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신전의 기구한 역사
위대한 신전의 기구한 역사
2016.12.29 15:02 by 곽민수

카데쉬 전투의 처절한 흔적을 넘어, 창백할 정도로 푸르른 나세르 호수를 넘어, 드디어 아부심벨 신전에 도착했습니다.

아부심벨 신전은 분명 람세스 2세가 열정과 최선을 다해 세운 람세스 최고의 건축물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 위대한 건축물도 사막의 모래바람으로 그 위엄을 드러내는 자연의 힘 앞에서는 결국 그 위용을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불어온 사막의 바람은 신전을 통째로 모래로 뒤덮었습니다. 그 상태로 아마도 수 백 년, 어쩌면 천년 이상이 흘렀을 것이고, 1813년 스위스의 탐험가 부르크하르트가 모래 속에서 일부만을 드러낸 신전을 발견한 이후에야 우리들의 두 눈 앞에 다시금 등장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신전이 오래도록 사막의 모래 속에 파묻혀 있었기 때문에 아주 온전한 상태로 보존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자연의 힘 앞에서 무너져 다시금 자연의 힘으로 보호된 신전의 모습은 애석하게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더 편리하게 살기 위한 인간들의 노력은 신전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기 시작했습니다.

흙 속에 묻혀 있는 아부심벨 대신전. 데이비드 로버트의 수채화. 1838년 작.
1950년대의 아부심벨

1960년대 이집트 정부는 구 소련의 원조를 바탕으로 나일 강 상류에 거대한 댐 건설을 계획하기 시작합니다. 그로 인하여 누비아가 통째로 물 밑으로 사라지고, 그 지역의 수많은 고고학적 유적들이 수몰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죠. 하지만 고대에 문명의 원동력으로 여겨졌던 홍수가 현대적 도시에게는 오히려 불편함이 되었기에 홍수 관리의 필요성도 높아졌습니다. 또한 농업용수를 확보하는 문제도 시급했기 때문에 이집트 정부로서는 댐 건설 이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었습니다.

이때 국제연합 산하의 교육과학문화 기구인 유네스코(UNESCO)가 문제 해결을 위해서 발 벗고 나서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오늘날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입니다.

유네스코는 국제적인 캠페인을 벌이며 성금을 모금하였고, 수몰되는 지역 전체에 대한 구제 발굴과 그 지역의 유적들 가운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 몇 개를 선정하여 물에 잠기지 않는 장소로 이전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전이 계획된 대상들 가운데는, 우리가 이미 아스완에서 다녀왔던 필라에 섬의 이시스 신전을 비롯해서 이곳 아부심벨에 람세스 2세의 대신전과 네페르타리의 소신전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하지만 신전과 같은 거대한 규모의 건축물을 이전하는 작업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당연히 거대한 신전을 그대로 이동시킬 수는 없었기에, 이곳 아부심벨 신전은 1036개의 블록으로 분해가 되었는데, 그 나뉘어진 블록들 가운데는 무게가 무려 30톤에 이르는 거대한 것도 있었습니다. 잘게 쪼개진 블록들은 하나하나 수몰의 위험이 없는 신전의 원래 위치보다 63미터나 더 높은 곳으로 이동되어졌고, 그곳에서 하나하나 다시금 조립되었습니다.

이 작업은 1963년에 시작되었는데, 작업은 무척이나 어렵고 고되었기에 10년이나 걸려서 1972년에야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신전의 재조립 장면 (사진: UNESCO)
아스완 누비아 박물관에 있는 아부심벨 신저 모형. 위쪽에 있는 것이 이전된 신전이고,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 원래의 신전입니다. (사진: Zureks)

오늘날 우리가 만나게 되는 아부심벨 신전은 이 놀라운 프로젝트의 결과물입니다. 그래도 원래의 위치에서 원형 그대로의 신전을 만나볼 수 없다는 사실에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옛사람들이 살짝 부러워지기는 합니다. 하지만 또 다른 인류의 업적과 문화재 보존의 의지를 만나보는 것으로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공의 바위산을 돌아서자 드디어 아부심벨 신전이 그 낯익은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스완 하이댐 건설로 생겨난 나세르 호수와 신전이 어우러지는 경관은 무척이나 아름답기에 신전을 직접 만나게 되는 즉시 이 신전이 ‘이전된 것’이라는 아쉬움은 금새 사라집니다.

람세스2세는 마치 오랜 기다림 끝에 우리가 도착하는 것을 보고 안도했다는 듯이 평온한 얼굴로 우리를 지긋이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친근한 마음에 그의 얼굴을 다시 바라보니 그 평온한 얼굴 속에는 람세스 2세의 뜨거운 열정과 강인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단호함도 숨겨져 있습니다. 이 평온하면서도 단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네 개의 거대한 석상들은, 바로 영속적인 존재가 되고자 했던 그 사내가 스스로 신이 되어 결국 영원하게 되는 바로 그 장면입니다.

람세스 2세의 열정과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신전의 위용을 보고 있노라면 ‘압권’이라던가 ‘장대함’과 같은 표현들에서 어쩐지 식상함이 느껴집니다. 현대 인류문명의 기술력이 되살려 놓은 이 특별한 신전은 원래부터 고대 이집트 문명이 남겨 놓은 최고의 걸작들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물론 람세스 2세가 이집트 곳곳에 남겨 놓은 수많은 기념물들 가운데에서도 이 아부심벨 대신전은 단연코 돋보입니다. 이곳 누비아에도 람세스는 7개의 신전을 건설하였지만, 다른 곳들의 규모는 이곳과 비교할 때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전된 대신전. 신전의 뒤쪽으로 보이는 거대한 바위산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사진: Wiki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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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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