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낡은 문명의 몰락
에필로그:  낡은 문명의 몰락
2017.02.09 15:03 by 곽민수

이집트는 기원전 332년 마케도니아 출신의 알렉산드로스에게 정복을 당합니다. 정복이라기는 하지만 이미 이집트는 페르시아에 정복당해 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한편으로 동방원정의 일환으로 페르시아 제국을 무너뜨리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알렉산드로스의 이집트 정복은 ‘해방’이기도 하였습니다.

알렉산드로스. 이탈리아 나폴리 고고학 박물관 소장 모자이크화.

기록에 따르면 페르시아의 압제에서 벗어난 이집트인들은 알렉산드로스를 기쁘게 해방자로 맞이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마케도니아 측, 혹은 이후에 세워지는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측의 선전(propaganda)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알렉산드로스는 이집트에 들어온 직후 건축가 디노크라트세에게 명하여 자신의 이름을 딴 도시를 건설합니다. 도시는 지중해변의 작은 마을을 토대로 세워지게 되었고, 알렉산드로스의 이름을 따서 ‘알렉산드리아’라는 이름을 갖게 됩니다. 이후 약 300년간 알렉산드리아는 이집트 문명이 마지막 여정을 걷는 가운데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수도로 중요한 역할을 했고, 그 과정에서 지중해 세계의 경제적-문화적 중심지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 시기에 세워지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당대 세계에서는 가장 커다란 지적 보고였습니다. 서기 1세기경, 알렉산드리아는 이미 도시의 인구가 백 만 명이 넘었는데, 이 인구 규모는 당대의 지중해 세계뿐만이 아니라, 중국이나 인도 등의 아시아 국가의 도시들과 비교해도 분명히 가장 큰 규모였습니다. 알렉산드리아는 여전히 현대 이집트의 수도인 카이로에 이은 이집트 제 2의 도시로서 존재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알렉산드리아
현대의 건물들과 프톨레마이오스-로마시대의 유적

이집트는 알렉산드로스의 정복 이전에도 이미 제2중간기 시절의 힉소스, 25왕조 시절의 누비아, 그리고 말기시대에는 메소포타미아의 제국인 아시리아와 페르시아의 침략을 받아본 경험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알렉산드로스의 정복은 이전의 정복들과는 문명사적으로 그 의미가 좀 달랐습니다.

침략자들은 일단 이집트에 발을 들여놓으면, 엄청난 깊이를 갖고 있는 이집트 문화에 동질되어 스스로 이집트화 되었지만, 이집트는 끝내 그 침략을 극복해서 다시 통일된 토착 왕조를 이룩했습니다. 알렉산드로스 정복 이후 이집트에 세워진 그리스계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도 역시나 금새 이집트화되기는 하였지만, 이집트는 끝내 이 침략만은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더 이상 토착 이집트 왕조가 들어서지 않았던 것이죠.

그것은 하나의 문명권으로서 이미 3000년 넘게 존속되어 온 ‘낡은 이집트 문명’이 문명 자체로서 힘을 잃었고, 지중해 세계에서 새로운 표준이 된 그리스의 문화와 로마의 정치력을 당해낼 수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로마 스타일과 이집트 스타일이 융합되어 있는 미이라 마스크. 서기 1세기경.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알라드 피어슨 박물관 소장.

이집트는 300여년에 이르는 그리스 왕조를 경험한 뒤, 기원전 30년 로마에게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패배함으로 로마제국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제국의 속주로 편입되게 됩니다. 물론 정치적 독립을 읽은 이후에도, 이집트 내에서 만큼은 계속해서 고대 이집트 문화는 재생산되었고, 더욱더 강력한 문화적 표준인 기독교가 이집트를 지배하게 되기 직전인, 대략 서기 4세기 중반까지는 파라오 시대의 습관들이 계속 이어지게 됩니다.

이집트 문명은 이렇게 종장을 맞이했습니다. 이쯤에서 우리의 여정도 끝을 맺으려고 합니다. 지난 1년여간 함께 해온 이집트 유적기행이 즐겨우셨길 바랍니다.

2011년 이집트에서는 민주주의 혁명이 일어납니다. 이미 수년이 흘렀지만, 지난 수 십 년 동안 이어져 온 독재권력에 대한 저항이었던 만큼, 이집트의 민주화도 한국에서의 그것만큼이나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사회 내부에서의 갈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고, 그 갈등은 종종 위험한 폭력으로 터져 나오기도 합니다. 이집트는 원래 관광과 여행의 천국이었지만, 2011년의 혁명은 이집트의 치안상황도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근래에는 주의가 필요한 여행지가 되어 버렸죠. 하지만 이집트는 여전히 환상적입니다. 언제든 기회가 생기신다면, 꼭 이집트에 직접 가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언젠가 그때가 되면, 이집트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다슈르에서

 

/사진:곽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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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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