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냉장고 속 계란은 안녕하신가요?
당신의 냉장고 속 계란은 안녕하신가요?
2016.12.27 18:20 by 스타트業캠퍼스

한 해 평균 100만톤이 쏟아지며, 한 사람당 250개 이상을 소비하는 식재료. 단백질·칼슘·비타민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해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사랑받아 온 식탁의 감초. 바로 계란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계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진:alexpro9500/shutterstock.com)

당신이 주말에 들르는 대형마트에는 평균 5가지가 넘는 상이한 제품군의 계란이 진열돼 있다. 당신은 포장용기에 적힌 문구에 의지하지 않고 육안으로 이들의 차이점을 구분해내지 못한다. 어떠한 닭이 어떠한 사료를 먹으며 어떠한 공간에서 얼마만큼의 알을 낳는지, 생산된 계란이 어떠한 방식으로 분류되고 유통되는지, 당신은 알 도리가 없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지만 어지간한 문제가 아닌 이상 우리에게 알려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사실 알려고 해도 알기 어렵다. 다시 말하면, 비싸다고 해서 무조건 신선하고 안전하며 영양가를 갖춘 계란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남이 주는 계란만을 받아먹을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바쁜 일상에 지치고 여유가 없을 것이 분명한 당신을 위해 우리가 대신 알아보고 준비했다. 그저 마음의 여유를 갖고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 우리도 좋은 계란을 골라 먹을 권리가 있다는 점만 기억하자.

 

| 양계장에서 밥상까지, 211일 계란의 일생

병아리는 알에서 21일만에 나오고 그 병아리가 6개월 이상 되면 알을 낳을 수 있게 된다. 우리가 농가에서 유통과정을 거치는 시간을 합하면 대략 211일이 걸린다. 병아리가 닭이 되어 우리에게 계란 하나를 주는데 걸리는 시간을 알고 나면 계란 하나의 소중함이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계란의 유통과정

계란의 대표적인 유통과정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①양계농가-도매상-소매상-소비자, ②양계농가-도매상-대형유통업체-소비자, ③양계농가-도매상-대량수요처(집단급식소), ④양계농가-생산자단체-농협유통-소비자 등이다.

계란의 출하 단계에서는 농가가 자체적으로 출하(75%)하거나 생산자단체 유통센터인 계란집하장을 경유(25%)하여 출하한다. 농가에서 자체 출하하는 경우에는 도매상이나 식품 유통업체,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한다.

대한민국 유통지도에 따르면 계란 유통에서는 도매상의 비중이 특히 도드라진다. 도매상은 식용란수집판매업자 또는 산지수집상을 가리킨다. 도매상은 양계농가와 장기계약을 통해 계란을 공급받아 슈퍼마켓이나 일반음식점 등 소매업체에 직접 판매하거나 대형급식업체에 납품한다.

안전하게 계란을 먹는 방법

 

| 계란이 낳은 불쾌한 경험

"아니, 이게 뭐야!"

올해 여름, 서울 성동구에 사는 주부 강모 씨는 아침에 아이에게 계란프라이를 해주려다가 비명을 질렀다. 달궈진 팬에 계란을 깨넣는 순간 검게 변한 이물질이 지독한 냄새까지 풍기며 불쾌감을 준 것이다. 구입은 가락공판장에서 했는데, 상온상태로 계란을 쌓아 놓고 판매했기때문에 계란의 신선도를 의심할 수도 없었다. 강씨가 이를 따지기 위해 곧바로 달려갔음에도 공판장의 태도는 뻔뻔했다.

그야말로 비주얼 쇼크…

“교환 해 드려요? 아니면 환불?”

눈도 마주치지 않고 기계적으로 나오는 반응. 마지못해 한다는 말은 "여름이라 상할 수도 있고 유통과정 중에 살짝 구멍이 나서 그럴 수도 있다"는,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였다. 이렇듯 한 번 피해를 본 소비자들은 계란 대하기가 영 찝찝하다. 영영 먹지 않을 수도 없고, 앞으로 어떻게 구매해야 이런 일을 당하지 않을 지 알 길도 없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같은 과정 속에 소비자가 영향력을 발휘할 공간은 없다는 점이다. 우리는 계란이 어디서, 어떻게, 왜 이런 지경이 됐는지 궁금했다. 

