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마할 100% 즐기기
타지마할 100% 즐기기
2016.12.12 16:01 by 성서빈

“납치된 부인을 간신히 찾았는데…, 육교 위에서 팔․다리가 잘린 채 구걸하고 있더래…”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중국의 실크로드 여행을 계획하며 각종 후기를 검색할 때였다. 당시는 실크로드 여행이 ‘오지탐험’ 정도로 여겨질 때였다. 인도-파키스탄을 묶어서 배낭여행으로 다녀오는 사람이 많았던 이유도 그래서다.

덩달아 인도 관련 여행 후기도 많이 봤는데, 일명 ‘신혼부부 납치사건’도 그때 접했던 후기였다. 지금까지 회자되는 인도의 유명 괴담 중 하나이기도 하다. 처음 들었을 때는 얼마나 오싹하던지. 첫 중국 여행 전에 ‘오토바이 타고 다니면서 도끼로 사람 머리를 찍는다’는 뉴스를 볼 때가 차라리 덜 끔찍하단 느낌을 가졌었다. 결국 혼자서 하는 첫 배낭여행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대로 이어오는 공포 괴담과는 달리 인도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딱 그만큼의 사기와 거짓말이 판을 친다. 인도여행을 하는 우리에게 적당할 정도의 단속과 마음가짐이 필요한 이유다.

사기와 거짓 정보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지난번 소개한 것처럼, 인도는 최근 일어난 화폐 개혁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이로 인한 ‘루머’도 만연하다. ‘타지마할 푯값이 750루피에서 1,000루피로 올랐다’ ‘구권을 받아주지 않아서 신권 2,000루피를 내면 거스름돈을 안 준다더라’, ‘누구는 구권을 받아줬다더라, 카드는 안 받는다더라’ 같은 말들.

여러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며칠 동안 은행을 방문해 신권을 환전, 인출하고 잔돈을 긁어모아 ‘아그라’(타지마할이 위치한 지역)로 여행을 갔다. 막상 가서 확인해 보니 소문은 반만 맞았다. 구권과 카드는 받지 않지만, 다행히 거스름돈(100루피 지폐로 열 장)은 잘 주었다. 다만 우리는 비교적 아침 일찍 가서 거스름돈이 충분했을 수도 있다. 여행자들이 자체적으로 준비하는 게 안전하다는 것을 일러준다.

“다른 길로 갈 거야, 걱정 마.”, “50루피야...... 인당.”

- 타지마할 오토릭샤 기사 -

렌터카를 타고 타지마할을 가는 경우 보통 도착하게 되는 타지마할 동문 주차장 매표소를 입구로 착각해선 안 된다. 타지마할 정문까지 1킬로미터 정도를 더 걸어 올라가야 한다. 가는 길이 덥고 그늘이 부족하기 때문에 보통은 무료 전기차를 기다려서 여러 사람과 함께 탄다. 작년에 타지마할에 방문했을 때는 줄 서서 기다리던 전기차가 올해는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고, 대신 잔뜩 찌그러진 작은 버스가 오면 인도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올라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타지마할 티켓: 표값 500루피(8천6백원 상당), 세금 500루피 해서 1,000루피이다. 이 표를 종일 가지고 있어야 구매 당일 같이 방문하는 아그라 요새, 파테푸르 시크리(무굴양식 고성), 악바르 무덤 등에서 표를 살 때 세금을 다시 내지 않는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할 수 없이 마차의 마부나 오토릭샤(인도의 삼륜 택시) 기사와 흥정해야 했는데, 마부는 인당 20루피면 될 거리를 50루피를 불렀다. 결국 오토릭샤를 탔다. 그런데 100루피 받겠다는 이 기사는 우리를 태우더니 갑자기 뒤로 휙 돌아 다른 길로 가는 게 아닌가? 깜짝 놀라 차를 세우고 물어보니 가까운 동쪽 문이 아니라 다른 문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부리나케 오토에서 뛰어내렸다.

마차가 가득한 타지마할 입구

명심하라. 절대, 절대 원래 흥정과 달리 다른 길로 간다는 오토릭샤나 택시를 타지 말 것. 원하지 않는 쇼핑이나 추가 지출을 하게끔 강요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다시 노선을 바꿨다. 사람 좋아 보이는 마부를 잘 구슬려 3.5명에 100루피로 흥정을 하고 마차에 올라탔다. 오히려 아이가 마차를 재밌어하여 방금 전의 소란을 금세 잊었지만 다시금 생각해도 등줄기는 서늘케 한다. 스스로의 결정 범위를 벗어나 버리는 그런 상황들은 말이다.

“가이드 없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을걸!”

- 친절한 듯 친절 아닌 친절 같은 매너의 로컬 가이드 -

어디서든 여행자를 친절하게 맞아주면 반갑기도 하지만 무섭기도 한 것이 인지상정. 뉴델리에서 차를 렌트해 아그라로 간 우리에게 운전기사가 입버릇처럼 한 말은 “위험하니까 ‘로컬 가이드’를 이용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실 우리도 이용할 생각은 없었다.

타지마할이 남쪽을 마주하고 있어서 건물 전체가 종일 밝게 빛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인간이 만든 단 하나의 무언가를 남길 수 있다면 타지마할을 남기겠노라는 말에 깊이 공감하며...

