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섹스타그래머의 대화, ‘관심’과 ‘관심사’ 사이
어느 섹스타그래머의 대화, ‘관심’과 ‘관심사’ 사이
2017.06.07 12:00 by 스타트業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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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8,여) : 언니 저 오늘 너무 힘들었어요. 솔직히 이렇게까지 열심히 할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요? 처음에는 그냥 호기심이었어요. 예쁜 언니들 사진 보는 게 좋았어요. 그리고 댓글로 사람들이 칭찬해주는 것도 부러웠어요. 언제 시작했더라?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요. 그냥 갑자기 저도 해보고 싶더라고요. 진짜 갑자기 하고 싶어서, 계정도 만들고 사진도 찍어서 올렸어요.

B(25,여) : 나도 똑같아. 인스타(인스타그램의 준말) 눈팅하다 우연히 발견했는데, 신기하더라? 궁금해서 한 번 두 번 찾아보다 ‘나도 해볼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 사실 나 평소엔 되게 얌전한 이미지거든. 야한 옷도 별로 안 좋아하고. 사실 몸매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긴 했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할지는 몰랐어. 엄청 좋아하더라. 신기했어.

온라인 미디어가 성장하면서 그 안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관심을 받으려는 욕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리고 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자신의 몸을 노출하는 것도 하나의 표현 방식이다. 원초적인, 어쩌면 궁극적인 형태의 자기표현은 바로 자신의 ‘몸’을 드러내는 것 아닐까?

사진이 중심이 되는 인스타그램은 어떻게 보면 스스로를 드러내기에 가장 좋은 환경이다. 은밀한 신체 부위 사진을 올리는 일명 ‘섹스타그램’은 암암리에 인스타그램 안에서 가장 인기 좋은 콘텐츠가 됐다. 우리는 실제 ‘섹스타그래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현재 활동 중인 사람 40여명을 접촉했고, 그 중 7명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를 가상의 인물을 통해 재구성했다. 공교롭게도 답을 준 것은 모두 여성들이었다. 인스타그램을 접하는 남녀의 차이점을 살짝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섹스타그래머들은 대부분 우연히 일탈을 시작한다. 이전부터 일탈 행위를 즐기지 않았던 일반인들도 다른 사람들이 올리는 게시물을 보다 보면 조금씩 호기심이 발동한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을 구경하기만 하지만 어느 순간 그들도 익명의 뒤에 숨어 본인의 게시물을 올리게 된다. 그렇게 그들은 점점 섹스타그래머가 되어간다.

A : 사실 저는 자존감이 되게 낮은 편이에요. 평소에 주변에서 칭찬 들어본 적도 별로 없고, 몸매가 그렇게 좋지도 않고요. 심지어 고3이 되니 학교 성적 압박도 엄청 심해요. 근데 여기서는 자존감이 높아지는 기분이었어요.

B : 나는 자존감이 꽤 높은 편이라고 생각해. 멘탈(정신력)도 되게 강해서, 막 욕하는 댓글도 달리고 DM(인스타그램의 메시지 기능을 뜻하는 Direct Message의 준말)으로 불쾌한 사진도 오잖아? 처음에는 짜증 났는데 이제는 뭐 피식 웃고 말아. 귀엽더라고.

A : 맞아요. 그런 거 정말 많이 와요. 그래도 나머지는 저를 예뻐해 주고 칭찬해 주니까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잘못된 방법이라는 생각도 했지만, 저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은 여기 밖에 없는 걸요.

B : 그래? 내게 섹스타는 자존감을 키워주는 것보다는 오히려 내 욕구를 충족시키는 수단이야. 사람들이 댓글로 좋아해 주고 야한 말 하는데 요새는 오히려 그런 것들을 즐겨. 나를 보고 사람들이 흥분한다는 게 오히려 날 흥분시키더라?

사람은 누구나 관심을 원한다. 관계 형성 과정에서 애정을 받고자 하는 것은 본능에 가깝다. 하지만 그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서 관심에 대해 집착이 시작되는 경우가 있다. 일종의 결핍이 존재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결핍이 만들어내는 결과들처럼 ‘관심 결핍’ 역시 스스로가 한 번이라도 관심을 끌었던 부분에 집착하게 만든다. 칭찬을 받았을 때 좋게 받아들이고 넘어가는 것과 칭찬받은 그 부분에만 집중해 해당 부분을 더 드러내고자 하는 것의 미묘한 차이가 빚어내는 결과는 사뭇 달랐다.

