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가 있는, 서울디제이들
의도가 있는, 서울디제이들
2017.02.08 18:27 by ComeUp 컴업

“예전에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트는 게 좋았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집에 안 가게 만들고 싶어요. 가끔 저도 너무 재미있어서 손에서 안 놓고 싶고 무대에서 내려가기 싫을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땐 관객도 아쉬워하는 게 느껴져요. 항상 그런 DJ가 되고 싶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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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차돌은 클럽 파티 씬과 페스티벌을 아우르며 활발하게 활동 중인 DJ인 동시에 DJ크루 '서울디제이들'을 운영하며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다. 한때는 파티팀을 이끌며 홍대, 강남, 이태원 유명 베뉴를 중심으로 직접 파티를 기획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때로는 선생님이 되어 DJ 레슨도 하고, 틈틈이 블로그도 운영하며 디제잉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음악과 파티에 대한 무한한 열정으로 이미 너무나도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DJ 차돌. 무엇보다 파티를 사랑하는 만큼 가감 없이 한국 파티 씬을 질책하고 또, 새로운 파티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 턴테이블, 음악 그리고 파티… 'Just Being Myself!' DJ 차돌을 만나 그가 생각하는 음악과 파티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Q. 현재 다양한 파티, 페스티벌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데요, DJ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원래 어릴 때는 댄서로 활동했어요. 그러다 20살 이후부터 MC 한새 형한테 작곡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한새 형이 “너는 샘플링을 잘하니까 DJ가 잘 맞을 것 같다”라고 조언을 해주더라고요. 그걸 계기로 군대 가기 전까지 본격적으로 디제잉을 배우게 됐죠. 그런데 군대 다녀오고 나서 한동안은 DJ도, 댄서도, 프로듀서도 음악에 관련된 건 아무것도 안 했어요. 체육학을 전공했는데 그땐 운동이 너무 좋아서 강남 피트니스센터로 들어가 팀장으로 일했어요. 연봉도 당시 제 또래 회사원보다 두 배 정도로 높았거든요.

음악과 관련된 일은 한참 동안 안 하다가 20대 후반쯤 지인으로부터 클럽을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때 ‘클럽을 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뭘까’를 생각하다가 어릴 때 배웠던 DJ가 다시 떠올랐고요. DJ를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영업이나 BAR 관리, 각 베뉴 별 음악 특성 등 클럽에 대한 많은 부분을 알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어찌 보면 클럽 차리려고 다시 시작한 건데 하다 보니 디제잉이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결국 일도 때려치우고 DJ로 전향했어요. (웃음) 이대 피트니스센터에서 파트타임으로 6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나머지 시간은 DJ에 쏟았죠.

Q. 여러 음악 중에서 힙합을 주 장르로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일단 어릴 때부터 힙합 음악을 가장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동네 레코드 가게를 드나들면서 바비 브라운(Bobby Brown) 노래를 듣고, 그러면서 힙합도 알게 됐고요.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도 좋아했어요. 댄서 시절에 춤추던 것, 작곡 배웠던 것도 다 힙합 음악이었어요. DJ를 다시 시작할 때도 턴테이블로 배우고 싶어서 현재 홍대 고고스2에서 메인 DJ로 활동하고 있는 FEVER형을 찾아갔어요. 어느 정도 실력을 쌓고 나니까 이제는 스크래치가 너무 배우고 싶은 거예요. DJ Y-KI 형 소개로 현재 하이라이트 레코드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DJ 짱가를 만나게 됐는데 짱가한테서 1년 정도 더 배우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스크래치 앨범까지 냈었어요. 이후에는 우리나라 스크래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DJ 홍군 선생님께 배우기 시작했죠. 현재도 그분한테 계속 스크래치를 배우고 있어요.

 

클럽 차리려고 다시 시작한 건데 하다 보니 디제잉이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결국 일도 때려치우고 DJ로 전향했어요. 이대 피트니스센터에서 파트타임으로 6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나머지 시간은 DJ에 쏟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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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뉴턴즈(Nuturnz)’ 파티팀도 운영했어요. DJ뿐 아니라 파티 기획이나 운영 전반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뉴턴즈는 좋았던 점도 힘들었던 점도 많았는데 엄청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아요. 잘 몰랐던 클럽이나 파티 시스템에 대해 상세한 부분까지 알게 됐고, 인맥도 많이 쌓았죠. 사실 뉴턴즈는 파티를 하려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처음엔 DJ 활동만으론 돈이 너무 안되니까 레슨이라도 하려고 소모임이라는 앱에 DJ 배울 사람을 모았던 거예요.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이 엄청 모이더라고요. 그 사람들 중 몇몇이 웬만큼 DJ를 할 줄 아니까 이 친구들을 무대에 올려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게 첫 번째 파티가 된 거죠.

