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국민, 무자비한 국가
무심한 국민, 무자비한 국가
무심한 국민, 무자비한 국가
2017.05.17 15:29 by 제인린(Jane lin)

지난 9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에서 가슴 아픈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한국인 유치원생 10명이 탑승한 통학버스가 터널 내에서 전복하는 사고로 원생들을 포함, 승객 전원이 사망했다는 뉴스였죠. 그런데 이 비극이 일어난 이후 뒷말이 많습니다. 남의 일에 나 몰라라 하는 중국인의 태도가 사고를 크게 키웠다는 비난이 거셌던 거죠….

(사진: Hadrian/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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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선 

‘일 잘하고 똑똑하며, 성실한 민족’

중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모습입니다. 중국에서 거주하며 오래 알고 지낸 지인들의 한결같은 평가죠. 때문에 현지 업체들 중 상당수는 한국인 직원을 고용하는 걸 선호하는 경향이 짙고, 심지어 각종 사업 파트너로 한국인은 ‘최적의 상대’라는 평가를 받아오고 있습니다.

일 잘하기로 소문난 한국인이지만, 모든 면에서 지나치게 빠른 것을 선호하고 일 중독자라고 할 만큼 쉬는 법을 모르는 민족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지나치게 틀에 박혀 있는 탓에 인생의 자유를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비판도 뒤따르죠. 이들의 혹평이 완전히 옳은 것은 아니지만, 필자의 성향 역시 그들의 평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네요.

그러한 평가를 받고 있노라면, 이런 생각이 뒤따릅니다.

‘우리가 틀에 박힌 사고방식과 일에 중독된 민족이라면, 당신 중국인들은 도대체 어떤 성향의 민족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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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

외국에 오래 거주하는 교민이라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국민만큼 뛰어난 업무처리 능력을 가진 민족이 있을까’라고 생각할 만한 일을 한두 번쯤은 겪습니다. 필자의 경우도 그랬죠.

우리에게 잘 알려진 우스갯소리 가운데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으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라는 질문이 있죠. 이 질문을 받은 한국인들은 골똘히 생각한 후에, ‘살아있는 코끼리인지, 토막 난 고깃덩어리인지’ 묻기도 합니다. 넌센스이고, 정답도 없는 것이겠지만, 그만큼 ‘무엇이든 맡기면 해내고야 마는’ 한국인의 성향을 잘 보여주는 사례죠.

같은 질문을 중국인 친구에게 던진 적이 있습니다. 베이징大 이공계 대학원생인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코끼리를 왜 냉장고에 넣어야하는데?”라고 반문하며, 결국 “코끼리는 냉장고에 넣을 필요가 없다”고 쿨하게 답변했죠. 우리 교민과 중국인의 일반적인 사고방식을 알 수 있던 경험이었습니다.

무엇이든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한국인(언제부터인지 우리 민족이라는 단어 앞에는 ‘의지’라는 수식어가 붙네요.)과 해낼 수 없거나 관여하고 싶지 않은 것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중국인들의 성향 차이. 이는 사실 내가 중국에서 사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할 수 없는 것을 하려고 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에 지칠 만큼 지쳤을 지경에 중국에서 살기 시작했으니까요.

청관으로 불리는 이들에 의해 무자비하게 폭행당하고 있는 중국인. (사진: 웨이보)

하지만, 종종 그들의 이 같은 성향은 지나친 무심함과 무관심의 경지에 이르러 숱한 부작용을 낳기도 합니다.

이는 비단 직장 생활이나, 담당 업무처리 분야에서의 무관심, 무심함만을 일컫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관계에서도 내게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는 이라면 그저 ‘남’일 뿐이라는 인식이 강하죠. 이런 성향은 자칫 작은 사고나 사건을 큰 재해로 이어지게 하는 일도 잦습니다.

실제로 최근 중국 웨이하이에서 발생한 한국인 유치원생 사망 사고 역시 그들의 무관심이 사고를 크게 키웠다는 비난을 받고 있죠.

