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이해 교육, 안 하는 게 낫다고?
장애 이해 교육, 안 하는 게 낫다고?
장애 이해 교육, 안 하는 게 낫다고?
2017.03.21 17:00 by 류승연

 

새 학기가 시작되는 첫 날, 사탕 봉지 30개와 편지 30개를 반 아이들에게 돌렸다. A4 용지 3장에 이르는 편지에는 아들의 행동 특성이 자세히 쓰여 졌다. 반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아들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 위함이었다. 일반인들의 이해와 배려 없이는 장애 아이가 일반 학교를 다니는 게 참으로 힘들다. 그걸 지난 1년 간 뼈저리게 느꼈다.

01_1000

내친 김에 학교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애에 대한 눈높이 교육도 이뤄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학교 측에서 어련히 알아서 할 테지만 특수반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부모가 직접 1일 교사처럼 한 시간씩 수업에 들어가 우리 아이들에 대한 설명의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특수반 선생님과 상의를 했다. 선생님이 오케이하면 나머지 특수반 엄마들과 얘기해 학년 별로 하나씩 맡자고 제안할 생각이었다. 교단에 서기가 망설여지는 엄마가 있으면 내가 2~3개 학년이라도 맡을 생각이었다.

“좋은 생각이네요. 추진해 보도록 하죠”라는 말을 들을 줄 알았는데 “어머니~ 그건 안 하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라는 말이 돌아왔다. 초등학교 특수 교사로 오랜 시간 재직하면서 느낀 고민이 담겨 있는 답변이었다.

‘낙인’. 장애인으로서의 낙인이 문제였다. 일반 아이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행해지는 장애 이해 교육. 교육부 지침이기 때문에 또 장애 아이들을 담당하는 특수교사로서 필요하기 때문에 하기는 한다고. 하지만 언제나 하고 나면 오히려 부작용이 일어나곤 해선 많은 고민을 한단다.

어린 아이들은 생각보다 잔인하다는 게 문제였다. 물론 어른들처럼 진짜 잔인한 마음에서 하는 일들이 아니고 단지 재미가 있어서 놀리는 것뿐이지만 그 강도는 생각보다 세다고. 특히 이전까지는 좀 다른 친구, 느린 친구로 알고 있던 아이들도 장애 이해 교육이 이뤄지고 나면 장애인이라는 개념을 확실히 알게 되고 오히려 낙인을 찍어 해당 아이들을 놀리곤 한단다. ‘애자’라고 부르며…. 보다 심층적인 장애 이해 교육을 통한 생각의 변화 등을 목표로 한다면 어느 정도 머리가 크고 난 이후인 중학생 이후가 적합하다는 게 선생님 생각이었다.

05_1000

음… 의외였고 혼란이 왔다. 질풍노도의 중학생. 생각만 해도 무섭다. 그 무서운 중학생들의 머릿속에 장애인을 받아들일 만한 여유가 있을까? 오히려 무서운 중학생이 되기 전인 어릴 때부터 장애인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알고 이해를 시키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어떤 게 맞는 걸까?

작년의 경우처럼 너도 어리고 나도 어린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장애아인 우리 아들이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앞뒤 상황 파악 못하고 “앙~”하며 손톱으로 친구를 할퀴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하지만 느리게 커가는 장애 아이들과 달리 일반 아이들은 꼬박꼬박 자라 나간다. 작년 말이 되자 몇몇의 사내아이들은 제법 큰 티를 냈다. 하교 종이 울리길 기다리며 교실을 들여다보니 아들 앞에 링 던지기 교구가 있다. 아들은 막대에 끼어있는 링을 빼고 싶은데 친구 몇몇이 아들이 링을 뺄 때마다 다시 뺏어 막대에 걸었다.

느리게 빼는데 빠르게 꽂히는 링. 아들은 조급해졌고 짜증이 나서 “잉잉잉~”하며 못하게 하는데 행동이 빠른 친구들을 막을 수는 없다. 아들의 반응이 재미있는 친구들은 계속해서 링을 던져 넣었다.

못된 아이들이라서가 아닌 걸 안다. 단지 그 친구들은 재미가 있었던 거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링 던지기지만 중학교 1학년이 되면 어떨까? 보통의 엄마들도 아이를 중학교에 보내면 학교폭력과 왕따 등이 무서운데 하물며 말도 잘 못하고 반응 속도도 느린 장애 아이를 둔 엄마들이야….

그 때부턴 아이를 일반학교 특수반에 보내지 말고 특수학교에 보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보내기 싫어 안 보내는 게 아니다. 특수학교에 빈자리가 있어야 아이를 보내지. 특수학교 수가 턱없이 부족해서 중간에는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는데 어디 한 곳에다 특수학교를 짓겠다고 하면 동네 주민들이 와르르 들고 일어나 결사반대.

휴~ 어쩔까요? 어디 산 속에다 장애아들을 모아놓고 장애인 국가라도 따로 세워야 할까요?

03_1000

장애 이해 교육을 엄마인 내가 아들 학교에서 직접 하고 싶었던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내 주변만이라도, 내 아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의 아이들만이라도 장애에 대한 이해가 바로 서주길 바랐던 것이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장애에 대해 어떤 식으로 배우고 있을까? 교과 과정 안에 장애 관련 부분이 따로 있기라도 한 것일까? 교육부에 문의해보니 모든 초등학교는 연 2회 이상 장애인식 개선 교육을 하도록 되어 있단다. 교육부에서 배포자료가 나가는데 “장애는 서로 다름이지 차이가 아니다”라는 걸 가르친단다.