Q. 뉴턴즈는 그럼 우연하게 탄생한 거네요?

심지어 그땐 뉴턴즈라는 이름도 없었어요. 사람이 어느 정도 모였을 때 함께 디제잉도 하고 바비큐 파티도 할 수 있는 곳으로 MT를 가려고 수영장이 있는 가평 펜션을 검색했는데 메종드발리가 나오더라고요. 펜션인 줄 알고 전화했더니 굉장히 친절하게 “그런 곳 아니에요” 하고 끊으셨어요. (웃음) 그런데 조금 후에 다시 전화가 와서는 메종드발리는 풀파티 전문 베뉴라고 설명을 해주곤 파티를 열 계획이 있으면 같이 하자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었더니 80명을 모아 오라고 했어요. 자신 있었죠. 저희 멤버만 해도 200명이 넘었거든요. 그리고 파티 포스터에 넣을 팀 이름이랑 로고도 달라고 하더라고요.

급하게 친한 애들 모아놓고 팀 이름을 정했어요. (웃음) 별의별 게 다 나왔는데, 그 중에 ‘뉴 비 플레이어 턴테이블리스트(New be player Turntable List)’가 있었고 그걸 줄여서 뉴턴즈가 된 거죠. 메종드발리 파티 이후에 여기저기서 오퍼가 들어왔어요. 해밀턴 수영장부터 클럽 엘루이, 디에이, 강남 NB 등 여러 굵직한 베뉴에서 파티를 했어요. 2년 정도 운영하다가 이런저런 문제로 그만하게 됐는데, 진짜 여러 가지로 많이 배웠죠. 어려운 부분도 많이 알게 됐고, 제 이름도 많이 올릴 수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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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또 다른 파티팀 운영 계획은 없나요?

우선 뉴턴즈가 부활할 일은 없을 것 같아요. 파티팀도 운영상 이슈가 너무 많고 관리해야 할 부분이 많아서 그런 형태의 팀은 하지 않으려 해요. 대신 새로운 콘텐츠를 양산할 계획이에요. 얼마 전 '서울디제이들'이라는 DJ 크루를 시작했고 또, DJ Competition도 생각하고 있어요.

Q. 새롭게 시작한 DJ크루 서울디제이들도 소개해 주세요.

전부터 이런 생각을 했어요. ‘DJ 세계에도 분명 기득권층이 있겠구나. 그들의 인맥과 커넥션을 타파하지 못해서 좋은 무대, 좋은 환경에서 재미있게 음악 생활을 못하는 이들이 많겠구나’ 그런 상대적인 박탈감을 저도 알거든요. 시작부터가 아예 다른 DJ들을 종종 봐요. 잘 나가는 선배 아래서 시작한 DJ는 당연히 처음부터 좋은 곳에서 일할 가능성이 많죠. 물론, 그들의 실력이나 인성 등 많은 부분이 반영된 결과지만, 대부분의 핫플레이스는 소위 잘 나간다는 DJ들이 모두 점령해버린 느낌이 들었어요. 반대로 그렇지 못한 친구들은 어떨까요.

신림동이나 건대 입구, 수유리, 의정부 쪽에서 활동하는 DJ 동생들을 지켜봤는데 그 친구들이 일명 홍.강.태(홍대 강남 이태원) DJ들보다 결코 못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한 번은 강남의 규모 있는 클럽에서 일한다는 DJ들이 건대 입구에서 일하는 DJ들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적 있었어요. 그걸 보곤 실력 있는 친구들을 모아 홍.강.태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들의 실력이 부족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당연히 더 열심히 해야겠죠. 그걸 증명하기 위해 만든 게 `서울디제이들`입니다.

