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 ‘쇼퍼홀릭’에 빠지다
대륙, ‘쇼퍼홀릭’에 빠지다
대륙, ‘쇼퍼홀릭’에 빠지다
2016.11.11 18:51 by 제인린(Jane lin)

유커(Youke·중국인 여행객)들의 쇼핑 행태는 이미 정평이 나있습니다. 우르르 몰려 들어가,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나오는, 이른바 ‘싹슬이’ 쇼핑으로 유명하죠. 쇼핑을 향한 그들의 집념을 잘 보여주는 풍경입니다. 자국 내에선 어떨까요? 중국 최고의 쇼핑 축제라 불리는 11월11일, ‘광꾼지에(光棍节)’ 분위기를 살짝 들여다봅니다.

(사진:elwynn/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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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도심에 설치된 광고판에 11월 11일 ‘광꾼지에’를 알리는 각 업체의 홍보 광고가 눈에 띈다.

타오바오의 모 회사인 알리바바(alibaba,阿里巴巴) 측은 “올해 11월 11일 24시간 동안 약1천 100억 위안(약 20조원)의 수익을 거둘 것”이란 예상을 내놓았는데요, 이 천문학적인 예상 수익이 오히려 쇼핑의 열기를 키우는 양상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축제가 종료된 11월 12일 오전 6시. 타오바오에 입점했던 각 업체들은 제각기 자신들이 올해 최대 수익을 냈다며 또 다른 홍보에 열을 올렸습니다.

알리바바측은 베이징 차오양구(朝阳区)에 자리한 올림픽공원 중심에 커다란 전광판을 설치, 11월 11일 하루 매출액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며, 소비에 대한 욕구를 부추긴 바 있죠. 그 전광판은 온라인으로 24시간 생중계됐는데, 해당 내역을 보고 있는 이들이라면 수 천 억원에 달하는 폭력적 소비에 참가하지 않을 경우, 마치 뒤떨어진 사람이 되고 말 것이라는 조급한 마음이 들 수 밖에 없었죠.

이처럼 다양한 방식의 마케팅을 활용해, 지난해 단 하루 동안 알리바바가 벌어들인 수익은 912억 위안(약16조 4980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알리바바를 포함한 주요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같은 해 거둔 연간 총 매출액 1500억위안(약 27조 1869억원)의 절반을 넘어서는 수치죠.

베이징 지역일간지인 신경보(新京報)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최대 경쟁업체로 꼽히는 징둥(京東) 역시 11일 하루 전체 거래건수가 1억 건을 넘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동기 대비 130% 이상 증가한 주문 규모라고 합니다. 매출액도 140%이상 증가했고요.

특히 타오바오측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광꾼지에 행사를 전 세계 모든 국가에 거주하는 이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해 ‘티몰 글로벌 쇼핑 페스티벌’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알리바바의 티몰에 입점한 업체 가운데 약 4만 여 곳의 업체와 3만 여 곳의 브랜드가 할인행사에 참여하고 있죠. 올해에는 온라인 업체 뿐 만 아니라 오프라인 업체들까지 참여해 더욱 큰 규모의 축제 전야제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업체의 홍보와 정부의 적극적인 소비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과도한 소비를 부추기는 일회성 행사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여기엔 이유가 있습니다. 점점 커지는 행사 규모와는 반대로 여기저기서 소비자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죠. 현지 온라인 업체들은 할인 행사를 통해 500위안(약 9만원)어치 구매 시, 500위안의 쿠폰을 발행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골고 있는데, 이에 대해 “할인이 아니라 할인하는 척을 할 뿐”이란 지적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젊은이들은 중국의 최대 가입자 수를 자랑하는 sns 웨이보(微博)를 통해 “평소보다 가격을 2배 이상 높게 측정한 뒤 이벤트 할인처럼 보이게 했다”, “애초에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 문제다” 등의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죠. 행사의 수익 규모 이면에 자리하고 있는 ‘광꾼지에’의 맨얼굴을 비판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해 이 시기 폭풍같은 쇼핑 후 몰려든 택배 물류로 골머리를 앓은 각 택배 상하차장의 모습. (사진: chinanew.com 보도 사진 캡쳐)

일부 중국인들은, 업체 측의 ‘막무가내식’ 할인에 휘둘리기 보단 적당한 선에서 소비하는 문화로 조금씩 변화하려는 조짐을 보이기도 합니다. 비록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자극적인 이벤트를 내세운 업체 광고에 현혹되지 않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웨이보’ 등 보다 자유로운 소통 공간을 통해 내기 시작한 것이죠.

