”을 하는 것이란 말은 여러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우리 특허청은 하드웨어와의 결합을 통해 “기술적 사상”을 증빙해야 발명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다. 즉 SW는 창작된 제품이 아닌 본질적으로 계산 방법, 곧 자연법칙 그 자체에 불과하다는 해석이다. 이러한 해석은 1990년대에는 지배적인 해석이었으나 현재 미국 및 유럽은 SW 그 자체로도 특허를 인정하고 있다. 무조건 세계의 흐름을 좇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국내 현행법이 시대의 흐름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봄 직한 문제다.

<사례 1>

2016년 5월, SK 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 컴즈)의 필터 앱 ‘싸이메라’가 오디너리팩토리의 ‘아날로그 필름’ 의 필터를 도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사례를 보자. 사건 당시 장두원 오디너리팩토리 대표는 싸이메라 측이 “필터를 추출해서 그대로 쓴 것으로 보인다”며 의혹을 제기하였다. 당시의 논란으로 SK 컴즈는 싸이메라 내 필터 아이템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후 2016년 6월 24일 오디너리팩토리가 SK 컴즈를 ‘아날로그 필름’ 필터 도용 관련 SK 컴즈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고소하였다.

<사례 2>

카카오의 모바일 퍼즐 게임 '프렌즈팝콘'의 한 장면

지난 5월, NHN 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가 자사의 ‘친구’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장을 제출했다. ‘친구’ API는 게임과 연동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특정 게임을 설치한 친구 간 랭킹을 제공하는 등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방법에 대한 특허다. 카카오가 실제 NHN 엔터테인먼트의 특허를 침해했는지는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특허법의 구체적 타당성의 부족에 의한 분쟁은 <사례1>, <사례2>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물론 <사례1>의 경우 필터 수치에 특허를 부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연법칙을 이용한 창작물이 아닌 수치적 법칙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디지털 필터’로 사진을 2차 저작하는 행위가 시장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는 명백히 기술발전으로 인해 개척된 시장이다. SW 특허법에 새로운 적용이 필요한 이유이다. <사례2> 또한 SW 특허권의 모호성에서 기인한다.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을 법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의 아이디어를 보호할 방법은 없을까?

(사진: http://pixabay.com)

당신의 아이디어가 기술/디자인/상표/영업방법으로 표현된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산업재산권”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산업재산권이란,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및 상표권을 총칭하며, 특허청에 출원하여 등록받음으로써 배타적 독점권이 부여된 권리를 말한다. 기술 기반의 아이디어라면, 특허권(대발명) 혹은 실용신안권(소발명) 출원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 물론 출원 후 실제 등록까지는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쳐야 한다. 디자인이라면 디자인보호법에 의해, 상표라면 상표법에 의해 보호받는다. 영업방법 또한 사업아이디어가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구현된 새로운 방법일 경우에 한해 영업방법(BM) 특허 출원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 소위 ‘게임 특허’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게임이 이를 통해 특허출원을 하고 있다.

위의 경우가 아니라면 어떨까? 아이디어를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 등을 독창적으로 표현한 창작물(이하 저작물)로 구현할 경우 저작권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다. 그림, 문학, 음악 등이 고전적인 저작물에 들어간다. 저작권은 특허 등과 달리 창작과 동시에 보호받는다. 그러니 ‘저작물 출원’을 하지 않았더라도 안심하자.

(사진: http://pixabay.com)

산업재산권/저작권 외에도 아이디어를 보호할 방법은 있다. 영업비밀이 그것이다. 130년째 유지되고 있는 코카콜라제조법이 좋은 예이다. 물론 아무 아이디어나 영업비밀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의 세 가지가 충족되어야 한다. 쉽게 풀면, “유용한 정보를 불특정 다수에게 알리지 않고, 비밀로 관리를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요건을 만족한 영업비밀을 유출한 경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거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영업비밀 또한 한계가 있다. 특허법인 엠에이피에스 정유낙 변리사는 “거래 현실상 영업비밀을 보호 및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며 “특허나 저작권을 통해 보호받는 것이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자, 정리해보자. 당신의 아이디어를 공개하는 대신 권리를 보호받고 싶다면 산업재산권 등록출원을 추천한다. 기술공개가 꺼려지거나 노하우(Know-how)를 보호하려면 영업비밀화하여 관리할 수 있다. 단, 살펴보았듯이 절대적인 보호는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사업화를 하려면 ‘빠른 시장선점’에 중점을 두고 아이디어를 구현할 것을 추천한다. 교과서적인 대답에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잊지 말자. 교과서를 반복해서 보는 이유는 여전히 유용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아이디어 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동안 정책 및 사회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지식재산권 보호법에 대한 논의는 계속해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단순히 ‘소프트웨어에 특허 범위를 좁혀야 한다’는 형태의 담론은 부족하다. 나날이 증가하는 분쟁, 악질적인 표절 사례들을 고려하면 법적 안정성보다는 구체적 타당성에 초점을 맞춰 판례가 개정되어야 한다. 오픈 소스의 필요성 또한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분쟁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특허권을 인정받는 경우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허청의 「2015년 국내 지재권 분쟁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지식재산 연구원에서 매년 실시하는 지식재산 활동실태조사의 대상 1,000여 개의 기업 중 152개 기업(약 15%)이 최근 5년간 산업재산권 관련 분쟁을 경험했다.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정연덕 교수는 우리나라의 특허권 침해에 대해 “특허 침해 소송 배상액이 너무 낮아 일단 침해하고 적은 손해배상을 물어주므로 기술탈취 및 베끼기의 유혹이 심하다”며 “이에 따라 기술 보호가 잘 안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의 경우 기업인수로 벤처를 인수하나, 한국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이나 벤처 기업의 기술탈취가 많다”고 언급하며 “아이디어만 가져가고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것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군 이래 가장 창업하기 좋은 환경'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창업가 개인뿐만 아니라 온 우주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글: 정준수(스타트업캠퍼스 1기, Digital Innovation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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