 

잘 나가는 선배 아래서 시작한 DJ는 당연히 처음부터 좋은 곳에서 일할 가능성이 많죠. 물론, 그들의 실력이나 인성 등 많은 부분이 반영된 결과지만, 대부분의 핫플레이스는 소위 잘 나간다는 DJ들이 모두 점령해버린 느낌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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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 멋진 의도를 가진 크루네요. 응원하겠습니다! 앞서 말한 DJ Competition은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잘할 수 있는데 무대에 오를 기회가 없어 박탈감을 느끼는 DJ가 많아요. 이 친구들이 힘 빠지지 않고, 목표의식을 가지고 DJ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가끔 “그게 REDBULL 3 STYLE(레드불에서 주관하는 세계 DJ 대회)이랑 뭐가 다르나”라는 말을 듣는데 둘은 성질이 달라요. REDBULL 3 STYLE 누구든 나올 수 있다지만, 우리나라 TOP CLASS DJ가 다 나와요. 무대 경험이 많이 필요한 대회라서 사실 아마추어는 예선에서 대부분 떨어지는데 그런 곳에 어떤 아마추어 DJ가 쉽사리 나갈 생각을 하겠어요. 그래서 진짜 말 그대로 모든 DJ가 참여할 수 있고, 참여할 마음이 생기는 대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원하면 누구든 참여해서 우승해라. 그럼 좋은 기회도 얻고 이름도 알릴 수 있다!’ 목표의식을 주는 게 하나라도 있어야 계속하죠. 보이지도 않는 위만 보고 할 순 없잖아요.

Q. 많은 DJ 분들에게 정말 좋은 이벤트가 될 것 같아요. 참여하는데 장르적인 구분은 없나요?

원래는 장르를 완전히 파괴하려 했는데 그러면 아무도 모르는 제3세계 음악이나 너무 심오한 음악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어서 중구난방이 될 것 같아요. 물론 제가 앞서 말한 취지에 모순될 수도 있지만, 그런 분들은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해요. 일단은 대중이 함께 듣고 즐길 수 있는 장르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클럽에서 나오는 가장 큰 두 가지 장르가 EDM과 힙합이거든요. 그 두 장르를 적절히 조화해서 자연스럽게 믹싱할 수 있는 DJ를 결선에 올리려고 해요. 그런데 말이 이렇지 사실 록이나 다른 음악 장르도 섞일 수 있겠죠. 대신 ‘대중이 함께 즐길 수 있게’ 테크닉을 발휘하면 좋을 것 같아요.

Q. DJ로서, 파티팀으로서 지금까지 다양한 파티에 참여해왔고 또 새로운 것들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이벤트 주최자 입장에서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을 것 같아요.

예전보다 파티가 많이 활성화됐지만, 사실 그게 진정한 의미의 파티일까 의문이 들기도 해요. 제가 주최했던 파티도 마찬가지고요. 진짜 파티는 관객들이 다 함께 어울리면서 서로 인사도 나누고 인맥도 쌓고 즐거움도 공유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재미를 줄 수 있는 콘텐츠나 이벤트도 있어야 하고요. 그런데 한국 파티는 상업적인 의미가 더 커요. 모객을 많이 해서 클럽에 데려다 놓고 테이블을 팔고 음악만 트는 거죠. 그래서 파티는 점점 많아지는 반면 사람들이 더 이상 파티라는 단어에 설레지 않는 것 같아요. 파티에 대한 진짜 니즈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베개싸움이나 풀파티처럼 재미있는 놀이가 함께하는 경우도 있지만, 양심적으로 아닌 게 더 많죠. 저도 그런 괴리감에 빠진 적이 많았고요. 위험한 발언일 수 있지만, 스스로도 부끄럽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고 그게 뉴턴즈를 접었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어요.

 

잘할 수 있는데 무대에 오를 기회가 없어 박탈감을 느끼는 DJ가 많아요. 이 친구들이 힘 빠지지 않고, 목표의식을 가지고 DJ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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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관객의 입장에서도 진짜 파티다운 파티가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인터뷰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DJ CHADOLL만의 DJ 철학은?

예전에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트는 게 좋았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집에 안 가게 만들고 싶어요. (웃음) 가끔 저도 너무 재미있어서 손에서 안 놓고 싶고 내려가기 싫을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땐 관객도 아쉬워하는 게 느껴져요. 항상 그런 DJ가 되고 싶죠. 장르적인 고집은 없어요.

 이벤트를 만드는 사람들  축제, 파티, 공연… 우리의 일상에 활력을 더해주는 즐거운 이벤트들. 이런 이벤트는 누가 만드는지, 왜 만드는지, 어떻게 만드는지, 그리고 어떤 의미를 담고자 하는지, 궁금했던 적 없었나요? 파티팀, 공연기획사, DJ, 뮤지션, 문화공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벤트를 만들어가고 있는 컴업 파트너들을 만나 인터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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