 

| 콜드 체인 도입 미비, 공신력 없는 평가기준, 무관심한 정부

류경선 전북대 동물자원과학과 교수(한국계란품질관리위원회 위원장)는 최근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계란 유통망을 꼬집어 지적했다. 여전히 원시적인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게 골자다. 그는 “집하장은 기본적으로 콜드 체인(cold chain·저온유통)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아직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고 갖춰지는 속도도 더디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생산된 계란이 곧바로 콜드체인에 들어가면 유통기한이 넉넉히 확보되지만 최소 3일 이상 상온을 거친 뒤 콜드 체인으로 옮겨질 경우 신선도가 상당히 떨어진다. 특히 노계에서 난 계란의 경우 이 부분에서 더욱 취약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영세한 소매상들은 경제적 이유로 콜드 체인 시스템을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 더구나 대규모 생산라인을 갖춘 기업들과 가격 경쟁을 벌여야 하는 입장에서 추가적인 비용을 쓰는 건 꽤 부담이다. 

류 교수는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도 강조했다. 류 교수에 따르면 현재 양계농가들의 어려움은 과잉 공급에서 기인한다. 기업형 농가부터 영세 농가들까지 질을 높이는 방향보다 생산량 증가에 치중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품질은 뒤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아직까지 '먼 산 불 구경'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난 8월 닭 사육농가들에서 닭 진드기 제거를 위한 맹독성 살충제 사용이 적발됐을 때는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계란 잔류물질 검사를 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해온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기도 했다. 계란의 등급 구별을 맡은 품질평가원도 나름의 기준을 세워 농가와 업체들에 제공하고 있으나, 필요성과 공신력에서 의문을 표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유통 과정의 특수성과 과도한 마진을 문제 삼는 지적도 나왔다. 하도봉 한국계란유통협회 사무국장은 “일반적인 생산품들과 달리 계란의 경우 유통자가 양계농가에 가서 직접 계란을 가져온다”며 “포장비와 인건비가 추가로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세간에는 도매상이 가장 많은 유통 마진을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최종적으로 마트가 가장 많은 마진을 남긴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 같은 문제들이 소비자들에게로 향하는 신선한 계란을 가로막고 있는 요소들이다.

(사진:Sonpichit Salangsing/shutterstock.com)

 

| 우린 신선한 계란을 먹을 권리가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개선의 실마리는 크게 2가지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는 유통구조의 개선이다. 일본처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복잡한 유통구조를 조금 더 단순화하는 방법이 꼽힌다. 콜드 체인을 갖춘 집하장을 늘리고, 그 반대급부로 유통 과정이 복잡해지는 부분은 따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둘째는 계란의 품질관리와 가격기준 조정에 있어 공신력을 갖춘 매뉴얼의 마련이다. 기본적으로 집하장을 비롯한 유통 과정에 종사하는 이들이 공정하고 투명한 계란 유통을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겠지만 그들 역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양계협회나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가 내놓은 단편적인 규정은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반응이 많다. 관련 단체들이 서둘러 논의 및 매뉴얼 구성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미약하게나마 국회 차원의 움직임이 눈에 띄는 건 반가운 일이다.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8월 허위 사진 등을 포장에 표시해 사육환경을 속이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놨다. 축산물의 사육방식에 대한 허위표시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영업정지 처분이나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닭장에 가둬 키운 닭이 생산한 달걀을 판매할 때 초원에서 방목한 닭 사진 등을 포장에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최 의원은 “가축 사육방식은 소비자의 식생활과 건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소비자가 식자재를 선택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며 “국민 건강과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축산물 사육방식에 대해 정확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취재·작성: 최은지, 박지수(스타트업캠퍼스 1기, Life Innovation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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