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서 일어나는 작은 기적(전편)
라오스에서 일어나는 작은 기적(전편)
라오스에서 일어나는 작은 기적(전편)
2017.04.25 17:32 by 김상욱

지난 1월, 한국-라오스 국제 야구대회가 열리는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 다녀왔습니다. 어느덧 3회를 맞는 이 대회는 라오스 최초의 야구단 라오J브라더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라오J브라더스는 2013년, 라오스 현지의 한인교포와 야구인 이만수 감독이 창단한 야구단입니다. 야구에 대해 전혀 몰랐던 라오스 청년들은 날이 갈수록 야구단의 모습을 갖춰갔는데요. 지난 대회에선 첫 승리와 함께 우승까지 거머쥐는 기적을 이뤘습니다. 더 강한 팀들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라오J브라더스는 과연 어떤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요?

선수들과 스태프들은 손님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작년 대회까지는 다소 긴장했지만, 이번에는 한결 여유있는 모습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8월, 한국을 방문해 사람들과 많이 친해지고 야구 실력도 많이 늘어난 덕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경기를 준비하는 라오J브라더스 선수들

이번 대회부턴 홈베이스에 안전 그물망이 설치됐습니다. 작년엔 공이 뒤편으로 빠지는 일이 잦았고, 파울볼이 관중에게 주는 위험도 높았습니다. 이번 대회부터는 그런 염려가 사라졌습니다. 또한 한국에서 정식으로 활동 중인 두 심판이 재능기부를 하러 와주었는데요. 덕분에 대회가 더욱 ‘프로페셔널’ 해졌습니다.

라오스 말에는 ‘야구’라는 단어가 없습니다. 그런 이곳에 150명의 사람들이 야구 경기를 하기 위해 모인 것 자체가 우리에겐 감동이었습니다. 윤강현 주 라오스 한국대사의 시구로 3일간의 대회가 본격적인 막을 올렸는데요. 적당히 낀 구름이 뜨거운 햇볕을 막아주어 야구하기엔 딱 좋은 날씨였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라오스엔 아직 정식 야구장이 없습니다. 이만수 감독을 비롯한 여러 사람이 노력하고 있지만, 이번 대회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노후된 축구경기장에서 대회가 치뤄졌습니다.

대회를 기다리는 이만수 감독과 경기장으로 향하는 라오스 선수들

참가자들의 면면을 보니 대회가 더욱 성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대회엔 한국, 일본, 태국, 라오스, 말레이시아의 10개 팀이 참가했는데요. 모든 참가팀들은 이번 대회를 위해 휴가를 냈다고 합니다. 또한 비행기와 숙소, 식비도 자비를 들여 라오스에 왔다고 합니다.

작년 대회 우승을 차지한 라오J브라더스의 전적은 3승 2패. 굴러오는 야구공을 발로 툭 찬 후 손으로 잡던 시절을 생각하면 정말 기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었던 성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같은해 한국을 방문해서 대결한 대천중학교 야구부 1학년생들과의 경기에선 2대 16, 콜드게임으로 대패했는데요. 그 경기를 통해 자신들의 진짜 실력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 후 라오스로 돌아간 라오J브라더스는 이번 대회 우승을 위해 맹훈련을 했다고 하는데요. 전직 프로선수들의 모습까지 보이는 이번 대회의 우승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과연 우승컵의 주인은 누구일지 저 역시 궁금했습니다.

대회를 이끄는 이만수 감독의 바람은 항상 하나입니다. 참가팀의 모든 선수들이 그저 다치지 않는 것이지요.

개막전은 지난해 우승팀 라오J브라더스와 말레이시아 한인팀이 붙었습니다. 막상막하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시종일관 라오J브라더스 선수들의 일방적인 경기로 진행됐는데요. 작년에 한국에서 무기력하게 패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특히 투수들의 어깨가 매우 강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직구의 위력이 이전에 비해 상당했습니다. 포수의 글러브가 뒤로 젖혀질 만큼의 위력이었습니다. 선수들이 그동안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타자들의 실력도 상당했습니다. 체격은 왜소하지만 홈런을 치는 선수가 나올 정도로 야구에 센스가 늘어난 것입니다. 경기는 라오J브라더스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말레이시아 한인팀에 승리했습니다. 최종 점수는 19대 3이었지요.

말레이시아 팀의 한 선수는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특히 투수들의 구속이 굉장히 빨랐다. 라오스에서도 이렇게 야구를 한다는 게 신기하다”라면서 “라오스-말레이시아 간의 1시간의 시차 적응에 실패한 것이 패인”이라는 농담을 던졌습니다.

경기를 지켜본 이만수 감독은 붉게 상기된 얼굴로 “이제 정말 동남아 국가들의 국제 경기에 나가도 될 수 있을 만큼 실력이 급속도로 향상됐다”면서 “전용 야구장이 지어져 체계적인 훈련을 받을 수 있다면 이들의 성장은 아무도 멈출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대회의 특징을 꼽자면 새로운 손님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국제대회라고 하지만 작년까지는 ‘그들만의 리그’가 열렸습니다. 그러나 올해 대회엔 야구를 즐기기 위해 찾은 관중이 생겼습니다. 프랑스에서 온 사진작가, 호주에서 여행온 부부, 미국에서 온 회사원 등 야구를 좋아하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관중석에서 박수를 치고 있었습니다. 신기했습니다. 잠깐 구경하다 떠나는 게 아니고, 자리를 잡고 경기를 끝까지 보는 것입니다. 경기가 끝난 후엔 선수들에게 기립 박수를 쳐주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이번 대회엔 한국과 일본에서 프로로 활약했던 두 선수가 있었는데요. 일본의 이토카즈 케이사쿠 선수(2013년 은퇴)와 한국의 한상훈 선수(2016년 은퇴)입니다. 이들의 참가는 많은 이목을 끌었는데요. 한국 올스타 팀과 일본 팀의 경기에서 두 선수가 맞붙었습니다. 다음화에선 이 두 선수의 대결과 대회 우승컵의 주인을 다루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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