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썩는 제품으로 속 썩이는 사회문제 해결하다
잘썩는 제품으로 속 썩이는 사회문제 해결하다
잘썩는 제품으로 속 썩이는 사회문제 해결하다
2014.09.30 08:30 by 더퍼스트미디어
  친환경 사회적기업, 그 숨겨진 이야기   

친환경제품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착한 기업이 있다. 종이컵, 양말, 드레스 등 다양한 상품들을 친환경 재료로 만들고, 그 수익금으로 소비자 권리, 지역공동체, 제3세계 기아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 상품제작부터 판매 수익을 활용하는 전 과정이 ‘착한’ 기업을 만나봤다. 그 주인공은 한국설란, 대지를위한바느질, 콘삭스 등 세 곳이다.

  | 친환경제품으로 지역공동체 살린다 '대지를위한바느질'  

(좌)친환경 소재로 만든 드레스와 턱시도.(우)친환경소재 넥타이와 머리장식, 액자로 재활용 가능한 청첩장 /대지를위한바느질 제공


 

170만 벌.

일 년에 버려지는 웨딩드레스 수다. 평균 4~5회 대여된 드레스는 폐기된다. 2008년, 이경재(34) 대지를위한바느질 대표가 친환경 드레스를 제작하는 사회적기업을 설립한 이유다. 이 대표는 결혼식으로 비롯되는 환경문제를 옥수수, 쐐기풀, 한지에서 해답을 찾았다. 자연의 재료에서 추출한 섬유로 드레스를 만들면 땅에 버려도 잘 썩기 때문이다. 그녀는 “천연재료로 만든 드레스는 일반 웨딩드레스보다 아이보리 빛이 돌지만, 예식장에서는 눈치 채기 어렵다”면서 옥수수 섬유로 만들어진 원단을 직접 보여줬다. 순백색과 다른 은은함과 화사함이 느껴졌다. 보통의 웨딩드레스는 표백 후 형광증백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화학약품이 다량 소비돼 수질오염과 피부질환을 일으킨다. 친환경 섬유는 고급 천연섬유인 실크 가격의 3분의 1수준이라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합성섬유보다는 20~30%가량 비싸지만, 환경파괴를 막는다는 점에서 각각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결혼식이 끝나면 일상복으로 입을 수 있게 수선도 해준다.

 

옥수수원단으로 작업 중인 이경재 '대지를위한바느질' 대표/대지를위한바느질 제공


 

대지를위한바느질은 ‘강남을 거치지 않으면 결혼하기 힘들다’는 업계 관례에 정면 승부를 걸었다. 보통의 경우, 소상공인들은 대형 웨딩업체에 30%에 달하는 높은 중개 수수료를 내야 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예비부부의 몫이 된다. 반면, 대지를위한바느질은 드레스뿐만 아니라 행사 음식, 꽃장식, 신부 화장, 예물, 청첩장 등 모든 결혼준비를 지역 소상공인과 함께 기획한다. 수수료는 물론 결혼 비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상부상조’를 강조한다. “환경과 마을공동체는 ‘공존’이라는 철학 안에 함께 담을 수 있다”는 것. “결혼이란, 녹색 가정이 확산되는 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에코 웨딩으로 전기를 더 아끼고, 에너지도 절약하는 친환경적인 가정이 더 많이 탄생할 거라 믿습니다.”

  |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판매한다 '한국설란'  

“화려함에 지친 소비자들이 빈티지한 매력에 빠진 것 같습니다.”

이효(45) 한국설란 간사는 회사의 대표상품인 친환경종이컵을 손에 쥐고 이렇게 말했다. 친환경종이컵은 표백을 하지 않아 누르스름했다. 형광 제품이나 표백제를 사용하지 않아 제작 및 폐기 때 환경파괴가 덜한 제품이다. 지난 7월 25일,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한국설란 방이점에는 억새 젓가락, 종이 호일 등 빈티지한 제품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한국설란은 친환경녹색운동본부의 자회사다. 2013년, 서울시의 지원으로 친환경녹색운동본부에서 중소기업의 친환경제품을 홍보하기 시작했는데, 구매 문의가 쇄도해 그 해 7월 한국설란을 설립했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보다 편리하게 구입 할 수 있도록, 각 회사의 친환경제품들을 이곳에 한 데 모아 판매하고 있다.

 

친환경 억새젓가락과 친환경 종이컵/한국설란 제공


 

소비자의 요구로 설립된 만큼, 한국설란은 어떠한 제품을 판매할 것인지를 소비자가 직접 결정한다. 이를 위해 친환경녹색본부 소속 회원 중 일일 방문객이 1천 명 이상인 블로거 55명을 평가단으로 선발했다. 매달 새로운 제품을 직접 사용하게 한 후, 55명 중 80%(44명) 이상 동의하면 한국설란의 인증마크를 부여해 판매하는 것. 한국설란의 제품 판매는 전적으로 소비자들의 손에 달린 셈이다.

