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는 그냥 그렇게 자라는 건 줄 알았다. 그렇게 난 모양 그대로. 속을 꽉꽉 채워가며 단단하게. 철이 들고 할머니의 텃밭을 꼼꼼히 살피기 전까지 말이다. 하지만 그 날 내가 본 배추들에는 까만 띠가 둘러져있었다. 할머니께서는 줄로 동여매어주지 않으면 배추가 다 퍼져버린다고 하셨다. 텃밭을 질러 방으로 돌아오는 길에야 아까 내가 밟은 것이 떨어진 씨앗에서 자란 배추라는 걸 알았다.
많은 경우에 그랬다. 많은 것들이,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원래 그렇게 생긴 줄로만 알았다. 나에게 너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고, 그는 나기를 저렇게 난 사람이었으며, 그녀는 아마 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한 모습일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과 커피 한 잔 이라도 나누고 온 날이면 나는 항상 부끄러움에 어쩔 줄을 몰랐다. 다들 그렇게 나름나름으로 까만 띠를 두르고, 속으로 꾹꾹 눌러가며 속을 단단하게 채워올려온 것이었다. 원래 그렇게 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 혼자 먹기 : 배추
봄동배추라고 하여 결구(結球⋅채소 잎이 여러 겹으로 겹쳐서 둥글게 속이 드는 일)하지 않고 기르는 것도 있다. 더 달고, 아삭해서 쌈이나 겉절이로 먹으면 좋다.결구된 배추의 경우 겉장은 질기고, 시든 경우가 많다
한 통의 배추를 나눌 때에는 칼질 하는 것보다 손으로 갈라내는 것이 좋다.
| 배추 레시피 : 밀푀유 전골
재료
쌈 배추 한 통
소 불고기 반 근
다시마 손바닥 크기 한 장
멸치 10 마리
마늘 4~5 알
레시피
1. 물 네 컵에 내장을 제거한 멸치, 다시마, 다진 마늘을 넣고 끓여서 육수를 낸다.
TIP 다시마는 15분 후에 건지고, 전체 30분 정도를 중약불에서 끓여준다.
2. 배추는 한 장 한 장 뜯어 준비한다.
3. 배추 한 장에 고기를 한 장 씩 얹어 세 겹 정도가 되도록 쌓는다.
4. 쌓은 배추는 냄비 깊이 정도로 자르고, 냄비에 꽉꽉 채워 넣는다.
5. 육수를 붇고, 고기가 익고 배추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끓여 먹는다.
6. 간장을 베이스로 레몬즙, 다진마늘, 설탕, 참기름을 넣어 소스를 만들어 먹으면 좋다.
TIP 레몬즙과 설탕은 간장의 절반 정도, 다진마늘과 참기름은 설탕의 절반 정도를 넣으면 좋다.
/사진: 이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