직장이 한국문화원에 있다 보니 ‘타지마할 유적지 오디오가이드’ 한국어 번역작업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안내 내용을 이미 잘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아름다운 건축물을 거닐면서 누구도 말을 걸지 않는 평화로움을 느끼고 싶었다. 그러나 그건 나의 바람일 뿐이고.

이날 우리는 타지마할, 아그라 요새, 파테푸르 시크리를 갔는데 가는 데마다 로컬 가이드가 기승을 부렸다. 가이드가 없으면 너는 무엇을 보는지도 모를 거라는 둥, 가이드비가 아주 싼데(300루피) 같이 들어가자는 둥, 모르는 척 대답을 하지 않고 있으면 안까지 따라와서 마음대로 안내를 시작하기도 했다.

사실 이들이 위협적인 인물들이라기보다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안내한다는 것과 안내가 끝나고 나오는 길에 지인(또는 본인)의 기념품 가게나 식당으로 가도록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이 문제다. 모쪼록 여행자 여러분께서는 현명한 선택과 신중한 가방 단속을 하시길.

 

  타지마할의 ‘믿거나 말거나’

뭄따즈 마할이 유언으로 남편에게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말고, 그녀를 위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무덤을 지어줄 것을 부탁했다? 기록에 없는 상상 속의 이야기라고 한다. 샤 자한이 강 건너편에 검은색 타지마할을 지어 자신의 무덤으로 삼고자 했다?  이 이야기는 장 밥티스테 타베르니에라는 17세기 유럽 여행자로부터 온 이야기인데 증거도 없고 이후 해당 지역에서 발굴된 흔적이 없다고 한다.타지마할이 제로니모 베로네오라는 베네치아 건축가에 의해 건설되었다? 이 역시 스페인 수사인 세바스티안 만리케의 이야기로부터 나왔지만, 관련 기록이나 증거가 전혀 없다고 한다.샤 자한이 타지마할을 지은 기술자들을 감옥에 가두거나 죽이고, 눈을 멀게 하거나 오른손을 잘랐다? 타지마할에서 볼 수 있는 석공들의 흔적은 이 지역 다른 유적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과 일치하는데, 이것은 같은 사람이 작업한 것임을 의미한다고 한다. 로컬 가이드와 함께 타지마할에 들어가면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가이드와 함께 가서가 아니라, 하이밸류 티켓이라고 부르는 1000루피짜리 외국인 전용 티켓-인도인 전용 티켓은 40루피-을 사면 원래 우선 입장이 된다.로컬 가이드만 아는 기막힌 사진 포인트가 있다?  그런 거 없다. 사람 눈썰미는 다 똑같다.

아그라 요새에서 아련히 보이는 타지마할: 무굴 황제 샤 자한은 아들에 의해 타지마할이 보이는 아그라 요새에 유폐되었다.

“표라도 내놓고 가라.”

- 파테푸르 시크리(Fatehpur Sikri) 앞 어린애들 -

파테푸르 시크리까지 무사히 돌아보고 나오는 길이었다. 꾀죄죄한 여덟아홉 살가량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모여서 말을 계속 걸더니 사진 찍는 우리의 말을 듣고는 “한국 사람이구나!”라면서 좋아했다. 우리가 “하나, 둘, 셋!”을 외치는 것을 알아들은 것이다.

친근하고 순진한 얼굴이지만 여러 아이들이 둘러싸면 대개는 소매치기 사고가 생기기 때문에 정신을 챙겨야 한다. 이 아이들은 소매치기는 아니었지만 파테푸르 시크리 표를 달라고 한다. 어른들이 시켜서 하는 일이겠지만 이 표를 받고서 무슨 일을 하려고 그러나 싶어서 아이들의 허물없는 태도부터 의심하게 된다. 표에는 인상된 푯값이 아직 반영되어 있지 않고, 이들이 표를 복사하거나 세금할인 명목의 속임수에 사용할지 모르니 절대 주지 말 것을 권장한다. 표를 꺼내고 어쩌고 하면서 다른 물건의 분실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알 이즈 웰!

길거리의 거지까지도 삶의 진리를 깨달은 나라?! 한국인들에게 인도 여행이 크게 유행하게 된 것에는 뭐니뭐니해도 여행자의 영혼을 일깨워준 류시화 시인의 글이었으리라. 하지만 사람 사는 곳에 어찌 불행이 없겠는가? 인도의 계급차와 빈부격차만을 봐도 답이 없는데.

하지만 인도인들이 상황에 대처하는 자세를 보면 일견 달관한 듯 보이기도 한다. 바로 그들의 “No, problem!”. 무엇을 물어봐도, 어떤 상황에서도 “괜찮아!”라고 하곤 하는데, 당최 해결된 것이 없어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도 남발하는 말이다. 그러니 ‘자세히 생각해 보면 괴로울 것이 없다’는 법륜 스님 말씀처럼 이러한 그들을 깨달았다고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무성의와 무책임에 질려 정나미가 떨어지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인도 여행자들은 딱 두 갈래로 나뉜다는 말이 있는 것 같다. 다시 오는 사람, 다시는 오지 않는 사람.

대기오염으로 시야가 흐릿한 공원에서 크리켓을 하는 아이들: 겨울철 뉴델리는 대기오염이 WHO 초미세먼지 기준치의 수배를 능가한다. 호흡기 건강을 위해서라면 뉴델리에는 제발 짧게만 계시라.

 

/사진:성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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