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의지 끌어내기, 묘수가 없을까요?
학습의지 끌어내기, 묘수가 없을까요?
학습의지 끌어내기, 묘수가 없을까요?
2017.05.23 18:22 by 류승연

김동환. 아홉 살. 지적장애 2등급. 좋아하는 건 넓은 공터에서 뛰어다니기. 싫어하는 건 착석하기. 더 싫어하는 건 아빠의 강제 뽀뽀.

대한민국에서 발달장애인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 아이의 가장 큰 문제는 ‘의지력’이다.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스스로의 ‘의지’가 없다. 툭 까놓고 말하면 학습의지가 없다. 학습의지가 없으니 모방행동도 하지 않는다. 모방행동을 하지 않으니 발달이 더딜 수밖에 없다.

잘 찾아보면 아들에게도 손톱만큼의 학습의지가 어딘가 있긴 있겠지. 하지만 그 의지를 끌어내는 게 매우 매우 매~우 어렵다. 특수학교로 전학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어쩌면 그 때문이다.

장애 아이의 의지는 어떻게 끌어내야 하는 걸까? 엄마란 역할을 처음 해보긴 하지만 비장애인인 딸의 의지를 끌어내는 건 어렵지 않다. 대화를 통해 딸의 흥미를 끌고 의욕을 고취시킨다. 효과는 100점 만점에 1000점.

대화가 안 되는 아들에겐 이 방법이 소용이 없다. 가장 원초적인 방법, 좋아하는 것을 보상으로 내거는 방법도 있지만 애석하게도 아들은 세상만사조차 별 관심이 없다. 몇 가지 물건에 간혹 관심을 보이긴 하지만 그나마도 몇 분, 몇 초 있으면 흥미를 잃는다.

(사진:Ollyy/shutterstock.com)

김동환의 학습의지 끌어내기. 부모와 학교 교사, 치료실 선생님 등 아들을 둘러싼 모든 어른들의 제 1순위 과제다. 이제 고작 초등학교 2학년의 상반기를 지나고 있을 뿐이지만 학교에 입학하고 난 뒤 아들은 어른들의 교육태도에서 3번의 변화를 거쳤다.

1학년 때는 통제에 의한 강제적 교육방식을 경험했다. 착석이 안 되던 아들이 카리스마 넘치는 담임선생님과 특수교사를 만나 40분의 착석을 해내는 기특한 장애인이 되었다. 나는 아들의 변화를 보며 만족을 했다. 학교에 가더니 사람이 되어가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아들의 변화는 마음속에서부터 우러난 것이 아니었다. 진짜 변화가 아닌 ‘눈치 보기’였다. 학교에선 착석을 하던 아이가 치료실에만 가면 착석이 되지 않았다. 집에서도 마찬가지. 학교 선생님들만큼 무서운 이가 없었던 것이다.

2학년 되어선 담임선생님과 특수교사가 바뀌었다. 1학년 때와는 정 반대 성향의 두 분이 아들을 맡게 되었다. 두 분은 통제에 의한 강제적 교육방식보다 흥미 유발을 통한 스스로의 의욕 고취에 초점을 맞췄다. 학습의지가 전무한 것을 심리적인 문제로 보고 아이의 마음을 풀어주는 데 중점을 뒀다.

일반 학급에서의 통합수업 때도 굳이 착석을 강요하지 않았다. 착석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누워도 좋고 바닥에 앉아 있어도 좋으니 담임선생님과 친구들이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들을 하는지 보고 들어라. 그러다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거든 그 때 일어나 동참을 하거라.

이 방법도 좋아 보였다. 아들의 문제가 심리적인 것이라면 당연히 풀어야 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두 달 만에 아들은 특수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일반학교에서의 마지막 날. 특수교사는 아들 같은 케이스를 20년 넘는 교직생활 동안 처음 본다고 말했다. 아이가 인지 자체는 낮지 않은 것 같다고. 기억력도 좋아 보인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한다고.

“그걸 밖으로 끌어낼 방법을 어떻게든 찾았어야 했는데 저는 역부족이었어요. 죄송합니다”

특수학교로 전학가면 앞으로 1~2년이 중요하다고 했다.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라고. 심리적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아버리기 전의 그 1~2년 안에 스스로의 ‘의지’가 발현돼 내면에 갖고 있던 것들이 밖으로 풀리면 아이는 확~ 하고 성장을 해버리지만 그렇지 못하게 되면….

가끔 남편과 내가 아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이 놈~ 너 지금 장애인 흉내 내는 거지?”

