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게 많으면 먹고 싶은게 많다고 했던가, 요리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부터 재료욕심이 부쩍 늘었던 기억이 난다. 먹어보지 않은 재료들은 꼭 한 번은 요리를 해서 먹어보아야 직성이 풀리곤 했다. 물론 그 욕심은 여전하고, 그 덕에 인터넷 쇼핑몰 장바구니가 비는 날은 잘 없다. 얼마 전에는 오징어 먹물을 한 통 구매했다. 안그래도 꼭 한 번은 사서 요리를 해보아야겠다고 벼르던 중이었는데, 특가판매까지 걸렸으니 구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까닭이다.
배송에는 꼬박 하루가 걸렸다. 설레는 마음으로 박스를 뜯고, 재료들을 손질해서 요리를 시작했다. 갖은 재료들을 지지고 볶다가 마지막으로 오징어 먹물을 한 술 집어넣으려는데 처음 써보는 재료라 영 감이 오질 않았다. 무턱대고 한 큰 술을 푹 떠넣었다. 그후로 배웠다. 세상에 검정색이 모두 같은 건 아니란 걸. 먹음직스러운 깜장색과 타버린 듯 새카만 색은 명료하게 다르다는 걸. 그리고 이젠 티스푼을 애용한다. 그래서인지 먹물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이 먹물이 바닥을 보일 즈음이면 나는 다양한 검은색을 내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Today's Special
오징어 먹물 스파게티
1. 마늘은 편을 썬다.
2. 오징어는 껍질을 벗기고, 먹기 좋게 잘라서 손질해서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한다.
3. 물 1리터에 소금 10 g 을 넣고 끓인 뒤 면을 삶는다.
4. 면을 끓는 물에 넣는 동시에 편 썬 마늘을 약불에서 올리브오일과 볶아준다.
5. 마늘이 노릇노릇해지면 페페론치노와 손질한 오징어를 넣고 불을 세게해서 볶아준다.
6. 오징어를 넣고 불을 키운 후에 바로 화이트와인을 넣어준다.
TIP 불을 세게해서 알콜을 날리는 것이 중요하다.
7. 오징어가 하얗게 익으면 토마토를 으깨어서 넣고, 끓여준다. 오레가노도 넣는다.
8. 소금으로 간을 하고, 면이 다 삶아질 때까지 먹물을 넣어 끓여준다.
9. 면이 삶아지면 소스와 함께 섞어서 낸다.
/사진: 이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