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인테리어의 마지막 작업은 장판 시공. 별 지식 없어도 금세 한다는 글을 많이 읽은 터라 별 긴장을 하지 않았다. ‘그냥 카펫 깔 듯 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안이한 마음, 반성합니다…….
원래 깔려있던 것은 조각조각 잘려있는 형태로, 무늬 결 방향도 제각각이었다. 장판과 장판이 겹치는 부분은 마감처리 없이 그냥 얹혀있는 모양새. 이전 사람들이 왜 이렇게만 하고 끝냈는지 이해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실 난관은 주문 단계에서부터 시작됐다. 장판 폭은 일정하게 정해져있는데(일반적으로 180㎝), 대부분 길이가 애매하게 남는 경우가 많다. 무늬 방향에 신경 쓰면서 면적도 맞추어 길이를 재단해야 하기 때문에 그림을 그려가며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공간지각능력이 부족한데다가, 뭐든 감으로 때려 박는 성격의 에디터에겐 너무나 복잡한 작업이었다.
에디터의 깨알 TIP
장판은 크게 펫트와 모노륨으로 나눌 수 있다. 펫트 장판은 막장판이라고도 불리며, 가격이 저렴해서 월세집이나 오피스텔 등에 사용된다. 장판과 장판을 겹쳐 올리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시공이 쉽지만, 내구성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모노륨 장판은 조금 더 비싸지만 내구성이 좋다. 이음매 부분이 보이지 않도록 시공하기 때문에 깔끔하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보통 하루 만에 도착하지만, 매우 무거우므로 혼자 옮기기는 힘들다(얼마의 무게를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장판 시공에 필요한 재료는 장판과 장판 사이 틈을 메워 줄 용착제(‘메우미’라고도 한다), 장판과 바닥을 붙여줄 본드, 칼과 자 등이다. 사진에는 없지만 바닥에 본드를 바를 때 헤라도 있으면 좋다.
사실 시공법 자체는 간단하다. 장판 모서리가 닿는 부분에만 본드를 대충 펴 바르고, 그 위에 장판을 덮으면 끝. 장판이 크고 무거워서 생각대로 안 움직여준다는 것만 빼면 할만하다.
다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치수 계산할 때 바보같이 방 길이에 딱 맞춰서 주문해버리고 만 것이다. 한 뼘 정도 여유가 있어야 위로 올라가는 부분을 접어 마무리할 수 있는데… 다 깔아보니 어떤 부분은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짧았다. 이럴 수가!
에디터의 깨알 TIP
굽도리(노본)는 방바닥과 벽이 만나는 부분에 사용되는 부재다. ‘걸레받이’라는 단어와 혼용되어 쓰이기도 하지만, 사실 저렴하고 편리하게 걸레받이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라고 한다. 벽과 바닥을 확실하게 분리해주며, 고르지 못한 면을 은폐하는 기능도 한다. 굽도리나 걸레받이로 마감처리를 하지 않고, 그냥 장판을 꺾어 올려 마무리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이 문제는 입주 후 양면테이프 형태로 만들어진 굽도리를 이용해 해결했다. 색이 조금 달라 아쉽긴 하지만, 나름대로 마무리한 느낌이 들어 다행이었다(비슷한 색이 아니라 아예 진한 회색으로 했으면 괜찮았겠단 생각이 지금에서야 든다). 다만, 굽도리 스티커는 수명이 길지 않고, 접착력이 떨어지면 틈새에 벌레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사실상 셀프 인테리어에서의 가장 큰 난관이었던 장판 이음새 마무리. 장판과 장판이 겹치는 부분에 자를 대고 자르면 된다고 쓰여 있었는데, 그대로 해보니 저렇게 틈이 생겨버리고 말았다. 급한 대로 응급처치 후 다시 손댈 용기가 나지 않아, 다른 부분은 그냥 겹쳐둔 형태로 놔두기로 했다. 장판 앞에 무너지고 만 에디터… 이전 세입자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저 틈은 아직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장판 시공, 누가 쉽다 그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