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불편한 동거
대륙의 불편한 동거
대륙의 불편한 동거
2016.12.29 18:01 by 제인린(Jane lin)

글로벌 뉴스에 별 관심이 없더라도 ‘달라이 라마’란 이름 정도는 들어보셨을 겁니다. 세계적인 종교인이자, 티베트의 ‘정신적 지주’로 추앙받는 인물인데요. 이분이 다른 나라 지도자를 만나면 그 나라와 중국의 수출량이 10% 정도 떨어진다고 하네요. 소위 ‘달라이 라마 효과’라고 하죠. 중국과 티베트의 불편한 관계를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을까요?

(사진: 바이두 이미지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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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선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재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의 수는 3,000여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런 무기를 개발하는 고위험군 실험실은 대부분 중국의 서북 내륙 지역에 소재해 있죠.

핵 개발 후 본격적인 실험이 진행되는 지역 역시 서북 내륙 지역으로, 소수민족들이 거주하는 동네가 대부분입니다. 90%의 한족과 10%의 소수 민족으로 이뤄진 중국에서, 유독 위험한 핵 실험은 10%에 불과한 소수 민족이 사는 곳만 골라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표어 하에 소수민족이 독립하는 것 만큼은 막아보겠다며 각종 무력을 동원해왔던 중국 정부가, 인간의 건강에 치명적인 핵 실험 만큼은 소수 민족 거주 지역을 골라 행한다? 커다란 모순이죠.

필자는 중국 정부에게 삿대질이라도 하며 따지고 싶은 심정입니다. “하나의 중국이라면서요?” 라고 말이죠.

(사진:Anton Watman/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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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

중국 내 한국어 교육 봉사단체에서 만난 한 중국인 청년은 최근 필자에게 한국어로 된 책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공부도 할 겸, 한국어로 된 책을 읽고 싶다는 것이었죠.

필자는 곧장 티베트인들의 생활상을 담은 책이 떠올라, “혹시 티베트에 관심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한동안 답이 없던 그는 “티베트인들은 테러리스트다”라며 격양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평소 점잖은 청년이라고 여겼던 그가 흥분하며 ‘개, 돼지, 소 같은 인간들’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필자는 적잖이 당황했죠.

그는 이후로도 한참을 티베트인들의 독립운동이 가진 부당성과 하나의 중국이 가진 중대한 목표 등을 설명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일반 중국인들이 티베트에 대해 가지는 적대적 감정에 두려움마저 느껴졌습니다. 이는 역시 중국 정부가 의도성을 가지고 행한 역사 교육의 힘, 그리고 국영 언론에 의해 필터링 된 채 보도되는 피상적인 사건들의 영향이죠.

이에 앞서, 평소 필자는 중국의 문화와 언어, 역사에 대해서 매우 자랑스럽게 여겨왔습니다. 그 자랑스러운 감정의 저변에는 비록 태생 자체가 중국인인 것은 아니나, 서양 일변도를 걷는 세계화의 바람 속에 중국(또는 동양)이라는 거대한 문명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동아시아인으로 갖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독립운동을 하는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 모습. (사진: 바이두 이미지 DB.)

그런데 현지에서 간혹 거대한 하나의 중국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희생시켜도 무방하다는 전체주의적인 분위기를 마주할 때면 종종 어지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광활한 영토의 주인인 중국은 55개의 소수 민족과 한족을 포함한 총 56개의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입니다. 말과 글이 서로 다르고, 역사와 종교마저 상이한 까닭에 독립을 위한 투쟁은 지금도 대륙 어디에선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으며, 소수 민족과 한족의 분열 역시 여전한 상황입니다.

오직 중국 정부만이 ‘하나의 중국’을 제창하며 분열과 반목만큼은 용서할 수 없는 행위로 간주하고, 공안의 폭력을 동반한 무자비한 진압을 동원하곤 합니다. 그리고 곧잘 이들의 폭력적인 탄압은 법률에 의한 정당한 것으로 둔갑하곤 하죠.

그 중 탄압이 가장 심한 지역은 단연 신장 위구르와 티베트 지역입니다. 각각 위구르족(維吾爾族)과 짱족(藏族)이 거주하는 해당 지역은 중국 영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광활한 대륙이며, 중국 서북쪽 일대를 아우르는 규모입니다.

각각의 지역은 중국 소수 민족 가운데 독립 운동이 가장 활발하게 발발하는 곳으로, 이들의 독립 운동 형태 중에는 폭력을 동원한 무력 운동이 포함돼 있는 까닭에 각 지역을 목적지로 한 여행은 종종 중국 정부로부터 제한당하게 됩니다.

사실 중국에서의 여행 등 각 지역으로의 이동은 기차표 한 장을 구매할 때부터 외국인은 여권을, 자국민은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서 본인의 신분을 인증받은 뒤에야 가능합니다.

