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첫째 주: 정당한 살인은 없다?

남편은 47년 동안 아내와 자녀들에게 가정폭력을 일삼았다. 가족들은 가장의 모진 학대를 온 몸으로 버텨왔지만, 참다 못한 아들은 결국 자살에 이르게 된다. 이에 격분한 아내는 결국 남편을 살해한다. 법원은 이 사건에 정당방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 징역 10년을 선고한다. 지난 2012년 프랑스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아내인 작끌린 소바즈(Jaqueline Sauvage)의 억울함에 많은 시민단체와 여성단체들이 그녀의 사면을 요구했다. 급기야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특별 사면권을 행사하기에 이른다. 2년전부터 복역 중이던 작끌린 소바즈가 지난해 말, 영구 사면되었던 것은 이런 노력들의 결과다.

국내에서도 이런 사례는 흔하다. 최근엔 무단 침입한 도둑에게 상해를 입힌 사건이나 가정폭력을 저지른 계부를 살해한 사건 등이 정당방위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정당방위의 기준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지난해 말 프랑스의 결정을 접한 접한 네티즌들은 정당방위의 기준과 특별사면의 정당함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치고 있다.

정당방위는 어디까지 인정될까?(사진:Second-Nature Photos/shutterstock.com)

법원이 (가정 폭력을 일삼던 남편을 살해한) 여성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은 옳은 판단이며, 그런 그녀에게 특별사면을 허락한 올랑드 대통령의 결정도 옳은 행동이다.

결국 사면되었다! 이 불쌍한 여성은 폭력적인 남편의 손으로 인해 수많은 고통을 당했다! 사면을 결정해준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한다!

몇몇 네티즌들은 애초에 소바즈가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을 받아선 안됐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녀가 이러한 행위로 감옥에 갔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다. ‘사면’은 대통령까지 나서서야 할 일이 아니었다. 어찌 됐건 그녀가 자신의 귀중한 삶을 돌려받은 것 기쁜 일이지만, 그녀는 애초에 벌을 받지 않았어야 했다.

애초에 그녀는 징역이 아니라 메달을 받았어야 했다. 오히려 재판관들이 학대받은 여성 대신에 가해자의 자리에 가야 한다. 도대체 (학대를 일삼던) 남편은 어떻게 계속해서 부인의 옆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인가, 정부측은 이러한 사건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인가?

‘인도적 차원의 특별사면’ 이라는 점은 분명 수긍이 가지만, 냉정히 법적인 잣대로 봤을 때 살인이라는 중죄를 사면해주는 것은 잘못된 일. 따라서 법을 초월한 특별사면에 거부감을 표하는 네티즌들도 많았다.

나는 이 여자와 그의 자녀들을 믿지 않는다. 만약 가정 폭력을 저지른 남편의 죽음이 삶의 유일한 위안이었다면, 왜 이들은 그를 경찰에 신고하여 감옥으로 보내지 않았는가. 남편에 대해 말하는 그들의 증언은 증명될 수 없으며, 법원은 살인자인 그녀를 감옥으로 보내야 한다. 법은 개인에 손에 달려있지 않다. 대통령은 잘못된 선택을 했으며 나는 그의 선택에 반대한다.

만약 남편이 정말 폭력적이었다면, 부인은 남편이 자신을 위협하는 순간에 타이밍을 맞춰 총을 발포하여 정당방위가 적용되도록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설명을 보면, 그녀는 단순히 단 4년간 감옥생활을 한 충동적 살인자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나도 가정폭력이 빈번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이번 계획적인 살인을 옹호하는 게시글에는 역겨움마저 느낀다.

: WW Point

1) Behind bars : 감옥에 갇히다, 투옥하다. 직역하자면 ‘막대 뒤에 있다.’라는 뜻으로 감옥의 철창 뒤에 갇힌 것을 의미하는 말.

예문) He should be behind bars for hideous crime that he committed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그는 감옥에 투옥되어야 한다.)

2) Beg to differ : (정중한 표현) 반대하다. 생각이 다르다. 직역하자면 ‘(생각 등이) 다름을 간청하다.’라는 뜻으로 반대 의견이나 타인과 다른 생각을 말할 때 쓰는 정중한 표현.

예문) I beg to differ with your opinion that the length of mandatory military service should stay the same.(현재 군인의 의무복무기간을 유지해야 된다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학대받은 여성에 대한 동정심과, 살인을 눈감아줬다는 사실 사이에서 상반된 감정을 느끼는 네티즌들도 자주 보였다.

인터넷 게시판을 보면서 오늘 읽은 것만큼 착잡한 마음을 가지기는 처음이다. 그래 (수십 년간 가정 폭력을 저지른 남편은) 인간 쓰레기라고 할 수 있고, 그는 죽어 마땅할 운명이지만 어찌됐건 살인은 살인이 아닌가. 이번 사건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고민해봐야겠다.

상반된 감정이 드는 사건이다. 살해된 남성은 자신의 10대 아들을 자살로 몰고 간 죽어 마땅할 괴물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번 특별 사면이 ‘Vigilante Justice’(법을 무시하고 개인이 직접 정의의 실현을 위해 행동하는 것)의 나쁜 선례를 만들까 염려된다.

사실 가정폭력과 정당방위의 상관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 따라서 네티즌들간 관련 논의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대부분의 가정폭력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쌍방향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쌍방향적 가정폭력에는 높은 빈도로 격한 감정적 악화와 상해가 수반된다. 따라서 우리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왜냐하면 격한 감정으로 인한 충동적 살인은 더 이상 정당방위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호적 학대관계에 있는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학대 사실을 알지 못하며, 법원과 심리학자들은 여성 학대자 에게 우호적인 경향이 있다. 결론적으로 가정폭력과 정당방위의 관계는 매우 복잡한 문제이다.

: WW Point

Sticky Wicket : 복잡한 상황,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 크리켓에서 비롯된 용어로 비가 왔을 때 축축한 경기장에서 공이 불규칙하게 튀는 것을 의미하는 말. 비유적으로 복잡하거나 답이 없는 상황을 가리키기도 한다.

예문) It’s a bit of sticky wicket, as my wife and ex-girlfriend suddenly met at the pregnancy clinic (내 전 여자친구와 아내가 산부인과에서 만나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또한 일부 네티즌들은 ‘학대를 당하는 많은 여성들이 함께 살아왔던 정이나 두려움 등으로 인해 고소장을 작성하지 못한다.’며 소바즈가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학대 받은 여성들은 매우 드물게 고소장을 작성한다. 만약 학대의 가해자인 남편이 제 3자에 의해 체포된다고 해도, 아내는 대부분 그를 보석 석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아들의 자살이 큰 변환점이 되었을 것이다. 어찌됐건 그녀에겐 잘된 일이다.

: WW Point

When it comes to putting someone behind bars, judge tries their best to make fair decision, but sometimes, the crowd begs to differ with the judge when the case is sticky wicket. (징역형을 선고할 때, 판사는 공평한 판결을 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복잡한 상황이 얽혀있는 사건의 경우 판사의 최종판결에 대해 대중들이 반대의견을 표출하기도 한다.)

월드&워드 세상은 지금 무엇을 보고, 어떻게 말하는가? 나라 밖 이슈와 그들의 반응을 갈무리한다. 외쿡에서 요긴하게 써먹을 만한 실전 영어표현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