평소 인지가 두 돌 된 조카들보다도 낮은 아들. 그런데 가끔 ‘빙의’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복잡한 내용의 말귀를 알아먹고 행동에 옮길 때가 있다. 말도 마찬가지다. “아갸갸갸” “우이~ 우이~” 등 모음으로 된 옹알이만 내뱉으면서 가끔, 아주 가끔은 말을 할 때가 있다.

3년 째 아들을 맡고 있는 언어치료 선생님을 포함해 우리 부부가 의심하고 있는 것. 바로 사실은 아들이 많은 말을 할 줄 아는데 스스로 안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점이다. 자기가 아주 급할 때는 “티어~”그러며 반항을 한다. “싫어~”라는 뜻이다. 3년 전에는 “안 돼~”도 몇 달 간 제법 하는 것 같더니 이내 곧 사라졌다.

바로 어제도 마찬가지. 새벽에 아들의 기저귀를 갈기 위해 안방 문을 열자 거실의 찬 공기가 방으로 확~ 하고 유입되는 게 느껴진다. 인기척에 뒤척이던 아들이 잠결에 말을 한다. “아~ 투어. 아~ 투어”. 아주 작은 소리로, 속삭이듯. 그렇게 춥다는 말을 두 번 하고는 다시 잠에 빠져든다.

가끔 있는 일이다. 좋아하는 곳에 놀러 가면 방긋 웃으며 혼잣말하듯 속삭인다. “아~ 쵸아. 아~ 쵸아”. “뭐? 동환아? 지금 좋다고 한 거야? 응? 다시 말해봐”

백 번을 더 시켜 봐도 소용이 없다. 기분을 표현하는 자발적인 말을 했다고 생각한 순간 부모가 알아채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입을 닫아 버린다. 게다가 집에서 말하는 연습을 시키려고 눈을 마주보고 “엄마~ 엄마~” 그러면 아들은 그것이 자신에게 말하기 연습을 시키려는 걸 알고는 씨익 웃는다. 웃으면서 손을 뻗어 내 입을 틀어막는다. 그만 말하라고. 안 들을 거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아이. 의미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발현시키지 않으려는 아이. 과연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

특수학교로 전학을 가니 분위기가 또 달라진다. 일주일 간 수업을 받아보니 특수학교에서의 교육은 ‘장애인의 자립’에 최종목표가 맞춰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담임선생님은 내게 그동안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아온 아들이 더 이상은 그러지 않도록 가정에서도 함께 지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작은 것부터 실천을. 학교와 가정의 교육이 일관성을 지녀야 하기 때문에 나는 협조를 약속했다.

갑작스러운 변화가 스트레스였을까? 전학을 한 뒤 일주일 간 배변활동에서 퇴행이 와 버렸다. 잘 때를 제외하곤 변기에 앉아 큰일을 보던 녀석이 다시 집안 곳곳에 응가를 해버리기 시작했다.

일반 아이를 키우는 것은 처음 하는 일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엄마 나름대로 교육의 방향성이 정해진다. 내 스스로가 겪어온 일들과 비교해 가며 앞으로 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엄마 나름의 교육관이 정립된다. 하지만 장애 아이의 교육은 시간이 지나도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내 스스로가 장애인이 아니라서 잘 알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장애인마다의 개별성이 천차만별이라 내 아이에게 맞는 모범답안을 찾기도 어렵다.

누군가 물은 적이 있다. 장애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고. 당시는 선뜻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모든 게 힘들었지만 그 모든 게 일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그리 힘들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장애 아이를 교육시키는 게 가장 힘들어요.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아요.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아요.

“내가 가는 길이 곧 정답”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것도 같지만, 그건 장애 아이를 안 키워봐서 그런 것 같다. 그렇다고 인생의 참 힘듦을 느껴보기 위해 장애 아이를 한 번 키워보시라는 덕담을 할 수도 없고…

어쨌든 나는 시행착오의 터널을 지나고 있고 아들은 새로운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변혁기를 지나고 있다. 이 과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진:류승연

필자소개
류승연

저서: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전)아시아투데이 정치부 기자. 쌍둥이 출산 후 180도 인생 역전. 엄마 노릇도 처음이지만 장애아이 엄마 노릇은 더더욱 처음. 갑작스레 속하게 된 장애인 월드. '장애'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깜놀. 워워~ 물지 않아요. 놀라지 마세요. 몰라서 그래요. 몰라서 생긴 오해는 알면 풀릴 수 있다고 믿는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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