장애에 대해서는 아무런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자란 우리 때에 비하면 많이 발전된 모습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너무 원론적인 데다 마냥 교과서적인 얘기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 딱 좋다. “여러분~ 옆의 친구와 내가 서로 다르듯이 장애인과 나도 서로 다를 뿐이에요”라고 가르치면 아이들이 “아~ 그렇구나~”하며 장애인을 받아들이게 될까?

횟수가 문제가 아니라 내용이 문제인 것 같다. ‘차이’가 아닌 ‘다름’이라는 것을 한 두 시간 가르쳐봤자 너무나 뻔한 얘기라서 가슴으로까지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사진: 서울ABA연구소 사이트)

왜 굳이 장애 이해 교육을 해야 하냐고 반문하는 이가 있을 지도 모른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그런데 나도 몰랐던 사실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장애는 먼 데 있는, 나와는 상관없는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장애란 것은 언제든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일이었던 것이다.

몇 년 전 우리 집 밑의 101호 아저씨가 회사에서 쓰러졌다. 뇌출혈이 왔는데 회사에서 응급조치가 늦었다. 한 달 쯤 지났을까? 101호 부부를 만났다. 아내 손을 잡고 무겁게 한 발 한 발 내딛는 아저씨. 몸도 잘 못 쓰고 말도 잘 못한단다. 무엇보다 인지가 4살짜리 어린 아기가 되어 버렸단다. 

30대 젊은 가장에게 하루아침에 닥쳐온 비극.

남의 일이 아니다. 장애라는 불행은.

늦은 결혼, 난임, 인공수정, 다태아 임신, 조산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장애아 수는 앞으로 늘어나면 늘어나지 더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환경호르몬, 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뇌 신경 쪽 장애 역시 원인을 밝히지는 못할 뿐 더욱 더 늘어날 것이다.

어디 그 뿐일까? 복잡해진 도시 생활, 기계 생활 등으로 인한 사건사고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후천적 장애 역시 더 증가하겠지.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한 뇌출혈이나 뇌졸증, 그에 따른 후유증으로 얻게 되는 장애 역시 마찬가지고.

장애는 나와는 상관없는 남의 일이라고 외면하고 살 수만은 없는 시대가 언젠가는 올 것이다. 나도 그것을 장애 아들을 낳아보고서야 알았다.

사실 나는 1일 학부모 교사가 되면 이런 것을 알리고 싶었다. “장애인과 너희는 서로 다를 뿐이야”가 아닌 “장애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거야”라는 데 방점을 맞추고 싶었다. 그래야 아이들이 단 한 번의 교육으로도 마음 속 깊이 각인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장애를 바라보는 기본 관점부터 달라져야 장애인들도 틀린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삶의 한 순간에 짧게 스쳐간 불쌍한 ‘타인’이 아니라 언제고 내가 당할 수 있고 내 가족이 당할 수 있는 일을 먼저 겪고 있을 뿐일 ‘이웃’. 내가 바라는 장애 이해 교육의 핵심이다.

비록 우리들은 이런 교육을 못 받고 자라서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이 한 쪽으로 굳어져 버린 측면이 있지만 우리 아이들 세대에는 조금은 달라지길 바란다. 아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작지만 변화는 시작되고 있으니.

/사진: 류승연

필자소개
류승연

저서: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전)아시아투데이 정치부 기자. 쌍둥이 출산 후 180도 인생 역전. 엄마 노릇도 처음이지만 장애아이 엄마 노릇은 더더욱 처음. 갑작스레 속하게 된 장애인 월드. '장애'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깜놀. 워워~ 물지 않아요. 놀라지 마세요. 몰라서 그래요. 몰라서 생긴 오해는 알면 풀릴 수 있다고 믿는 1인.


The First 추천 콘텐츠 더보기
  • “Only for you”…대세는 초개인화 서비스
    “Only for you”…대세는 초개인화 서비스

    바야흐로 초개인화의 시대다. 고객에게 꼭 맞는 접근 방식을 통해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는 더 오래, 보다 친밀하게 지속된다. 고객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할수록 초개인화의 완성도가 높...

  • 타 산업과 연계, 핵심 기술 접목…“관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라”
    타 산업과 연계, 핵심 기술 접목…“관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라”

    '관광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틈새에 대한 혁신적인 시도 돋보였다!

  • “생산성, 효율성 쑥쑥 올리는 솔루션”…매쉬업벤처스, 스타트업 ‘마일 코퍼레이션’에 초기 투자
    “생산성, 효율성 쑥쑥 올리는 솔루션”…매쉬업벤처스, 스타트업 ‘마일 코퍼레이션’에 초기 투자

    기업의 공간, 자산 관리를 디지털 전환시킬 창업팀!

  • “당신에겐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당신에겐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의 등장!

  •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뉴저지 진출 전략 웨비나 개최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뉴저지 진출 전략 웨비나 개최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 초록은 동색…“함께 할 때 혁신은 더욱 빨라진다.”
    초록은 동색…“함께 할 때 혁신은 더욱 빨라진다.”

    서로 경쟁하지 않을 때 더욱 경쟁력이 높아지는 아이러니!

  • “글로벌 진출을 위한 교두보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주 베트남 한국상공인연합회와 업무협약 체결
    “글로벌 진출을 위한 교두보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주 베트남 한국상공인연합회와 업무협약 체결

    대한민국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공동 협력체계를 확립

  • “우리 시대의 마케팅은 인플루언서를 통해야 한다!”
    “우리 시대의 마케팅은 인플루언서를 통해야 한다!”

    인플루언서 광고 "계속 진행시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