현지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당시 유치원 통학 버스 차량에 탑승했던 10명의 유치원생 전원은 화재가 발생한 차량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사망했는데, 출근 시간대에 이동 중이었던 수 백대의 차량 운전자 중 누구도 사고 차량의 문을 부수는 등의 도움을 준 이는 없었죠.

청관에 의해 폭행당하는 시민. (사진: 웨이보)

더욱이 사고 직후 해당 사건 현장을 담은 영상이 중국 포털 사이트 및 sns 웨이보를 통해 수 십 여건이 공유되며,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서 피해자를 구출할 생각은 하지 않고, 마치 불구경하는 사람들처럼 동영상 촬영을 했다’는 비난 역시 잇따르고 있습니다.

해당 공안국 조사에 의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사고 현장 소식에 따르면, 사고로 사망한 운전자는 탑승했던 유치원생의 탈출을 돕기 위해 차량 내부에서 이동하던 중 가스에 질식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죠. ‘화재 발생 초기에 누군가 문을 부수는 것에 힘을 모아주기만 했어도...’라는 안타까움이 남는 이유입니다.

‘나의 일이 아니라면 남의 일’이라는 중국인들의 사고방식은 이처럼 작은 사고를 큰 인재(人災)로 키우는 일이 잦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성향을 오히려 ‘서로 거리를 유지하고 사는 매우 합리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마저 있죠.

청관으로 대표되는 국가의 두 손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어준 것은 중국 국민 스스로가 아닐까. (사진: 웨이보)

이러한 그들의 성향은 자유를 넘어, ‘아무렇게나 살아도 무방하다’는 인식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중국이 가진 무소불위의 국가권력은 그들의 지나친 자유분방한 성향과 남의 것에 참견하지 않으려는 무심한 민족성이 낳은 것이라는 분석도 있죠.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한 자유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실제로 중국에는 공안국에 소속된 공안 이외에 국민들의 사건 사고를 해결하는 업무 담당자들이 있는데. 이들을 ‘청관(城官)’이라 부릅니다. 담당하는 업무는 주로 노점상의 생계활동을 방해하고, 단체 활동 즉 국민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려는 행위 자체를 억제하며, 이에 저항하려는 이들에게 무자비한 폭력과 즉결처분 등을 가하는 것이죠.

정식 국가 공무원은 아니지만 국가가 암암리에 인정한 그들의 무소불위의 권력은 종종 국민의 사사로운 행위를 지나친 폭력과 폭압으로 다스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데, 실제로 잊을 만 하면 등장하는 뉴스가 그들에 의한 과도한 폭력 행위 소식입니다.

노점상 운영자를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젖먹이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좌판을 깐 여성 노동자를 구둣발로 밟는 행동, 지나가는 노인을 무차별적으로 ‘때려’ 죽인 사건 등이 대표적이죠.

지난해에는 후난성에서 농사지은 농산물을 거리에서 팔았다는 죄목으로 사용하던 저울추로 해당 농민공의 머리를 내려쳐 현장에서 즉사하게 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현장에서 다수의 청관에 의해 죽임을 당한 해당 농민이 좌판 위에 올려놓았던 품목은 ‘오이’ 뭉텅이 몇 개였을 뿐입니다.

상호간의 무관심과 무심함이 낳은 성향이 오히려 국가가 휘두르는 무소불위의 권력과 폭력 앞에서 어떠한 저항도 하지 못하는 수동적인 국민성을 불러온 셈입니다.

내 일 아니라고 떠넘겼던 그 마음이 청관으로 대표되는 국가의 두 손에 스스로 곤봉을 쥐어준 꼴이란 걸, 어떤 피해도 받지 않겠다는 이기적인 마음이 스스로에게 피해를 주는 부메랑이 됐다는 걸, 그들은 언제쯤 깨달을 수 있을까요?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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