“등록 시 100만 원, 매년 사용료 100만 원을 내야 하는 정부의 친환경인증마크와 달리, 한국설란인증마크는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생산업체에 판매대리점에 수수료를 지불하라고 요구하지도 않고 월 5만 원의 회비가 전부죠.”

소비자의 의견을 중시한 덕분일까. 한국설란은 현재 오프라인 대리점 21곳, 온라인대리점 19곳을 거느린 중견 업체로 성장했고, 올 상반기 매출액도 1억 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복병이 있었다. 바로 중국이다. 억새 젓가락은 한국설란의 대표상품이다. 한국에서 자란 1년산 억새를 자연 건조해 만든다. 그러나 2013년 8월 이후 생산을 멈췄다. 납품가가 10분의 1에 지나지 않는 중국산 젓가락 공세에 무너진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설란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요청했다.

“친환경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공급이 많아지면 기업은 생산 단가도 낮출 수 있고 재고에 대한 부담도 줄어듭니다. 최종적으로 소비자 가격 또한 낮아질 수 있죠.”

 

친환경 주방용품/한국설란 제공


 

‘무관심, 무의식’. 설란의 꽃말이다.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무관심하게 사용하는 생활용품을 하나하나 되돌아보고 있는 한국설란. 소비자를 중심에 둔 이들의 진정성은 일상의 작은 것을 바꿔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다.

  | 옥수수 양말로 기아문제 해결하다 '콘삭스'  

친환경제품으로 제3세계 기아문제를 해결하는 기업도 있다. 옥수수로 만든 양말을 판매하는 콘삭스다.

“면은 천연소재라 친환경이라고들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작물 가운데 수분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해서 지구의 수분균형을 해칠 수 있어요. 돈이 된다는 이유로 목화재배가 난립해 한반도 크기만 한 아랄해 호수가 20년 만에 없어져 버린 것을 보아도 알 수 있죠.”

이태성(31) 콘삭스 대표가 제3세계를 위한 사회적기업을 설립한 계기를 설명했다. 양말을 제작하려고 보니, 소재로 쓰이는 면이 여러 문제를 갖고 있단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 제3세계 여성과 아이들이 목화 재배 노동에 시달리며 박해를 받는 현상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찾은 것이 바로 옥수수다. 옥수수 알맹이와 줄기, 대를 한데 모아 공정과정을 거치면 투명한 알맹이가 나온다. 이것을 녹여서 솜을 만든 뒤 실을 뽑아내면 옥수수 섬유가 되는 것. 옥수수 한 개로 양말 두 켤레를 만들 수 있다.

 

옥수수로 만든 양말/콘삭스 제공


 

“옥수수 섬유는 생산 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터 같은 합성섬유의 30% 에 불과합니다. 흙에 매립하면 1년 이내에 분해됩니다. 또한, 인체와 가장 유사한 수소이온농도인 5.2∼8.0을 유지하고 있어서 아토피나 습진 등의 피부 트러블도 막아 주죠.”

친환경 아이디어로 시작한 콘삭스는 2011년 고용노동부에서 시행한 ‘청년 등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서 당선돼 설립됐다.

위안부 할머니가 그린 그림으로 만들어진 콘삭스 양말 /콘삭스 제공


콘삭스는 친환경 제품을 통해 제3세계 노동 및 기아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콘삭스는 김순권 박사의 옥수수재단과 MOU를 맺어 식량 부족국가인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 옥수수 농장을 짓고 있다. 부르키나파소의 인구 대부분은 농업에 의존하고 있지만, 교육과 시설이 부족해 제대로 된 농사를 짓지 못하고 있다. 빈곤과 기아의 악순환을 막고 이들의 식량 자립을 위해 콘삭스 역시 팔을 걷어붙였다.

“콘삭스 판매수익의 10%를 기부하고 있습니다. 양말 한 켤레를 판매하면 한 사람이 일주일간 먹을 수 있는 옥수수 4kg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옥수수를 원자재로 양말을 만들면서 옥수수로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모순이라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친환경기업으로서 현존하는 사회문제를 외면할 수 없었다 ”고 털어놓았다.

현재 콘삭스의 연간 매출액은 2억 원. 이 대표를 포함해 5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올해는 비수기인 여름에도 매출이 크게 늘었다. 이 대표가 ‘인간찌라시’라 불릴 정도로 홍보에 열을 올린 덕도 있지만, 그는 “세월호 사태 등으로 나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하며 한가지 작은 바람을 전했다.

“아침마다 새 양말을 신고 집을 나서잖아요. 하루의 시작을 친환경 양말과 함께하면서 일상 속 환경의 가치를 느꼈다면 좋겠어요.”

 



글/이담미
이담미
소셜에디터스쿨 청년세상을 담다 1기
취재하는 2주 내내 부담감 때문에 불편했다. 글이 재미가 없다는 지적도 자주 들었다. 하지만 여러 기자분들의 조언을 듣고 글을 써 가면서 편하고 재미있어졌다. 그저 재밌어서 공익활동을 해왔고, 재밌어서 기자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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