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어쩌다 부적응 교사가 되었나
프롤로그: 나는 어쩌다 부적응 교사가 되었나
2017.05.03 14:52 by 시골교사

“손님 여러분,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비행기가 완전히 멈춘 후, 좌석벨트 사인이 꺼질 때까지 잠시만 자리에서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기내방송을 통해 들려오는 스튜어디스의 목소리가 반갑게 들리지 않았다. 7년 전, 가족들과 눈물로 이별할 때는 ‘언제 다시 돌아오나?’ 싶더니, 막상 돌아와 적응할 생각을 하니 머리부터 아파왔다. 머물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솟구쳤다.

귀국과 동시에 OO중학교로 복직발령을 받았다. 생활 거처는 시골에 잡고, 아이들은 산골 초등학교에 입학시켰다.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아이들이 도시에 가면 바보 되고, 왕따 되기 십상일 것 같았다.

그렇게 아이들은 한 학년에 한 반, 그것도 학급인원이 10~15명 남짓인 산골 학교에, 엄마인 나는 한 학년에 열 다섯 반인 도시 중학교에서 각각 한국 아이, 한국 엄마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였다.

(사진:maroke/shutterstock.com)

“OO샘! OO샘!”

한 학생이 복도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이다. 성을 뺀, 그리고 선생님이 아닌, 샘이라는 이 표현 앞에 뇌가 이렇게 신호를 보내온다.

ʻ뒤돌아 보지 마! 날 부르는 게 아닐 거야ʼ

아이가 부르는 호칭을 놓고 단순히 ‘통과’ 내지는 ‘친근함의 표현일 뿐!’이라고 뇌에서 명령하지 않았다. 그 호칭이 낯설고 어색했다. 너무 친하게 대하는 태도가 오히려 거슬렸다.

호칭만이 아니다. 아이들이 선생님을 대하는 태도는 너무 친근하여 위, 아래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수업 시작종이 쳐도,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와도 아이들의 재잘거림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교실에 들어온 선생님을 의식하고도 느긋하게 제 볼일을 끝까지 다 보기도 했다. 수업 중에 아무 말 없이 돌아다니는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아이들은 이제 선생님을 어려워하지 않았다. 이런 태도를 예의 없게 보는 내가 비정상인지, 아니면 그런 태도에 아직까지 익숙지 못한 내가 이상한 것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사진:shutter_o/shutterstock.com)

교사의 주된 일은 수업, 담임 업무, 그리고 일반 업무 등이다. 이 중 담임 업무와 일반 업무처리 과정이 휴직 기간 동안 완전히 전산화되어 있었다. 이 달라진 시스템 앞에 한참을 허둥댔다. 내 경력쯤 되면 위의 세 영역에서 어느 정도 전문성을 발휘해야 하고, 남들도 그 정도의 역할을 기대한다. 하지만 무늬만 중견 교사이지 주어진 역할을 놓고 허둥대니 주변 교사들에게는 민폐이고, 신규교사 앞에서는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결국, 7년 만에 교단에 다시 선 나는 전문성과 감이 확 떨어진 부적응 교사였다.

엄마가 나보고 돼지래?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또 다른 업무처리가 남아 있었다.

아이들은 이제 막 입을 뗀 아이처럼,

“마마, 이건 뭐예요?” “저건 한국말로 뭐라고 해요?” “선생님이 하신 말이 무슨 뜻이에요?” “친구들이 이렇게 물을 때는 뭐라고 대답해야 해요?” 등등, 현관에서 신발 벗기가 무섭게 질문을 쏟아부었다. 학교에서 온종일 듣고 배운 단어와 내용들을 못 알아들으니 아이들도 답답했으리라!

비단 내용에 대한 이해뿐이 아니었다. 내용에 대한 오해도 빈번했다.

한번은 저녁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작은 아이가 쪼르르 달려와 언니의 행실을 이른다.

“마마, 언니가 내가 보던 책을 뺏었어요. 혼내 주세요.”

“내가 먼저니까 언니보고 나중에 보라고 하면 되지?”

이 말에 아이의 표정이 확 바뀌더니 이번에는 아빠한테 달려가 이렇게 말한다.

“파파, 엄마가 나보고 돼지래요!”

한국말을 앞뒤 가리지 않고 제멋대로 이해하고 해석하는 아이의 대꾸에 어이없는 웃음만 나올 뿐이다. 학교생활에 적응하느라 안 그래도 머리가 복잡한데, 집에 돌아오면 또 다른 문제와 싸워야 하니……. 이 씨름이 언제까지 갈지 도통 답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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