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 올해 1~3월 중 전국에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횟수입니다. 성인도 눈살을 찌푸리는 희뿌연 공기. 몸이 작은 어린이에겐 더욱 해로운데요. 호흡기와 알레르기 질환에 취약한 것은 물론이고, 주의력 결핍이나 소아비만, 심지어 성조숙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 20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는 ‘2017 서울 안전체험 한마당’이 열렸습니다. 서울시와 한화손해보험이 주최하고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를 비롯해 서울지역 23개 소방서를 포함 총 57개의 기관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최근 미세먼지와 황사가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고, 화재·태풍과 같은 재난의 위험도 언제나 도사리고 있습니다.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이러한 안전교육의 장이 필요한 이유이지요.
“캐릭터 옆에 제 이름을 쓸 거예요. 이걸로 확실하게 황사에 대비할 수 있겠죠?”
희망브리지 부스엔 색연필을 든 어린이들로 가득했습니다. 이들이 만드는 것은 ‘안전부채’. 미세먼지와 황사가 왔을 때 안전요령을 알려주는 캐릭터가 그려진 부채입니다. 어린이들은 각자 좋아하는 색으로 부채를 단장하며, 부모님과 황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부채에 색칠을 하던 한 어린이는 “부채엔 여자아이 캐릭터만 있는데 남자아이도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합니다.
한쪽에서는 OX 퀴즈가 열렸습니다. 봉사자 선생님이 “태풍은 무섭고 위험한 것으로 알고 있죠? 그런데 지구에 이로운 부분도 있을까요?”라 묻습니다. 바로 앞 어린이가 팔로 ‘O'자 모양을 크게 만들며 “태풍이 지나간 바다에선 물고기가 많이 잡힌대요”라고 외칩니다.
“초콜릿은 챙겨도 되지 않을까요?”
한 어린이가 고민 끝에 넌지시 말합니다. 재난이 일어났을 때 필요한 물건을 담는 안전배낭 꾸미기 부스의 풍경입니다. 지켜보던 부모님의 귓속말 허락을 얻고서야. 아이는 원하는 것을 배낭에 집어넣습니다.
행사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안전수칙을 익혀나갔습니다. 함께 온 부모와 안전과 관한 얘기를 주고받는 모습도 쉽게 접할 수 있었죠. 아들과 함께 행사장을 방문한 정연균(33·경기 하남)씨는 “화재나 교통안전에 비해 재난교육은 마주할 기회가 적다”며 “아이들이 스스로 체험하며 재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이날 행사는 어땠을까요. 김민석(6)군은 “중국에서 나쁜 모래가 건너온다는 말을 들어서 열심히 참여했다”고 말했습니다. 김나연(8)양은 “작년에도 부모님과 함께 참여했는데 안전에 대해 재밌게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며 “혼자 오기 아까워 이번에는 같은 반 친구들도 함께 데려왔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했습니다.
프로그램을 마친 어린이들은 안전체험교육 스탬프와 함께 희망브리지에서 준비한 풍선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은 교육 수료를 알리는 스탬프와 둥둥 떠다니는 풍선에 한껏 들뜬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날 행사를 총괄한 배천직 희망브리지 홍보팀 차장은 “올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미세먼지와 황사에 대한 아이템을 위주로 준비했는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면서 “지금의 어린이들이 어른이 되어 이날 배운 것들을 다음 세대에게 알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사진: 최현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