이들에게 섹스타그램은 그 중 한 과정으로 쓰이고 있었다. 물론 관심을 받기 위한 수단뿐 아니라 본인의 성적 욕구를 채우는 수단으로도 사용된다. 신체 부위를 노출하는 것, 그리고 성적 욕망을 강하게 표출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외부에 보이는 본인의 모습과 본인의 욕망 사이 괴리가 클 경우 더 적극적으로 욕망을 표출할 공간을 찾게 되는데, 섹스타그램은 그들을 위한 최적의 공간이다. 실제 사회에서와 온라인 속 은밀한 자신의 모습이 다르다는 점에서 그들의 즐거움은 더욱 커진다. 이름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소셜미디어는 양쪽의 결핍을 해결해줄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또한 어떻게 풀어보면 인터뷰에 여성들만 응답한 것은 남성들과 여성들의 섹스타그램 사용법이 근본적으로 다른 것 아닌가 하는 의문도 남긴다.

A : 학교 가는 게 즐겁지 않아요. 공부에 대한 부담도 크고, 하루하루가 답답해요. 언니도 한때는 고3이었죠? 그때 어떻게 극복했어요?

B : 혹시 재밌는 일은 없어? 친구들과 수다를 떤다거나 그런 일 말이야.

A : 하루하루가 똑같고 지겨워요. 재밌는 게 섹스타 밖에 없어요. 매일 밤 12시, 잠에 드는 대신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요. 지겨웠던 하루를 보상받을 수 있는 기분이랄까? 거기에는 저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사람 대 사람으로 소통하는 게 이렇게 좋은 건지 몰랐어요.

B : 맞아. 아무래도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근데 난 그 사람들에게 크게 마음을 열지는 않아. 어차피 내 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지 내 모든 걸 좋아하는 사람은 아닐 테니까.

A : 아까 오늘 너무 힘들었다고 했잖아요. 사실 섹스타에서 친해진 사람 만나고 왔어요. 저를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결국 똑같았어요. 맛있게 밥 먹고 재미있게 이야기했는데 그러면 뭐해요. 끝은 결국 섹스였어요. 내가 생각하던 거랑 그 사람이 생각하던 게 달랐나 봐요. 저는 그냥 친하게 지내고 싶었던 건데.

B : 나도 예전엔 그런 생각 많이 했어. 단골 멘트 있잖아? “다른 목적은 없고 그냥 순수하게 친하게 지내고 싶어.” 이런 거.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도 않은데 여러 번 당했어. 처음엔 상처받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 비슷한 멘트만 봐도 뭐, 바로 무시해버리지. 오히려 요즘은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있으면 편하게 만나. 그리고 좋으면 같이 자는 거지 뭐. 그게 오히려 좋더라.

A : 언니도 그런 적이 있었구나. 근데 저는 이제 그만해야 할까 봐요.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 같다는 생각은 다 착각이었어요. 오히려 상처만 더 받은 것 같고 공부할 시간도 점점 줄어들고. 이젠 모르겠어요.

B : 나도 가끔 내가 대체 뭐 하고 있나 싶어. 갑자기 재미도 없고 다 그만둬 버릴까 싶기도 하고. 근데 뭐, 잠시 그만두더라도 어느새 다시 사진을 올리고 있더라고.

이들은 가끔 섹스타그램에 회의감을 느끼고 그만두고자 하지만 하지만 역시 자신의 욕구를 표출할 공간을 찾아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물론 이 대화가 모든 섹스타그래머를 대신할 수는 없다. 관심과 욕구라는 두 가지 모습이 공존하는 경우도 있고 둘 중 하나가 극단적으로 치닫는 경우도 있다. 또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온라인 매체가 발달하면서 우리는 과거에 비해 소통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다. 자신을 숨기고 소통할 수 있게 되었고, 낯선 사람들과도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소통의 깊이는 더 얕아졌다. 온라인상에서의 소통은 웃음 뒤에 어딘가 공허함을 남긴다. 분명 서로 대화를 하고 있지만, 그 생각이 같은지는 아무도 알 수 없게 되었다.

결핍을 채우기 위해 노출을 하던 섹스타그래머는 본인을 좋아해 주는 사람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인간적인 끌림을 느낀다. 사람 대 사람으로서 교류하기 위해 오프라인에서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방의 목적은 대부분 다르다고 한다. 사람 사이를 이어준다고 생각했던 끈은 사실 썩은 동아줄이었던 것이다. 관심을 원했지만 오히려 관심은 더 무시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반복된다. 어쩌면 세상은 사람에 대한 ‘관심’보다 ‘관심사’로 뭉치는 건 아닐까?

 

/글: 신원택, 이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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