이동 중에도 머무는 숙소 혹은 민간인의 집에 도착 후 24시간 내에 관할 공안국에 거류지 등록을 해야 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 반체제적인 성격을 지닌 인물로 주의 받은 사항이 있을 경우, 이동의 자유는 완벽하게 차단당하게 되죠.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하며, 소수민족 독립 반대에 찬성한다는 의미를 전한 각국 정상의 의견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중국 국영 방송 모습. (사진: CCTV 방송 캡쳐)

더욱이 티베트, 위구르족이 사는 지역의 경우에는 해외 인권 운동가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이동의 자유는 더 엄격히 관리 받게 됩니다. 중국 정부의 이와 같은 탄압에 대해 서방 단체, 인권 운동가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방식의 문제 제기가 진행되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고집은 여전합니다.

오히려 외국인 및 자국민의 안전을 위한다는 구실로 해당 지역에 대한 이동의 자유를 적법하게 차단하고, 내부로는 다양한 내선화 정책을 지원하며 소수민족의 독립 의지를 약화시키는데 힘을 쏟고 있는 형국입니다.

지금껏 중국 공산당의 소수 민족 정책은 폭압과 회유 두 가지로 구분돼 운영되어 왔습니다. 이 두 가지 정책의 목적은 소수민족의 완전한 포섭과 중국인으로의 일체화입니다. 앞선 회 차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런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회유책을 지켜보고 있자니, 과거 일제 치하에서의 일제의 만행이 떠올라 몹시 불쾌하고 괴롭습니다.

소수민족을 중국인민으로 만들기 위한 회유책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5년 이전 독생자 원칙을 고수했던 중국에서 소수민족 출신자들끼리 혼인한 경우에 한해, 두 자녀 출생을 인정했던 것입니다.

당시 정부는 한족 출신자들끼리의 혼인 시 두 번째 자녀를 출산 후 출산 등록을 위해서는 지역에 따라 상이하지만, 최대 3억 원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해온 바 있는데요. 때문에 두 번째 자녀는 출산 후 거류증 등 혜택을 받지 못하고, 법적으로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살아가는 경우가 상당합니다.

하지만 소수 민족에게는 두 번째 자녀의 출생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소수민족 진흥정책을 펼치는 것이죠. 또 일부 대학에서는 소수 민족 출신자들에게 일정 가산점을 부여, 고등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넓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소수 민족 우대 정책은 오히려 한족들에게 불만을 사는 계기로 작용했고, 실제도 상당수 한족들은 해당 우대 정책에 대한 불만을 뿌리 깊게 가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부 중국인들 중에는 마치 “우리 정부가 너희들에게 이렇게 큰 혜택을 제공하는데, 감히 독립을 꿈꾸는 것은 모반이다”는 심정을 가진 듯 보입니다.

티베트의 주문이 새겨진 돌(사진:raimond klavins/shutterstock.com)

더 심각한 것은 이 같은 '하나의 중국'에 대한 중국정부의 욕망이 앞으로도 끊임없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죠.

실제로 현재 중국의 공산당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위주로 한 ‘태자당’이 장악하고 있으며, 시진핑은 그의 부친이었던 시중쉰(習仲勳) 시기부터 이미 공산당 내부 권력자로 탄탄대로를 걸어왔던 인물로 꼽힙니다. 그만큼 그의 정치적 성향은 과거 지향적이며, 과거 아버지 세대의 것과 매우 연관성이 깊죠. 실제로 변화를 원하는 소수민족의 독립 의지를 탄압하는데 일조하고 있고요.

‘독립’이라는 것은 그 글자 그대로 인간이 존재하는 이상 당연히 저마다의 가슴에 품게 되는 ‘이상’일 것입니다. 마치 인간이 자라서 성인이 된 이후에는 한 가정을 이루고 나만의 행복한 공간을 꾸리고 싶다는 당연한 소망 같은 것이죠. 그런데, 이를 차단하고 완전한 중국으로 흡수하려는 중국 정부의 정책은 당의 권력층에 의해 철저히 계산된 기치일 뿐입니다.

또한 우리는 과거 역사를 통해 모든 권력이 중앙으로 쏠려 있는 상황에서 소수의 목소리는 쉽게 지나쳐지기 일쑤라는 것을 몸소 경험한 세대입니다. 더욱이 그 목소리가 약자로부터 나온 호소라면 권력자들은 이를 고려해야 할 가치로 여기지 않게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권력 앞에 존재 자체를 인정받지 못하며, 탄압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는 소수 민족의 이야기가 필자에게 더 아프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중국에 대한 101가지 오해 언론에 의해 비춰지는 중국은 여전히 낡고, 누추하며, 일면 더럽다. 하지만 낡고 더러운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중국은 그 역사만큼 깊고, 땅 덩어리만큼 넓으며,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꿈을 찾아 베이징의 정착한 전직 기자가 전하는 3년여의 기록을 통해, 진짜 중국을 조명해본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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