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지금 연애 중
인도는 지금 연애 중
2017.01.04 16:18 by 성서빈

바야흐로 옆구리 뜨거운 데이트의 계절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위해 애인 만들기에 매진하는 한국인의 정서를 생각해보면, 인도의 크리스마스는 써늘하기까지 하다. 인도에서 (특히 여자에게) 애인이 있다는 걸 인정한다는 것은 뒤에서 손가락질하며 한 번씩 위아래로 훑어보는 것을 참아야 한다는 뜻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연애를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우리가 한국의 크리스마스의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커플들처럼 인도에서도 곳곳에는 분명히 커플을 느낄 수 있는 그들만의 주둔지들이 있다.

(사진:Pikoso.kz/shutterstock.com)

커플들이여, 창가를 점령하라!

인도, 특히 뉴델리에서 무난하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 스타벅스는 물론, 커피빈, 코스타 커피 같은 프렌차이즈 커피 전문점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그런데 유독 이들 커피 전문점의 창가 자리는 이미 점유되었거나 합석하기 어려운 아우라를 뿜어내는 남녀들이 앉아 있는데, 그들이 바로 남의 눈을 아랑곳하지 않는 인도의 커플들이다.

물론 어느 나라나 창가 자리는 커플들이 애용하는 좌석이다. 인도 역시 좀 예쁘다 싶은 외장의 카페를 바라보자면 커플들이 속속들이 앉아있는데, 그런 느낌은 유적지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우스델리에 위치한 하우즈카스 빌리지는 한국으로 치자면 홍대와 창덕궁을 합친 느낌이다. 이곳 남녀들의 최고 인기 데이트 코스중 하나인데, 특히 이곳에 있는 하우즈카스 유적은 무굴시대의 저수지와 무굴양식의 무덤과 사원이 있어 제법 운치가 있다. 공원 입구 앞으로는 한국의 홍대와 같이 카페와 클럽, 유명 레스토랑, 디자이너 숍 등이 모여 있어 과연 대표적인 데이트 코스로 손꼽을 만하다.

하루즈카스 빌리지 유적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플
하우즈카스 빌리지 안 유적지에서 가족사진을 찍기는 좀 어렵다. 온갖 포인트에 앉아있는 저들을 어찌 방해하리?
하우즈카스 빌리지 공원 앞 번화한 상가. 밤에는 클럽 남녀들이 모이는 곳이다.

서울에 하늘공원이 있다면, 뉴델리에는 가든 오브 파이브 센스(Garden of Five Senses)가 있다!

인도의 커플들은 공공연하게 다니질 못하다 보니 둘이서만 앉아 대화할 곳이 마땅치 않은 편이다. 카페와 영화관만 다니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까. 한적한 곳에서 대화를 하고 싶은 그들이 많이 가는 곳은 바로 사우스델리 사켓몰(Saket Mall) 근처의 가든 오브 파이브 센스였다. 공원 이름은 뭔가 음흉(?)하지만, 무굴 양식의 공원, 허브공원, 대나무공원, 태양력발전 체험과 수영 등 여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 테마 구역들로 나뉘어 있는 아주 커다란 공원이다. 곳곳마다 분수나 조경이 아름답게 배치되어 있고 작은 관목과 화단, 조각품 등으로 가려진 사이사이에 벤치와 잔디밭이 있어서 커플들이 사람들의 눈을 피해 자기들만의 공간을 여유있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각종 축제나 문화 행사를 진행하기도 하고 식당가도 있어서 장시간동안 즐기며 식사도 해결하기 좋다.

 

 

  데이트는 역시 골목길 투어, 다채로운 인도를 느껴보자 – 샤푸르 잣(Shahpur Jat)

 

최근 맛집과 디자이너 숍이 모이며 유명세를 타고 있는 샤푸르 잣은 사우스델리 최대 규모의 공연장임을 자랑하는 시리포트 오디토리엄(Siri Fort Auditorium, 한국의 예술의 전당격)의 바로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원래는 빈민촌으로 여행 기피지역 중 하나였지만 싼 임대료에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들었고, 그들의 개성을 보여주는 밝고 아름다운 벽화와 독특한 디자인의 외장들을 설치하면서 사람들의 발길을 끌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젊은 예술가들이 모이는 곳이 으레 그렇듯이 소규모 갤러리 주변에 맛집과 카페가 생겨나면서 데이트 최적의 장소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다.

아침 일찍 방문한 샤푸르 잣 거리 입구. 할머니 두 분은 문밖에 앉아 햇빛을 쐬고 계시고, 염색 천을 나르는 오토바이 배달원이 보인다.
샤푸르 잣 골목 안. 인도 골목길이 이렇게 깨끗하기란 쉽지 않다. 여행자 거리인 빠하르 간즈(Paharganj)에만 가본 사람이라면 눈이 휘둥그레져서 여기가 정말 인도냐고 반문할 정도.

