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가 굳세면, 무너지지 않아요”
박찬재 두손컴퍼니 대표
“목표가 굳세면, 무너지지 않아요”
2017.04.20 16:43 by 최현빈

“창업 후 6개월 동안 노숙인 연구만 했어요. 그들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싶었죠. 노숙 생활에서 벗어난 사람, 벗어나려다 실패한 사람… 모든 사람을 가리지 않고 만났습니다.”

소셜벤처 ‘두손컴퍼니’ 박찬재 대표가 조심스레 입을 열자, 100여명의 청년들이 침을 꼴딱 삼켰다. 지난 7일, 서울 성동구 언더스탠드에비뉴 내 위치한 레스토랑 ‘비스트로 하이브’에서 선‧후배 간의 특별한 만남이 이뤄졌다. 판교 스타트업캠퍼스가 주최하고, 더퍼스트미디어가 주관한 ‘스타트업CEO를 만나다’ 행사가 바로 그것. 이날 첫 번째 주인공으로 초대된 박찬재 대표는 ‘스타트업캠퍼스’(경기 판교)에서 온 미래의 스타트업 창업가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달했다.

스타트업 선‧후배 간 만남의 장 ‘스타트업CEO를 만나다’

두손컴퍼니는 일자리를 통해 빈곤을 퇴치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진 소셜벤처다. 홈리스들과 함께 온라인 셀러들의 배송 서비스를 대행하고 있다. 디자인 브랜드 ‘마리몬드’를 포함한 10여 개의 고객사를 대상으로 상품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두손컴퍼니의 프로젝트로 일거리를 얻은 노숙인은 약 100명이다.

박 대표는 “처음 창업했을 당시엔 지금의 배송대행 서비스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2011년, 소셜벤처로 첫걸음을 내딛었던 두손컴퍼니의 첫 아이템은 종이 옷걸이. 인기 연예인, 캐릭터의 모습이 담긴 옷걸이를 만들어 기업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것이었다. ‘연예인 옷걸이’는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었다. 2013년엔 고용노동부의 추천을 받아 ‘2013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강연 중인 박찬재 대표의 모습. 박 대표는 2011년 서울역 노숙자 강제철거를 계기로 두손컴퍼니를 창업했다.

하지만 종이 옷걸이는 기대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내지 못했다. 박 대표는 “10만 개가 넘는 주문이 밀려오는 날이 있는가 하면, 일거리가 단 하나도 없던 달도 있었다”고 했다. 두손컴퍼니에게 수익이 없다는 것은 노숙인이 다시 거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뜻했다. 박 대표는 “잠시나마 희망을 품었던 노숙인들이 일거리가 끊기자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면서 “창업할 땐 생각지도 못했던 부작용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박 대표를 잡아준 건 하나의 목표였다. 박 대표는 “밖에선 우리를 그저 옷걸이 회사로 봤을지 몰라도, 사실 우리의 유일한 목표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위기의 상황, 그때 박 대표의 눈에 들어온 것이 지금의 물류대행 서비스다. 대기업·중견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소규모 사업자들의 배송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쉽게 풀렸던 건 아니다. 팀원들이 모두 나가고 박 대표 혼자 일하는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대형 물류사의 사각지대에서, 배송에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업체 대표들을 끊임없이 만났다. 그렇게 뛰는 사이, 두손컴퍼니의 고객사는 하나둘 늘어났다. ‘맞춤형 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입소문이 돌며, 이미 50개가 넘는 회사와 함께 하고 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7배나 상승했고, 18평에서 시작한 물류창고는 370평 규모로 커졌다.

이날 참관한 교육생들은 시종일관 진지하게 선배가 걸어온 길을 경청했다. 강연이 끝난 후엔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예비 창업자들답게 질문은 날카로웠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한 교육생은 “유통·물류시장은 이미 큰 업체들이 많이 들어섰는데, 그중에서 중소 물류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었나”고 물었다.

박찬재 대표는 “온라인 거래액은 매년 약 20%씩 증가하고 있었는데, 기존 오프라인 마켓에서 차지하던 비중이 온라인으로 넘어오는 것이라 판단했다”며 “그러다 보면 중소 셀러들을 위한 서비스가 필요할 것이고 그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답했다. 박 대표는 이어 “창업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이런 가능성을 꼼꼼히 평가하고, 단호히 결정하는 것”이라는 조언을 덧붙였다.

예비 창업가들에겐 이날 강연이 어떻게 다가왔을까. 참가자 신용섭(24)씨는 “그동안 운영에 어려움을 겪다가 원래 목표를 잊으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었기 때문에, 업계 선배의 극복담이 더욱 감명 깊게 다가왔다”고 했다. 서우성(26)씨는 “스타트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팀원의 해체였다”며 “오늘 강연을 통해 초기 단계에선 팀원의 해체와 재결성이 자연스런 현상이란 걸 깨달으며 다소 후련해진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필자소개
최현빈

파란 하늘과 양지바른 골목을 좋아하는 더퍼스트 ‘에디터 ROBI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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