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말하고, 듣는 현장_‘진로페어를 가다’
영화를 보고, 말하고, 듣는 현장_‘진로페어를 가다’
영화를 보고, 말하고, 듣는 현장_‘진로페어를 가다’
2017.03.07 15:23 by 김석준

흔히 영화를 ‘종합예술’이라고 합니다. 영화에는 음악과 미술, 영상과 연기까지 다양한 예술적 요소가 녹아있기 때문이겠죠. 지난 17일, 언더스탠드에비뉴(서울 성수동)에서는 종합예술인을 꿈꾸는 청소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미래의 영화인들을 위한 <2017 청소년 영화제작소 진로페어>(이하 ‘진로페어’)를 통해서입니다. 이날 행사는 영화를 주제로 한 자리답게 보고, 듣고, 말할 수 있는 다채로운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d1

올해 첫선을 보인 ‘진로페어’는 <청소년 영화제작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영화인을 꿈꾸는 청소년들의 진로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청소년 영화 제작소>는 올해로 벌써 3기를 맞은 청소년 영화 인재육성 프로그램. 영화에 관심 있는 청소년 50명을 선발해, 약 6개월간 전문적인 영화교육과 제작, 촬영 실습을 통해 영화인으로의 성장을 돕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취업박람회’하면 보통 강당을 가득 메운 수많은 부스와 차분하게 탐색하는 발걸음을 떠올리죠. 하지만 ‘진로페어’의 분위기는 많이 달랐습니다. 박람회보다는 축제에 가까워 보였죠. 영화 제작 체험과 앙케이트 등 다양한 즐길 거리와 감독‧배우‧영화제작자들과의 만남 덕분이었습니다.

한국형 SF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로봇, 소리>의 이호재 감독, 한국 좀비물의 새로운 장을 연 <부산행>의 이동하 프로듀서(레드 피터 대표),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일으켜 법까지 바꾼 <도가니>의 엄용훈 제작자(삼거리픽쳐스 대표), 그리고 <꽃보다 남자>에 출연한 배우 김준 등이 참석해 ‘나의 영화인생’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습니다.

보다, 꿈꾸고 있는 것을 보다

‘나는 감독이다’ 영화 체험 부스

“레디, 액션!”

박람회 현장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는 소리입니다. 박람회장 왼편에는 ‘나는 감독이다’ 부스가 마련되어 있는데, 1980년대 마을을 배경으로 한 현장에서 직접 영화 연출을 체험하는 곳입니다. 기다란 붐 마이크를 든 음향감독도, 모니터로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연출자도 모두 또래 청소년들입니다.

방문객이 많아 떨릴 법도 하지만, 청소년들은 진지하게 흔들림 없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연기가 끝나면 서로 역할을 바꿔가며 촬영을 하기도 합니다.

‘나는 감독이다’ 부스가 몸으로 체험 공간이었다면, 바로 오른편에는 글로 꿈을 공유하는 공간이 자리합니다. 벽에는 빼곡히 포스트잇이 붙어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배우와 작품, 그리고 명대사가 적혀있는 앙케이트 부스입니다.

“누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좋아한다고 적어놨어. 이 친구 영화 볼 줄 아네!”

메모 내용을 살펴보면 청소년들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저수지의 개들>, <시네마 천국>처럼 학생들이 태어나기 전에 만들어진 영화도 있고, ‘칸영화제가 사랑하는 천재 감독 자비에 돌란을 존경한다’는 글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중 인상적인 글귀에서 시선이 멈춥니다. ‘직접 만들고 싶은 영화’를 묻는 질문 란에 적혀있는 글귀입니다.

‘주인공이 없는 영화. 10대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담아내는 영화’

말하다, 우리의 꿈을 말하다

대학교 현장 멘토링을 하는 ‘연출 및 시나리오’ 담당 차혜림 멘토

“카르페 디엠! 현재에 집중해라. 너희들의 삶을 남다르고 특별하게 만들어라.”

-영화<죽은 시인의 사회> 中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주인공 키팅 선생님은 자신의 학생들을 위해 진심이 담긴 말을 해줍니다. ‘진로페어’에는 수많은 멘토들이 키팅 선생님을 자처하며 찾아 왔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 서울예술대학교 영화과 재학생들입니다.

학생들은 긴 줄도 마다하지 않고 멘토와의 만남을 기다렸습니다. 멘토링이 끝났는데도, 멘토를 붙잡고 궁금한 걸 물어보는 청소년들도 있었죠. 연출, 시나리오, 연기, 기술 등 분야도 다양합니다.

<진로페어>에 방문한 청소년들은 선배와 한마디라도 더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립니다.

이날 멘토링을 받은 이지원(20) 학생은 “영상학과를 지망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쉽게 듣지 못하는 현실적인 조언을 들어서 좋았다”며 “구체적인 면접 준비 방법 등 재학생만이 알 수 있는 정보가 가장 도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만족감을 느낀 건 상담을 해준 멘토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동국대 영화영상학과에 재학 중인 정주희(22)씨는 “진로페어라고 해서 입시에 대한 얘기만 할 것 같았는데, 영화 현장 자체를 사랑하는 아이들을 많이 만나서 뿌듯했다”고 했습니다.

