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에서 속으로, 디자이너 장성은
겉에서 속으로, 디자이너 장성은
2017.02.22 13:42 by 박희아

# YG X 장성은

디자인 에이전시 '지직'으로 디자이너 세계에 입문했다. 10년간 다닌 지직을 퇴사하고 러시아 유학을 준비하던 중, 양현석 대표의 스카우트를 받아 YG엔터인먼트에 입사했다. 장성은 디자이너는 CD 패키지 정도로 취급받았던 엔터테인먼트 디자인을 아티스트 고유의 아이덴티티로 발전시키고 다양한 상품으로 개발하는 것까지 의미를 확장시켰다.

 

여기가 단순하게 내 꿈을 이루는 장소로만 사용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박희아: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같은 경우에는 본격적으로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입사하셨던 건가요?

장성은: 아뇨. 그건 전혀 아니에요. 또 회사에 들어가서 일 할 생각은 아예 없었거든요. 회사 생활 자체가 싫어서 그랬던 건 아니고, 자유롭게 일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어요. 누구나 꿈꾸는 로망이잖아요. 하지만 삶이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맞나 봐요. 러시아에 갈 생각이었는데 그것도 사정 때문에 못 가게 됐고.

박희아: 그러면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입사하고 새롭게 깨닫게 된 점이나 특별히 느낀 점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그동안은 밖에서 작업하셨지만, 이제는 아예 업계 내부 상황을 가까이에서 보고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장성은: 막상 YG 안으로 들어가서 보니 연예인 한 사람의 영향력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거예요. 밖에서 디자인하고 콘셉트 잡고 할 때는 제 일에만 초점을 뒀으니 그게 어떤 건지 잘 몰랐거든요. 잘 안 와 닿았던 거죠. 그런데 YG에 오니까 비로소 뭔가가 느껴졌어요. 팬들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불 덮어쓰고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기다리고 있고,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쫓고, 이 친구들의 삶을 따라 하기도 하고요. 여기가 단순하게 내 꿈을 이루는 장소로만 사용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겠다 싶었죠.

박희아: YG에서의 회사 생활 자체는 어떠셨어요?

장성은: 저에게 YG는 굉장히 편한 곳이었어요. 모든 것을 인정받고 간 곳이고, 그만큼 대우도 잘 해주셨고요. 사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건, YG가 방목형 회사였다는 점이었어요. 제가 알아서 일을 할 수 있도록 그냥 맡겨주셨어요. 덕분에 맡은 부분만 책임지고 해내면 됐죠. 그래서인지 회사 안에서 근무한 건데도 불구하고 좀 자유로웠던 것 같아요. 여기에 잠도 재워줘, 밥도 줘, 운동도 해…. 이것도 좋았고. 하하.

모든 조건들이 좋았던 건 확실해요. 심지어 양현석 대표님께서 프리랜서 때 제가 하던 작업들을 계속해도 좋다고 해주신 상황이었거든요. 물론 근무시간에는 외부 작업을 하지 않았는데, 일단 그렇게 말씀해주신 것 자체가 감사했어요. “우리 것만 더 잘해주면 돼.” 그러셨죠.

 

idol

 

# 패키지 작업

 

많이 돌아다니고, 보고, 물어봐야 돼요.

박희아: 그러면 소재나 재료는 어떻게 결정하세요? 워낙 일반적이지 않은 것들을 많이 쓰셨잖아요.

장성은: 이 과정을 거치다보면 자연스럽게 소재 후보들이 떠올라요. 예를 들어 제가 비 앨범을 작업할 때, 저는 ‘비’와 관련된 모든 요소를 다 쓰고 싶었거든요. 빗방울, 무지개 등등 많잖아요. 그래서 굉장히 많은 걸 고려했어요. 그림으로 빗방울을 그려 넣을 건지, 아니면 진짜 물을 넣을 건지, 사진으로 잘 찍어서 넣을 건지, 인쇄 효과나 구조를 통해 가지고 갈 건지 등등….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베스트를 고르는 거죠. 이 과정을 거쳐서 완성된 시안 몇 개를 회사와 나누고 최종안을 결정하게 되는 거예요.

박희아: 결국 디자이너도 현장 경험이 정말 중요한 직업이네요.