다닥다닥 붙어 있는 다세대 집들이 좁은 골목을 가운데 두고 쭉 늘어져 있는 샤푸르 잣은 더러운 흙길 위에 보도블록을 덮고, 빈민들이 직접 설치하기 어려운 전구를 골목길을 따라 밝혀놓아 깨끗하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갤러리나 상점들이 들어서면서 점점 더 관광 명소로 변하고 있지만 일부 주민들도 여전히 함께 살고 있다. 일반 소시민들이 모여 사는 복작복작한 인도의 모습과 현대적인 예술가들의 개성이 넘치는 인도를 모두 볼 수 있는 곳이다. 누구든지 한번 가보면 예쁜 사진과 추억거리를 남길 수 있을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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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트와 청혼을 한곳에서 – 로디 가든 레스토랑(Lodhi Garden Restaurant)

 

로디 가든은 무굴 시대 유적지에 넓은 공원을 조성한 곳으로 뉴델리 시민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곳이다. 무굴양식의 유적이 온전한 모습으로 장엄하게 서 있고 그 앞뒤로 넓은 잔디밭과 호수 등이 잘 가꾸어져 있어 단체로 소풍을 와서 사진도 찍고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로디 가든 유적지. 12월의 한낮의 기온은 한국의 봄 날씨처럼 따뜻하다.
로디 가든 남쪽 입구 근처에 있는 로디 가든 레스토랑 실외 전경 (사진: 구글)

로디 가든이 커플들의 연애 장소로 유명하지만, 정원 남쪽에 있는 로디 가든 레스토랑은 특히 청혼 장소로 더욱 유명세를 타는 곳이다. 지중해풍으로 실외에 자갈을 덮고 안락의자나 그네 의자, 마차로 꾸며진 좌석 등을 하늘거리게 늘어진 천이나 구슬(Ornament), 조명들과 배치해 독특한 정취를 제공하고 있다. 색색의 전구, 길게 매달린 램프, 꽃잎으로 꾸며 놓은 촛대 등 각종 조명 시설은 저녁 식사 시간을 더욱 로맨틱하게 만들어 청혼의 분위기를 무르익게 한다. 대체로 맛있는 음식의 가격은 일반 중산층 월급의 3분의 1에서 3분의 2 정도로 매우 비싼 편이지만 외국인을 비롯해 인도 사람도 적지 않았다. 뉴델리에 계신다면 저녁 시간대에 꼭 방문해 보실 것을 권한다. 

연애는 내맘대로... 결혼은 부모님 마음대로

빈부와 상관없이 인도 사람들은 중매결혼을 한다. 너무 단정적인가? 하지만 연애결혼은 극히 드문 게 사실이다. 12월에 결혼한 한 학생의 경우를 봐도, 오랫동안 좋아하는 여성과 연애를 해왔지만, 결혼은 부모님이 소개해주는 사람과 할 거라고 아주 당연한 듯이 말해 왔었고, 실제로도 그렇게 했다. 서로 아무리 좋아해도 관습을 거슬러서까지 결혼하기는 힘든 모양이다.

인도의 신부 지참금 제도는 한국의 뉴스에서 끔찍한 방법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지참금이 적은 신부를 쫒아내기도 하고, 쫒겨난 후에 명예살인이 생기기도 하고... 델리는 그렇지 않다고 하지만 아직도 도시 밖에서는 당연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지참금 제도는 본래 신부의 가족이 신부에게 주는 결혼 축하 선물에서 유래되었다. 좋은 뜻을 가진 지참금이 점점 더 신부의 필수 혼수로 변하면서 일반 서민들까지도 딸을 결혼시키기 부담스러워지고 말았다. 학생들에게 들은 바로는 딸을 낙태하는 것도 큰 문제지만 아들들이 점점 마마보이가 되는 것도 문제라고 한다. 아들 부모들은 지참금이 많은 며느리를 맞지만 도리어 그 며느리가 막강한 경제권을 가지고 가정 내 결정권을 쥐게 된다는 것이다.

그 며느리의 아들은 모친의 말을 고분고분 듣고 모친이 소개한 여성과 결혼하는 악순환으로 점점 남자들의 결정권이 약해진다고 한다.(특히 남학생들이 자주 투덜거리는 내용이다.)

이래저래 부작용이 많은 제도라 SNS에서는 물론 인도 문화계에서도 결혼지참금반대나 영아살인반대, 여성권리지지 등의 캠페인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2015년 토론토 영화제 초청작 ‘PARCHED’는 인도 라자스탄 사막 지대 주민인 여성 4명의 이야기를 다룬다. 가부장제, 미성년 결혼, 결혼 지참금, 부부 강간, 신체적 정신적 학대 등 오래된 전통과 관행에서 오는 사회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인도는 현재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이들은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모든 것이 금지되어 있지 않다. 그들은 연애도 하고, 연애결혼도 한다.

“비밀이지만 선생님께는 알려드릴게요.” 라면서 남자 친구를 소개해 주거나, “우리 부모님은 제 남편하고 제가 연애 결혼한 걸 아직 모르세요.”라고 수줍게 말하는 동료 선생님도 있었다. 알고 보니 그 선생님은 친한 친구가 친정 부모님께 남편감을 중매하는 척하면서 연애하던 남자를 소개받아 결혼에 골인한 것이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인도의 연애문화와 결혼문화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변해가고 있었다.

밤 10시 이후에 진행되는 인도 결혼식. 이 아름다운 신부가 학당의 동료 선생님이라는 것은 우리끼리의 비밀로... 사진의 게시를 허락해 준 딥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사진:성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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