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가져다 준 놀라움, 울산 대왕암공원
우연이 가져다 준 놀라움, 울산 대왕암공원
2016.12.28 19:00 by 이한나

'대왕암공원'.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그러니 몇 년 만에 들르게 된 울산에서 대왕암공원을 방문하게 된 건 꽤 놀라운 사건(?)이었던 셈이다.

부산과 울산이 지근거리라고는 하지만, 필자에게 울산에 대한 정보는 많이 없는 편이었다. 그런데 마침 일정 사이 시간이 붕 떠버렸고, 그 시간을 보다 알차게 보내기 위해 뒤늦게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최종 행선지는 대왕암공원. 울산 12경에 들어갈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 담긴 그곳의 사진이 마음을 두드린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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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를 타고 근처 큰 길까지는 수월하게 도착했다. 하지만 꼭 큰 길에서 다시 32번 마을버스를 타고 대왕암공원까지 들어가야 한다. 필자는 괜히 걸어갈 수 있을 것만 같아 버스를 타지 않았는데, 행인도 거의 없는 길을 생각보다 많이 걸어야 해서 ‘괜히 왔나’ 하는 서글픔마저 들었다. 게다가 입구로 가는 길목은 공사가 한창이었다.(당연히 나갈 땐 마을버스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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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입구에 다다르니 둥그렇게 밀집된 편의점, 식당 등의 편의 시설들이 눈에 띈다. 종류도 참 다양하게 조성되어 있었다. 아주 긴 코스의 산책로는 아니지만 그래도 소중한 체력을 위해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하나 사들고 나왔다. 그 순간 눈에 띈 건, 아주 커다란 용 모양의 미끄럼틀이 있는 ‘미르놀이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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늠름하게 서 있는 용은 미끄럼틀이라고 하기에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멋'을 자랑한다. 제법 쌀쌀한 날씨임에도 신나게 뛰어 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공원에 생기를 더해주었다. 처음 이 용 미끄럼틀이 만들어질 당시, 하루 평균 400여 명이 방문했을 정도로 울산 내에서 화제가 되었던 곳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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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암은 간절곶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뜨는 곳이다. 대왕암으로 향하는 길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뉘어져 있는데 남근암, 탕건암 등 대왕암 외에도 멋진 풍경들을 많이 볼 수 있으면서 가장 긴 A코스, 울기등대와 대왕암으로 곧장 갈 수 있도록 중앙을 가로지르는 B코스, 고동섬 전망대 쪽으로 빠져 해안산책로를 거쳐 대왕암으로 가게 되는 E-C코스가 그것이다. 물론 대왕암공원과 다소 거리가 있는 왼쪽 끝 슬도에서 해안산책로로 대왕암까지 가는 긴 코스도 있다. 아무튼 선택은 여행자의 몫이다. 어떤 곳으로 가도 울창한 숲과 푸르른 바다, 파도 소리와 바다냄새를 만끽할 수 있다.

A코스에 가장 마음이 끌렸지만, 애초에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온 것이기에 B코스로 갈 수밖에 없었다. A코스의 여러 바위와 굴을 보는 것은 다음으로. 그래도 널찍하게 닦여 있는 울창한 숲길을 걷는 기분은 정말 상쾌했다. 그리 따뜻한 날씨가 아니었음에도 이미 연인, 가족 등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1백여 년의 세월을 견디며 자라온 키 큰 소나무들을 보며 시간을 견디는 자연의 위대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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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동남단, 그 중에서도 동해 쪽으로 가장 뾰족하게 나온 부분의 끝! 대왕암공원은 동해안 특유의 장엄하고 경건한 바다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일 수밖에 없다. 대왕암공원이 유명해진 일차적인 이유는 그것이지만, 동해의 길잡이 역할을 담당해 온 '울기항로표지소(울기등대)'가 있는 곳이라는 사실도 이 유명세에 한 몫 한다. 해송의 끝에서 마침내 울기항로표지관리소를 마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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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암’이라는 이름은 과거 신라시대 문무대왕비의 넋이 문무대왕과 함께 동해를 지키다가 대왕암 밑으로 잠겨 용신이 되었다고 해서 붙은 것이다. 대왕암 가까이에 위치한 울기등대는 일본이 1905년 2월 러일전쟁 시 군사 목적으로 설치한 것이라고 한다. 호국의 영과 러일전쟁, 역사의 아이러니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조선시대에는 목장으로 사용되었던 이곳에 등대가 건립된 것은 1906년 3월 24일의 일이다. 이후 지금까지 동해안을 따라 항해하는 배들의 충실한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다고. 처음에는 등대 가까이에 굳이 가야 할까 싶었지만, 작은 무신호기 전시관을 보고 울산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등대인 울기등대 구 등탑 내부까지 들어갈 수 있으니 놓치지 않는 편이 좋다.(매주 월요일 휴관, 개방시간은 하절기 오전 10시~오후6시, 동절기 오전 10시~오후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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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를 둘러보고 나니 바다가 더욱 보고 싶어졌다. 대왕암으로 가는 발걸음이 자연스레 더욱 빨라진다. 그리고 마침내 대왕암으로 향하는 철교가 시야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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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나고 자란 부산 토박이라 바다는 필자에게 원체 익숙한 곳이다. 그런데 이곳의 바다는 무언가 달랐다. 약 5-10분 정도 걸으면 대왕암까지 닿게 되는데, 거기까지 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의미 있게 느껴질 정도의 절경이었다. 노란 빛을 띄는 신비로운 바위와 강렬한 바다색, 파도… 입구를 코앞에 두고 그냥 돌아갈까 생각했던 스스로가 한심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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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동해는 뭔가 달랐다. 그저 가만히 계속 바라보고 싶었다. 하지만 도착을 너무 늦게 했기에 만족할 만큼 오래는 머무르지 못했다. 부지런히 사진을 찍는 것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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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는 지중해를 배경으로 역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을 조명한다. 그 소설을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왕암공원을 방문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겠지만, 대왕암 위에 서 있는 내내 마치 스스로가 그리스인 조르바가 된 듯 했다. 속이 뻥 뚫릴 것 같은 자유로움, 그 위에서 유영하듯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 올해가 그렇지 못했다면, 다가오는 2017년은 필자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그렇게 살아갈 수 있기를. 그런 마음으로 이곳에서 새해를 맞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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