장성은: 네. 디자이너가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이디어뿐이 아니에요. A부터 Z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겪어봐야 해요. 현장에서 인쇄를 담당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디자이너들이 너무 발로 안 뛰고 책상에서만 한다는 거예요. 발로 뛰는 게 아날로그식인 것은 맞아요. 그런데 사람이 몸으로 익힌 것은 평생 기억한다고 하잖아요. 디자인도 그래요. 젊을 때 발로 뛰어서 재료도 직접 보고, 인쇄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내가 화면으로 작업한 게 실제로는 어떻게 나오는지도 계속 체크해봐야 하죠. (중략)

# 아티스트 키워드

 

YG가 갖고 있는 전체적인 브랜드 이미지가 있죠.

박희아: 제작하신 패키지에서도 드러나듯이 YG가 워낙 개성 강한 뮤지션들 집합소잖아요. 이들과 작업하면서 그 개성을 하나하나 살리기 위해 특별히 고려한 것이 있었나요?

장성은: YG만 그렇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물론 YG가 갖고 있는 전체적인 브랜드 이미지는 있죠. 기존에 일했던 다른 회사들과 분명 차이가 있기는 해요. YG는 아이돌이나 힙합으로 잘 알려진 회사니까요. 저도 YG에서는 그런 독특한 정체성을 디자인에 담으려고 했어요. 또 아이돌과 그렇지 않은 아티스트들 사이에 존재하는 연령 차이가 있고, 거기서 비롯된 이미지 차이가 존재하고요. 또 디자이너 한 명과 10년간 함께 해 오면서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점도 특징이죠. 그렇지만 어느 회사와 일을 하더라도, 작업할 때는 아티스트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느낌, 회사와 아티스트와의 연계성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그러니까 사실 작업 과정에 있어서는 모든 아티스트가 비슷한 거죠.

 

idol

 

박희아: MD 중에 가장 마음에 드셨던 건 뭐예요?

장성은: 2NE1의….

박희아: 2NE1에 애정이 많으신 것 같아요.

장성은: 하하. 아니에요. 그 MD가 유난히 마음에 들어서요. 하나는 노트예요. 바둑판 노트인데, 자세히 보면 안에 O, X가 있어요. 친구들 기다리면서 딱히 할 일이 없을 때 O를 다 색칠하는 거예요. 그러면 2NE1 멤버 한 명의 얼굴이 완성돼요. 도트 형태로 된 작품을 만드는 기분으로 구상한 거예요. 이 방법을 활용하면 어떤 가수의 얼굴이든 표현할 수 있죠. 나름 노트계의 플랫폼을 만들어야겠다면서 야심차게 준비했어요. 다른 건 2NE1 트럼프 카드인데요. 이건 직원들이 굉장히 고생을 했어요. 일일이 다 손으로 그렸거든요.

# 디자인이란

 

이미 사람들이 익숙하게 알고 있었던 것들을 내 영역 안에 새롭게 들이는 거죠.

박희아: 아까 무던한 성격이 장점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런데 디자인이든 음악이든, 소위 “나 예술 해!”라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예민한 구석이 많을 것 같고, 사회적으로 그러한 고정관념이 좀 있는데….

장성은: 이 일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한 적 있어요.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나 디자인하는 사람들은 대중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이로운 사람들이잖아. 그런데 왜 그렇게 예민한 거지?’ 하하. 제가 겪어보니까 예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일반적인 시각으로 사물을 보는 걸 100이라고 표현할 때, 디자이너는 이걸 6400배 확대해서 보는 거거든요. 남들은 보지도 않는 부분이 눈에 보이는 거예요. 누가 굳이 사물을 그런 식으로 보겠어요. 이게 양날의 검이에요. 그런데 그런 과정을 매일 반복하다보면, 계속 눈이 다듬어지면서 세밀해지고, 더 세밀해져요.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자간, 행간, 전체적인 밸런스 등이 다 보이고요. 어떤 표현으로는 거슬리는 거죠. 그래서 저는 작업을 할 때마다 현실에서 중심을 잃지 말자고 늘 다짐해요. 그게 디자이너의 삶이라고 생각하죠.

 

/사진:이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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