듣다, 내 삶의 OST를 듣다

이날 ‘진로페어’는 총 2부로 구성됐습니다. 영화 현장 체험·선배와의 멘토링이 1부였다면, 2부는 영화음악과 함께하는 강연이었죠.

“영화, 뭐로 보세요? 어둠의 경로를 이용할수록 여러분이 설 땅은 좁아집니다.”

첫 번째 강연은 <로봇, 소리>, <작전>을 연출한 이호재 감독이었습니다. 이호재 감독은 현실적인 조언을 하겠다며 운을 떼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감독은 영화를 찍지 못하거나 겨우 한 편만 찍습니다.”

이 감독은 ‘직업으로 영화감독’을 하기란 매우 힘든 것임을 말하며 그렇기 때문에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일단 많이 보세요. 영화를 보는 데는 노력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영화를 많이 소비해서 어떤 영화가 좋은 영화인지, 왜 좋은지를 알아야 합니다.”

“좀비 영화인데 보편적인 가족 얘기를 일상적인 고속철에서 했다는 점을 해외에서는 좋게 본 것 같아요.”

다음으로 무대에 오른 주인공은 <부산행>을 제작한 이동하 대표. 호기심이 많은 미래의 영화인답게 이 대표에게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마지막 장면이 지나치게 신파적이지 않았냐”는 호기로운 질문에 이 대표가 웃으며 답했습니다.

“연출자가 가장 고민하던 게 바로 ‘사람이 좀비로 변하기 직전에 무슨 생각을 할까’였어요. 공유의 마지막 회상 신은 ‘좀비가 되기 직전 숨겨둔 본심이 나온다’는 것을 표현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죠.”

“영화를 한다는 건, 수개월, 어쩌면 수년이 될 수 있는 ‘막연함’과 싸워야 하는 작업입니다.”

이날 가장 큰 환호를 받은 강연자는 TV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출연했던 배우 김준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그가 강조했던 건 바로 ‘고민의 중요성’이었죠.

“영화 현장은 기다림이 많아요. 저도 데뷔한 이후 줄곧 기다림의 연속이었죠. 전 기다릴 때 고민을 많이 해요. 어쩌면 우릴 더 높은 단계로 이끄는 건 그런 고민들의 힘일지도 몰라요. 대신 결정을 내리면 자신 있게 실행하고!”

감독, 제작자, 배우 등 영화업계 선배들의 강연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학부모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가했던 학부모 장소연(45) 씨는 “아이가 영화 촬영에 관심이 있어서 오게 되었다”며 “평소 알던 페어랑 다르게 강연과 음악이 있어서 재미도 있고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의 커뮤니티본부 서우미 차장은 “대학생 선배들이 입시에 대해 현실적인 정보를 준 멘토링이 특히 반응이 좋았다”며 “앞으로도 청소년들에게 진로 탐색과 체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제공


The First 추천 콘텐츠 더보기
  • “24주 연속 1위 브랜드의 저력으로”…‘나르카’ 운영사 ‘언커먼홈’, 매쉬업벤처스 등으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
    “24주 연속 1위 브랜드의 저력으로”…‘나르카’ 운영사 ‘언커먼홈’, 매쉬업벤처스 등으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

    이제 헤어 케어도 브랜딩이다!

  •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창업팀은?”…유망 초기 스타트업 뽑는 ‘혁신의 숲 어워즈’ 막 올랐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창업팀은?”…유망 초기 스타트업 뽑는 ‘혁신의 숲 어워즈’ 막 올랐다

    최근 1년 사이 가장 주목할만한 초기 스타트업을 꼽는 '혁신의숲 어워즈'가 17일 대장정을 시작했다. 어워즈의 1차 후보 스타트업 30개 사를 전격 공개한 것. ‘혁신의숲 어워즈’...

  • “Only for you”…대세는 초개인화 서비스
    “Only for you”…대세는 초개인화 서비스

    초개인화의 기치를 내건 스타트업들이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 타 산업과 연계, 핵심 기술 접목…“관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라”
    타 산업과 연계, 핵심 기술 접목…“관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라”

    '관광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틈새에 대한 혁신적인 시도 돋보였다!

  • “생산성, 효율성 쑥쑥 올리는 솔루션”…매쉬업벤처스, 스타트업 ‘마일 코퍼레이션’에 초기 투자
    “생산성, 효율성 쑥쑥 올리는 솔루션”…매쉬업벤처스, 스타트업 ‘마일 코퍼레이션’에 초기 투자

    기업의 공간, 자산 관리를 디지털 전환시킬 창업팀!

  • “당신에겐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당신에겐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의 등장!

  •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뉴저지 진출 전략 웨비나 개최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뉴저지 진출 전략 웨비나 개최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 초록은 동색…“함께 할 때 혁신은 더욱 빨라진다.”
    초록은 동색…“함께 할 때 혁신은 더욱 빨라진다.”

    서로 경쟁하지 않을 때 더욱 경쟁력이 높아지는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