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시위요? 모이기만 해도 몽땅 잡혀갔어요”
“70년대 시위요? 모이기만 해도 몽땅 잡혀갔어요”
2016.12.29 15:40 by 스타트業캠퍼스

| 격동의 시대를 직접 목격한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순옥 의원에게 2016년의 집회를 묻다.

2016년이 저물어간다. 후세는 대한민국의 2016년을 '촛불의 해'로 기억할 것이다. 11월부터 서울 광화문 일대에는 평화의 촛불이 넘실거렸다. 격동의 현대사와 과격했던 시위들을 경험했던 국민들에게 이렇듯 평화로운 집회는 사뭇 낯설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민주화 운동, 노동 운동 등 각종 집회의 중심에 서있었던 사람은 이날의 집회를 어떻게 봤을까?

지난 11월 14일, 46주기 추모행사를 마쳤던 고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이자, 올해 초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의 15번째 주자로 올라와 화제가 되었던 전순옥 전(前)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전순옥 전 의원(사진: 전순옥 블로그, http://blog.naver.com/sparksoon)

항상 ‘전태일의 동생' 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지만, 전 의원의 이력은 수식어를 능가할 정도로 다양하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노동운동을 지원했고, 영국 유학을 통해 노동학 박사학위를 받아온 그녀는 19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현재는 소상공인정책연구소 소장으로서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데 힘쓰고 있다. 전순옥 전 의원을 만나 과거의 집회 모습과 현재 달라지고 있는 집회의 모습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본인이 참여하고 목격했던 과거 집회(시위)의 모습은 어떠했나.

"첫 시위는 1973년으로 기억한다. 시위라기보다 데모에 가까웠다. 노동자들이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여 그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한 진상규명 운동이었다. 1977년도에는 동일방직 노동자들이 똥물을 뒤집어쓰는 사건이 있었다. 70년대에는 시위를 하기 위해 모이기만 하면 잡혀갔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화염병 같은 건 상상도 못했다. 화염병이 등장한 건 1980년이었다. 당시엔 왜 그렇게 폭력적이었을까? 개인적으론 막는 쪽에서 작은 움직임에도 강하게 대처하면서 폭력을 유도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집회를 통해 잘 드러나지 않았나. 청와대 800m 허용 등과 같이 정부가 비폭력적으로 시위에 대응하니, 여러 시민단체와 군중들도 자연스럽게 평화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올해 집회에는 10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지만, 특별한 폭력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언론을 통해 ‘100만’이란 숫자가 여러 번 거론됐다. 100만이라는 숫자가 갖는 상징성은 무엇이라고 보나.

"역사적으로 민주주의는 국민의 피를 먹고 자랐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됐다. 그렇게 겨우겨우 민주주의를 이뤄 놓았는데, 또 다시 독재보다 비정상적인 국가가 되어 우리나라의 위신을 떨어뜨렸다.  외교를 망하게 하고, 희망을 잃게 하자 국민 모두가 ‘나의 일’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고등학생들도 말이다. 이제 어린 친구들도 정치적인 것들이 자신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해외 언론들은 이번 집회를 매우 주목하던데, 그들에겐 다소 낯설게 보이는가 보다.

"나는 1989년에 해외로 나가 십여 년을 살았는데, 늘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자랑스러웠다. 대중이 모여서 시위를 하는 문화는 우리나라가 잘 발달되어 있다. 아쉬운 건 노동자에 대한 권리다. 외국과 우리는 문화적으로 다른 면이 있는데, 특히 노동자 투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매우 잘 되어있다.

2000년 초에 프랑스에서 한 사건이 있었다. 프랑스의 환경미화원 분이 해고를 당하자, 파리에 있는 모든 환경미화원들이 노동운동을 하기 시작했고 파리 도심은 쓰레기로 넘쳐났다. 이 때 프랑스 국민들은 청소하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며 환경미화원의 노동권을 존중해주었다. 이렇게 노동자들의 권리를 배워 나간 것이다. 1999년 영국 런던에선 대학입시날 지하철 파업 사건이 있었다. 이날 영국에선 모든 국민이 자발적으로 시험장으로 가는 수험생을 태워다 줬다. 우리 같으면 ‘수능 응시생’을 볼모로,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려 한다고 비난했겠지만 그들은 그렇게 지하철 노동자의 노동권을 존중해준 것이다."

전 의원은 “이제 어린 친구들도 정치적인 것들이 자신과 관련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사진: 전순옥 블로그, http://blog.naver.com/sparksoon)

-집회의 의미를 더하기 위한 다음단계는 무엇이라고 보나.

"정치권(여 야)에서 정략적인 판단은 잠시 접어두고 ‘국가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국내외적으로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고, 성숙하게 변할 수 있다. 오히려 민주주의의 저력이 있다고 재평가되고, 대통령이 잘못했을 때 국민 요구를 받아들이는 나라로 부각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의에 빠져있는 국민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사실 요즘 지나가는 청년들만 봐도 마음이 너무 아프다. 우리나라를 짊어지고 갈 대들보인데, 이 청년들이 갈고 닦아 준비한 실력, 각자 가지고 있는 재능, 창의력, 상상력을 발휘할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기울어진 국가를 일으켜 세우고 산업정책, 노동정책, 경제정책을 바로 잡아서 340조의 예산을 효과적으로 집행한다면 청년들은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고, 기력을 펼칠 수 있다. 이게 우리나라의 원동력이다. 앞으로 국민들이, 특히 청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취재·작성: 표동열, 이종진(스타트업캠퍼스 1기, Social Innovation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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