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되었든 '알'을 먹을 때면 묘한 죄책감이 든다. 달걀을 먹을 때도 그렇지만, 생선알을 먹을 때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달걀과 생선알 모두 무정란인 것은 안다. 암컷이 알을 뿌리고, 그 위에 수컷이 정액을 뿌려야 그제서야 진짜 '알'이 된다는 것은 잘 아는데도 그런 기분이 되고는 하는 것이다. 내가 이 명란젓 한 젓가락을 먹지 않았다면 몇 마리가 다시 살아서 명태가 되었을지, 그리고 자유로이 바다를 헤엄쳤을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은 마치 알껍질처럼 따라 붙는다.
하지만 명란젓을 집어 먹고 있는 내 처지를 생각해보노라면, 또 무엇이 그렇게 불쌍한가 싶기도 한 마음이 된다. 한 때 큰 이상을 가졌던 나라들도 삐그덕 소리를 내더니 기어코 분열되기 시작했고, 인류는 하나라고 공표했던 단체의 수장은 초라해졌다. 세계를 떠받들고 있던 나라는 이제 발을 쏙 빼고 담장을 치겠다 한다. 바야흐로 각자도생의 시대다. 내 밥그릇은 내가 챙겨야지,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각자도생. 삶을 모색하는 것은 살아있지 못한 사람들의 몫이다. 우리는 이미 죽었는지도 모르는데, 아직 깨어나지도 못한 알이나 나나 무엇이 그렇게 다른가 말이다.
| 혼자 먹기 : 명란젓
명란젓은 대개 알집을 그대로 팔지만 종종 알을 따로 파는 것들이 있다. 모양이 중요하지 않다면 이쪽도 저렴하고 나쁘지 않다.
명란젓을 기타 조리에 사용할 때는 양념을 씻어내는 것이 좋다.
알탕 등을 위해서 간을 하지 않은 명태알을 따로 판매한다. 생 명태알은 소금물로 터지지 않게 씻어 사용한다.
TIP 원래 색이 붉지만 너무 붉은 경우 색소를 첨가한 것일 수 있다.
| 명란젓 레시피 : 명란 크림 파스타
재료
명란 2개
양파 한 알
마늘 네 개
생크림 250ml
올리브유 한 작은 술
파스타 2인분(200g)
레시피
1. 마늘은 편으로 썰고, 양파는 채친다.
2. 명란젓은 흐르는 물에 잘 씻어서 알껍질을 까고 알만 따로 모은다.
3.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과 양파를 볶는다.
TIP 매운 고추를 조금 넣어주어도 좋다.양파가 반투명해지면 크림을 넣고 끓인다.
TIP 부글부글 끓어오르면 기포가 겨우 올라올만한 아주 약한 불로 놓고, 바닥이 타지 않게 가끔 저어준다.
4. 파스타 면을 삶는다.
TIP 물 1l, 소금 10g의 소금물에 1인분을 삶으면 딱 좋다.
TIP 면에 따라 삶는 시간이 다르니 포장지를 참고하면 좋다.
5. 소스에 파스타 면을 넣고, 불을 중불로 올린 뒤 잘 섞어준다.
6. 잘 섞인 면과 파스타에 명란을 넣고 다시 잘 섞어준다.그릇에 담고, 김가루를 뿌려내면 좋다.
/사진: 이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