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서울시는 공유도시 선언을 하고 공유경제 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꽤 익숙한 서비스인 카 쉐어링, 장난감 대여 서비스, 그리고 집을 공유한다는 셰어하우스 등이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모델입니다.
공유경제가 주목 받으면서 기존의 복지관련 단체와 사회적 기업에서도 공유경제 모델을 적용해 보려는 시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잘 기획되지 못한 공유경제 시도는 그저 그런 대여 서비스에 그치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공유경제가 기존의 물품 대여 서비스와 차별점을 가지고 성장의 추진력을 가지게 하는 주요 요소를 잘 파악하고 신중한 사업 기획이 필요합니다.
| 기존 대여 서비스와 무엇이 달라야 하나
사실 자동차, 장난감, 책 등 일정기간 동안 비용을 지불하고 원 소유자에게 빌리고, 빌려주는 비즈니스 모델은 예전부터 존재해왔습니다. 렌터카가 있고, 동네 장난감 대여점이 있고, 하숙집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도 아주 오래 전부터 비용을 내고 서로 공유하는 비즈니스였습니다. 그렇기에 공유경제 사업이 시작될 때, 기존 대여사업과 자연스레 비교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가격적인 면에서 기존 대여사업과 경쟁할 수 있을까요?
가능한 부분도 있을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공유경제는 후발주자이고 자본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격경쟁을 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전략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공유경제가 성공하려면 가격 경쟁력 보다는 그 사업 자체에 담긴 철학과 가치를 매력적으로 포장하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 예로, 젊은이들이 함께 모여 사는 셰어하우스의 선두주자인 우주(woozoo)가 있습니다. 우주에서는 여러 종류의 셰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월 이용료를 살펴보면 저렴하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떤 곳은 너무 비싸다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가격만 본다면 일반 하숙집이나, 고시원이 더 경쟁력 있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에 입주하려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이 곳이 단순히 숙박을 해결해 주는 장소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즐거운 주거문화를 제공 한다는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가치를 부각시키기 위해 각 셰어 하우스별로 다양한 테마를 제시하고 있고, 그렇기에 우주는 하숙집, 고시원 같은 기존 공동 생활 시설에 비해 경쟁력있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스토리는 우주의 창업스토리를 담은 책 '가치에 가치를 담다' 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 기존 서비스와의 갈등, 법적 문제도 해결해야
공유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또 한가지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기존 서비스와의 갈등, 법적 문제입니다. 자신의 자동차를 이용해 일종의 카풀(Car pool)처럼 자동차를 공유하도록 해주는 우버(Uber)는 기존 택시 시장과의 갈등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세계 각국에서 승객 운송과 관련한 여러 법규 조항을 위반한다는 판단이 내려지면서 우버에 대한 영업금지 경고가 내려지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공유경제 기업 중 하나인 에어 비앤비(Air BnB) 역시 유사한 갈등을 빚었습니다. 초기 일반 가정의 남는 방을 공유하자는 개념에서 변화해, 전문 숙박업소처럼 운영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탈세 및 불법 숙박업에 이용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 것입니다. 실제로 뉴욕 등에서 대대적인 단속이 시행되었지요.
| 여전히 중요한 것은 사람
나 혼자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유경제에서 누구와 함께 공유하느냐는 정말 중요합니다. 에어 비앤비(Air BnB)는 빌려준 집 주인을 평가할 수 있게 해 놓아서 여행자가 안전한 집과 집 주인을 만날 수 있도록 합니다. 앞서 말한 우주도 입주자를 뽑을 때, 선착순이 아닌 매니저의 심도 있는 인터뷰를 통해 함께 생활할 사람들과 잘 어울릴 만한 사람을 입주자를 선발하고 있습니다.
이런 평가 시스템이 있지만 그래도 사람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이라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 미국에서 공유 택시 서비스인 우버(Uber)의 운전사가 승객과 비용 문제로 시비가 붙어 승객을 폭행한 사건이 뉴스화 되었습니다. 그리고 에어 비앤비는 예약했던 숙소의 집주인이 갑자기 일방적으로 개인사정이 있다며 예약을 취소시켜 여행이 엉망이 되어버렸다는 후기가 꽤 있습니다. 이런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한다면, 공유경제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이 쌓을 것이고, 결국은 다시 각자 개인이 소비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결론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공유경제가 진정한 우리 사회의 새로운 활력소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최근의 시행착오들을 되짚어 보고 재정비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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