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붓다의 유언과 붓다가 생전에 가르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 계획이었는데, 그전에 ‘헬조선’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살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고달픔을 상징하는 말이 바로 ‘헬조선’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헬조선이라는 말이 좀 더 자조적인 표현으로만 사용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헬조선은 탈출하고만 싶은, 답 없는 전근대적 국가를 의미하는 듯한 뉘앙스였다면, 최근에는 그저 약간 자조적인 느낌이 담긴 정도인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요?

제가 이런 '느낌적인 느낌'을 가지게 된 것은 아마도 탄핵선고일 이후부터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고,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제 마음속 아니면 우리들 마음속에 피어나면서 생긴 변화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정말 우리가 이 나라에 살면서 고달프다거나 괴롭다는 생각보다, 사는 게 행복하고 기쁘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는 날이 올까요?

일반적으로 불교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위의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중학교 도덕 교과서에서조차 불교는 ‘세상은 다 괴롭다’는 명제에서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헬조선이라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괴로움’을 묘사하는 단어의 의미가 완전히 변하기 전에, 이 불교적인 괴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불교에서 말하는 괴로움

저는 지금 불교적인 ‘괴로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1주일 전에 제가 “다음에는 붓다의 유언과 붓다가 생전에 가르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는데, 그 말을 지키지 못하고 신의 없는 글쓴이가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서 공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정말로 괴롭습니다. 물론 물리적으로 괴로운 건 아니고, ‘불교적으로’ 괴롭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세상 모든 것이 괴로움(一切皆苦)’이라는 표현이 바로 딱 이 정도의 괴로움을 의미합니다. 물론 이것보다 더 괴로운 상황도 모두 포함하겠지만, 어쨌든 괴로움이라고 해서 진짜 못 견딜 것 같은 아픔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이런 말장난 같은 소리를 하며 괴로움을 겪어야 하는 이유는 옛날 인도말을 옛날 중국말로 번역한 단어를 지금까지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붓다가 사용하던 언어의 표준말쯤 된다고 할 수 있는 산스끄리뜨어로 두카(duḥkha)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인지 어원을 따져 보면, 두(duḥ)는 ‘잘못된’ 또는 ‘나쁜’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카(kha)’는 일반적으로 구멍, 특히 수레에 뚫는 바퀴 구멍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두카는 ‘잘못 뚫린 바퀴 구멍’을 뜻합니다. 삐뚤빼뚤하게 바퀴를 끼워서, 달리는 내내 메스꺼운 멀미를 유발하는 마차를 떠올리면 아마 두카에 대한 정확한 연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두카’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뭐가 될까요? 멀미? 메스꺼움? 저는 개인적으로 ‘고달픔’이라는 말을 선호합니다. 그런데 이 고달픔을 한자로 쓰면 ‘고(苦)’자가 제일 어울립니다. 반대로 한자 ‘고(苦)’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고통’도 될 수 있고, ‘수고’도 될 수 있고, ‘고생’도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일반적으로는 ‘고(苦)’자를 ‘괴로움’ 정도로 번역하는 것 같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우리가 살고있는 이곳이 ‘헬조선’이라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참 의미 없는 질문입니다. 살기 힘드니까 헬조선이지 다른 이유가 있겠습니까. 내가 이 나라에서 사는 게 고달프고, 즐거운 일보다 슬프고 괴로운 일이 더 많으니까 헬조선이라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 사는 건 원래 고달프다는 진리

그렇다면, 인류 역사에서 3대 성인으로 추앙받는 붓다 정도 되는 사람이 '세상은 괴로운 것'이라고 말했던 2500년 전의 인도는 헬인도라고 해야할까요? 붓다가 가르친 내용이 인도인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니까 헬인도라기보다 헬지구가 더 적당한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들은 헬조선을 탈출하기 위해서 이민을 준비합니다. 괴로움에서 공간적으로 벗어나는 방법이지요. 또는 뭣같은 회사에 사표를 던진다거나, 주변의 이상한 인간관계를 정리하거나, 선거에 빠지지 않고 투표하러 가는 등의 활동을 통해서 정신적(+육체적)으로 자신이 소속된 헬조선의 '헬'자를 떼버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붓다가 헬지구를 탈출하기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는 그가 가르친 것들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붓다의 헬지구 탈출을 불교 용어로는 열반(涅槃, nirvāṇa)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붓다가 자신의 헬지구 탈출법을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쳐준 것이 바로 붓다의 가르침, 불교입니다. 그리고 붓다의 가르침은 바로 ‘탈출한 사람들은 아는 네 가지 진실’ 중에서도 ‘사는 건 고달프다는 진리’에서 시작됩니다. 

사는 게 고달프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면? 정상입니다. 가장 일반적인 사람이겠죠. 사는 게 고달프지가 않고 마냥 행복하다면? 우리는 항상 행복한 사람을 바보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헬조선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보 아니냐고 물어보고 싶지 않습니까?

헬조선에서 물리적으로 벗어나는 방법은 공항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헬조선에서 정신적으로 벗어나는 방법은 스스로 생각해서 찾을 수 있습니다. 붓다는 그렇게 가르쳤습니다. 붓다는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에 대해서 약 40여년간 다양한 예시들을 남겨놓았습니다.

어쨌든 헬조선으로부터 정신적으로 벗어나는 방법이 물리적인 방법보다 더 나은 점은 일단은 저렴하다는 점이 있고, 부수적으로 범 지구적으로 적용 가능하다는 점이 있겠습니다. 물론 돈과 사정만 허락한다면 물리적인 방법과 정신적인 방법을 함께 시행하면 더 좋겠지만, 그건 각자의 형편과 선호에 따라야겠지요.

다음 번에는 정말로 ‘붓다의 유언과 붓다가 생전에 가르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그러고보니 오늘 이야기는 붓다가 생전에 무언가를 가르친 동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바로 ‘고달픔에서 탈출하라’는 메시지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