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의 첫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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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의 첫 겨울나기
‘만두’의 첫 겨울나기
2017.01.13 16:43 by 최현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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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이름은 만두. 세상에서 제일 귀엽다고 자부하는 한 살배기 포메라니안 종(種) 강아지다. 요즘은 날씨가 추워졌다. 사실은 겨울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주인은 ‘사상 최악의 한파’라는 뉴스를 보곤 집에서 나갈 생각을 않는다. 나는 산책이 하고 싶은데…. 그래도 주인과 이불 속에서 함께 있는 것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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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벅벅벅”

겨울은 덥지 않아서 좋지만 안 좋은 게 하나 있다. 피부가 유난히 가렵다는 것. 평소에도 습관처럼 몸을 긁곤 했지만, 요즘은 그 빈도가 부쩍 늘어났다. 너무 가렵다. 가렵단 말을 하니까 더 가려운 것 같다. “벅벅벅벅”

“만두야, 자꾸 긁으면 안 돼!”

주인이 나를 끌어안는다. 간지러우니까 긁는 건데, 서운하다. 다른 강아지들에게 너희도 요즘 가렵냐고 물었다. 겨울을 경험한 이웃집 강아지가 ‘우리들의 피부는 겨울철이면 예민해진다’고 알려줬다. 추운 날씨로부터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털갈이를 하기 때문.

기존에 있던 털들은 빠지고, 두꺼운 털들이 더 많이 난다.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피부엔 많은 각질이 생기고 피부는 예민해진다. 

채주희(22, 서울 성동구)씨는 요즘 걱정이다.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 ‘만두’가 시도 때도 없이 몸을 긁어대기 때문. 유독 간지러웠는지 각질이 잔뜩 일어난 만두의 배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고민하던 채씨가 만두와 함께 방문한 곳은 언더스탠드에비뉴(서울 성동구) 내 위치한 두들샵(Doodle Shop). 강아지를 위한 관리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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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의 피부도 사람이랑 같아요. 계절의 변화에 따라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트러블, 심하면 피부병으로 발전할 수도 있어요.”

두들샵 정현이(29)매니저가 빨개진 피부를 보며 말했다. 겨울철 사람의 피부를 예민하게 만드는 요인은 건조하고 차가워진 공기. 보습 제품을 꼼꼼히 발라주지 않으면 갈라지고, 피부염이 발생한다. 강아지도 털갈이와 함께 피부 환경이 변한다. 말 못하는 강아지지만 주인이 제대로 관심을 갖지 않으면, 가려움을 떠나 피부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때는 ‘관리’에서 ‘치료’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정 매니저가 가장 먼저 꺼내든 것은 강아지용 빗. 그동안 열심히 뛰어다니며 엉켰던 만두의 털을 풀어주기 위함이었다.

“미용 목적의 사소한 관리처럼 보이지만, 강아지에겐 하루에 한 번씩 꼭 해줘야 해요.”

정 매니저가 만두의 겨드랑이 부분 털을 빗기며 말했다. 털을 빗기는 게 왜 중요한 것일까? 정 매니저는 “자주 빗겨주지 않으면 이미 빠진, 죽은 털이 뭉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죽은 털들이 몸에 쌓이면 공기가 정상적으로 통할 수 없고, 급기야 피부병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털을 빗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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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드랑이, 목, 다리 주변 등 마찰이 잦아 털이 자주 엉키는 부위를 단정하게 정리했다. 털 정리만 했을 뿐인데 더욱 말끔해진 만두. 정 매니저가 덧붙여 말했다.

“겨울이면 많은 견주들이 강아지에게 옷을 입혀줘요. 하지만 만두같은 포메라니안의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털이 많아져서 옷이 따로 필요하지 않아요. 오히려 풍성하게 자란 털이 옷과 마찰을 일으키면서 정전기가 발생하죠. 물론 모든 강아지가 그런건 아니에요. 치와와같은 단모종(털이 짧은 품종)은 추위를 심하게 타기 때문에 옷이 필요해요.”

우리의 외투에서 ‘타닥’ 소리를 내는 그 정전기. 사람은 ‘앗 따가워’하고 외치지만 강아지는 따가움을 표현할 방법이 달리 없다. 그저 낑낑댈 뿐. 에디터 역시 야외에서 예쁜 옷을 입은 강아지를 보면 귀여워하곤 했다. 하지만 이 또한 사람의 입장에서만 강아지를 바라봤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다음으로 등장한 것은 히노키 욕조. 정 매니저가 욕조에 물을 받기 시작하자 만두가 잔뜩 긴장한 눈치다. 그렇지, 강아지는 목욕이라면 질색이지. 물이 차자 정 매니저가 만두를 욕조 안으로 들였다. 그런데 웬걸? 욕조 밖으로 나오려고 발버둥 칠 줄 알았던 만두가 어째 조용하다. 오히려 따뜻한 물속에 있는 것을 즐기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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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가 받은 것은 강아지 스파(spa) 서비스. 우리가 아는 그 스파다. 욕조에는 강아지를 위한 입욕제를 따로 넣었다.

“강아지의 피부가 겨울에 유난히 예민해져 있다면, 그것은 털갈이 때문이에요. 털이 빠지고 자라나는 과정에서 피부엔 심하게 각질이 생기는데, 그것들을 제대로 씻어내지 못하면 가려움을 겪는 것이죠. 스파는 그런 각질들을 씻겨내기 위한 서비스에요.”

신기해하는 채씨와 에디터를 보며 정 매니저가 말했다. 강아지를 위한 입욕제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정 매니저는 “입욕제에는 탄산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데, 피부염을 예방하고 모낭충 등 각종 세균을 제거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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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을 마친 만두. 원래도 하얀 털이 더욱 빛나 보인다. 몸이 가렵지 않기 때문일까, 한시라도 빨리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눈치다.

마지막으로 만두의 발바닥에 크림을 바르고 발톱을 짧게 깎아줬다. 발바닥에 바른 크림은 발바닥의 볼록한 젤리 부분을 재생시키는 크림. 여름철 뜨거운 바닥을 뛰어다니며 닳았던 발을 위한 크림이다. 정 매니저는 “이따금씩 발바닥 부분이 완전히 닳아버린 강아지가 올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병원으로 직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관리의 중요성’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일까. 관리를 마치고 나니 주인인 채씨도, 강아지 만두도 기분이 한껏 좋아진 모양이다. 채씨는 “모든 강아지들이 그렇지만 밖에 나오면 다 신나죠”라고 말했다. 만두는 지금 어떤 기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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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만두. 한 살배기 포메라니안 종 강아지다. 나는 오늘 더 귀여워졌다. 사람들이 말하는 ‘관리’라는 것을 받았기 때문이다. 관리의 과정도 번거롭지 않아 도망갈 필요가 없었다. 목욕도 기분이 좋았고. 앞으로도 혼자 조용히 목욕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앗, 그러고 보니 그새 뭔가를 잊었다. 맞다. 내가 간지럼증에 시달렸단 사실을 잊어 버렸다. 확실한건 몸이 더욱 가벼워졌다는 것이다. 기분이 좋다.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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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채주희·이지응

필자소개
최현빈

파란 하늘과 양지바른 골목을 좋아하는 더퍼스트 ‘에디터 ROBIN’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