지난해에는 현지 유력 언론 ‘양성만보(羊城晩報)’가 소개했던 글이 재조명되며 분위기를 돋운 바 있는데요. 광꾼지에를 기념해 모 제품을 구매했다는 a씨가 광꾼지에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혜택 이면에 자리하고 있는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한 글이었죠.

a씨가 지적하는 광꾼지에의 허점은, 첫째 정품처럼 판매되는 것 가운데 상당수가 ‘모조폼’이라는 것이었죠. a씨가 구매했다는 '린다(Linda)'라는 침구세트는 가로1.2m, 세로 2m의 침구로, 본래 가격인 300위안인 것을 200위안에 구입했으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는 실제 제품과 비교해보니, 브랜드 명을 교묘하게 위조한 모조품에 불과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입니다.

a씨가 주장하는 또 다른 함정은 할인 행사에서 구입한 제품의 '애매모호한 질'입니다. 그가 구입한 침구의 재질은 '순면'이라 소개된 제품 설명서와는 달리, 실제로는 화학섬유가 많이 함유된 재질로 침구류로 사용하기에 불편한 점이 많았다는 것이었죠. 이 같은 불편 사유에 대해 해당 업체의 고객 센터에 항의하자, 업체 측에선 “오히려 화학 섬유가 포함된 재질의 침구류가 주름이 쉽게 생기지 않는 등의 장점이 있다”는 어이없는 답변을 내놓았다고 폭로했습니다.

그가 지적한 광꾼지에 행사 시 판매되는 제품의 또 다른 문제는 바로 이 때 판매되는 제품의 품질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소비자는 이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실제로 40% 할인율을 제공한 해당 제품을 구입 후 업체 측에 품질에 대한 항의를 지속했으나, 업체에선 “싼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입장에서 순면의 제품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비양심적인 행동이다”라는 답변을 받았다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일부 누리꾼 가운데는 광꾼지에 기간 동안 높은 할인율이 제공된 제품은 사실상 평소보다 2~3배 높은 가격을 책정, 마치 소비자로 하여금 ‘저렴한 가격에 쇼핑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뿐 사실상 제 가격을 주고 구매하는 저품질의 제품일 뿐이라는 지적도 많았습니다.

(사진:Pro_Vector/Shutterstock.com)

그런데 말입니다. 필자가 더 놀랐던 것은 11월 11일 단 하루만 진행된다는 슈앙스이 이외에도 중국에서는 매년 12월 12일 ‘슈앙스얼(双十二)’로 불리는 또 다른 쇼핑 데이가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에는 11월 11일 슈앙스이(双十一) 행사와 비교해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행사이지만, 중국 현지에서는 11월 11일에 쇼핑을 하지 못한 상당수 소비자들이 12월 12일 폭탄 세일을 활용해 쇼핑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명목 하에 대대적인 축제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죠.

실제로 중국에서는 광꾼지에 열풍이 중국 대륙을 뜨겁게 달군 지 한 달이 지났을 무렵 또 다시 '제2의 싱글데이'로 불리는 ‘슈앙스얼’가 열리며 연말연시 특수를 잡기 위한 판촉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됩니다.

특히 '지우링호우(90后, 90년대 출생자)'로 불리는 신세대 젊은 층을 잡기 위한 이벤트에 집중하는데, 지난해 이 시기 타오바오 측은 고객이 자신의 친구나 지인 1명 이상으로 '나의 목록'을 개설하면, 여기서 이뤄지는 매출 일부를 나의 목록 구성원들에게 나눠주는 일종의 ‘판매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 기간 동안 가전제품청소, 개인법률자문, 보모채용, 디지털가전 수리, 레크리에이션, 모닝콜 서비스 등 다양한 '체험 서비스 상품' 을 판매하고 이를 통해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대표적으로 타오바오에 등록된 10만 개의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전국 27개 도시를 대상으로 시간당 5위안에 제공하고, 방문수거 세탁 서비스를 옷 한 벌에 9.9위안에 제공하는 등의 서비스를 진행한 바 있죠.

더욱이 지난해 해당 쇼핑 축제에는 한국 전문의가 집도하는 무료 성형수술권이 행사 경매로 진행됐으며, 중국의 유명 여배우 ‘린즈링(林志玲)’과의 1대1 데이트를 1212위안에 경매하는 등 알리바바 그룹 뿐 만 아니라, 다양한 온오프라인 업체들도 참여해 다채로운 이벤트를 쏟아냈죠. 한 해의 마지막 쇼핑 기회인데다 업체들의 재고정리와 실적개선 의지까지 맞물리며 참여도가 크게 높아진 것입니다.

외국인의 눈으로 수 년 째 목격하는 이 시기 중국 쇼핑객들은, ‘남보다 더 싸게 더 좋은 물건을 다 팔려나가기 전에 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진 사람들로 보입니다.

마치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다짐을 한 이들처럼, 결제 버튼을 장전하고 11월 11일 자정 ‘0’시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 ‘더 높이, 더 멀리, 더 빠르게’라는 올림픽 정신에 고양된 채 1등이 아니면 기억조차 하지 않았던 시절의 우리들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하죠.

분명한 건 올해로 8회째에 접어든 이 같은 폭력적인 쇼핑 행사에 대해, 비록 일부이지만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때론 지나쳐 보이는 이들의 쇼핑 문화… 자성의 소리에 힘입어 보다 성숙질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가져 봅니다.

/사진:제인 린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중국은 여전히 낡고, 누추하며, 일면 더럽다. 하지만 낡고 더러운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중국은 그 역사만큼 깊고, 땅 덩어리만큼 넓으며,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꿈을 찾아 베이징의 정착한 전직 기자가 전하는 3년여의 기록을 통해, 진짜 중국을 조명해본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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