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겨울답지 않게 따뜻하더니 이제야 한파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칼바람을 맞으며 길을 거닐자면 뜨끈한 국물이 절실하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추울 때 차가운 걸 먹고 싶은 청개구리 심리도 있기 마련. 예를 들면 한 겨울에 문득 생각나는 아이스크림.
‘이열치열’이 말이 되면, '이냉치냉'도 있을 법하다. 추울 때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한 입을 베어 물 때의 그 아찔함은 표현할 길이 없다. 실제로 혹한의 나라, 러시아 사람들도 아이스크림을 즐겨 먹는다고 한다.러시아의 1인당 아이스크림 연간 소비량이 약 3.5L(2013년), 보통 한 개에 100ml쯤 한다고 치면, 평균 35개 정도를 먹는다는 얘기다.
30가지가 넘는 아이스크림 브랜드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조금 더 정이 쪽은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가볍게 하나씩 사먹는 거다. 쭉쭉 빨아 먹는 쭈쭈바부터 콘, 막대 아이스크림까지 다양하게 골라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특히 콘으로 먹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 달짝지근한 아이스크림과 고소하고 바삭한 과자, 적절한 조화다.
하지만, 콘을 처음 발명한 사람이 이런 조화까지 생각해서 만들지는 않았다고 한다. 많은 '잡동史니'들이 그랬듯 시작은 우연했다.
1904년 미국에서의 일이다. 세인트루이스 국제박람회의 한 켠에선 아이스크림과 와플이 판매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이스크림 가게에 갑자기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준비해 둔 접시가 모두 동이 났다. 난감해하던 아이스크림 가게 주인을 본 와플 가게 주인은 둘둘 말은 와플을 건넸고, 그것이 콘 아이스크림의 시초였다.
그로부터 1년 뒤, 또 다른 형태의 아이스크림이 우연찮게 발명됐다. 그것도 겨우 11살짜리 꼬마아이에 의해서. 1905년, 11살이던 프랭크 에퍼슨은 소다수를 만들기 위해 물에 소다를 넣어 나무 막대로 섞고 있었다. 저녁을 먹으라는 어머니의 부름에 하던 일을 멈추고 집으로 들어간 프랑크는 아침이 되어서야 문 앞에 둔 소다수를 떠올렸다. 나무가 꽂힌 채로 얼어있던 소다수를 먹어보니 아삭아삭하고 먹기에도 편했다. 이를 자신만의 비법으로 간직해오던 프랭크는 1923년이 되어서야 특허를 신청했고, 이를 통해 세상에 막대 아이스크림이 알려졌다.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사람이 달라보이듯,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따라 아이스크림도 먹는 재미가 다른 것 같다. 이냉치냉도 좋지만, 맛있다고 많이 먹으면 병날 수 있으니 조심하며, 올 겨울 잇(EAT) 아이템으로 잘 이겨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