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 핸드폰에 저장된 연락처의 개수다. (당연히 내 키 얘기는 아니다 절대) 6개월 전, 포맷을 한 뒤로 연락이 오간 사람들만 저장했는데도 금새 불어났다. 포맷 전에는 300개가 넘었다. 그 중에 연락을 자주 주고 받는 사람은 손가락, 발가락이면 세고도 남는다. 다양한 사업을 하는 한 연예인은 저장된 연락처만 3,200개가 넘는다던데. 과연 그 많은 사람들을 일일이 기억할 수 있을까?
사람의 기억력은 위대한 것 같지만 사실 굉장히 불안한 것이다. 단편적이고 인상적인 부분만을 기억해 실재를 왜곡하기도 한다. 사람들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본인을 각인시키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한다. 헤어스타일을 바꾸거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물건을 선물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한계가 있기에 우리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명함’이라는 것을 내민다. 이름, 연락처, 소속 등을 적어 상대방의 뇌에 여유를 더해주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밝혀진 바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명함을 사용한 것은 최초의 유학생 유길준이었다고 한다. 그의 구단명함은 미국 매사추세츠 (Massachusetts) 주의 세일럼시 피바디 에섹스(Peabody Essex)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알려져있지만, 사실 고려대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이 외에 국가 사절단 민영익의 명함이 최초였다는 자료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현대적인 형태는 아니지만, 사실 더 이전부터 사용해오던 명함이 있었다. ‘어디 가서 명함도 못 내민다.’는 말이 있는데, 이 명함은 ‘어딜 가더라도’ 내밀면 만사형통이었다.
이런 형태의 명함을 받으면 절로 기억에 남을 테다. 손바닥보다 작은 종이에 고농축 아이디어를 녹여낸 것이다. 자신의 개성과 아이디어를 담은 명함들이 앞으로는 어떤 형태로 변할지 무척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