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의 인권 마법사 제디(상)
고대 이집트의 인권 마법사 제디(상)
2017.06.22 15:24 by 곽민수

얼마 전 인권 변호사 출신 인물이 한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죠. 한국에서는 비교적 덜 중요하게 언급되는 것 같지만, 제가 머물고 있는 영국의 언론에서는 이를 굉장히 주목합니다. 한국의 새 대통령에 관해 이야기 할 때는 꼭 그를 ‘인권 변호사(human rights lawyer)’ 출신이라고 강조하죠.

그 만큼 그가 살아온 인생의 궤적은 외부인들의 시각에도 상당히 인상적인 듯 합니다. 인권 변호사 출신 대통령의 시대에 맞춰, 이번 회와 다음 회에 걸쳐 제가 들려드릴 이야기는 마법사 제디(Djedi)에 대한 것입니다. 고대 이집트의 ‘인권 마법사’라 불려도 괜찮을 것 같은 인물이죠.

제디가 역사적으로 실재했었는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저 고대 이집트에서 널리 읽혔던 것으로 여겨지던 한 이야기 속에 등장하죠. 이야기의 배경은 대략 기원전 2500년 전입니다. 역사상 가장 큰 피라미드로 통하는 기자의 대피라미드의 주인 쿠프(Khufu) 왕의 시대죠.

제디는 폭압적인 혼군(昏君)으로 그려지는 파라오 쿠프의 명령에 당당하게 저항하며 ‘인간의 대상화’에 반대합니다. 이와 같은 구도를 보고 요 몇년 간의 한국사회를 떠올리게 되는 건 아마 저 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쿠프 왕의 대피라미드와 스핑크스. 대피라미드는 역사 상 세워진 피라미드들 가운데 가장 거대한 것으로 완공 당시에는 높이가 146m, 현재는 138m입니다.
반면 현존하는 유일한 쿠프 왕의 석상은 높이가 7.5cm에 불과해서 지금까지 알려진 파라오의 상들 가운데 가장 작은 것입니다. 카이로 이집트 박물관 소장.

제디에 관한 이야기는 <베를린 파피루스 3033>에 실려 있습니다.(이 파피루스를 입수한 영국인 탐험가 헨리 웨스트카(Henry Westcar)의 이름을 따서 <웨스트카 파피루스>라고도 불립니다.) 이후 이 파피루스는 웨스트카의 조카에 의해 독일인(당시에는 프러시아) 이집트학자 칼 리차드 렙시우스(Karl Richard Lepsius 1810-1884)에게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러 정황상 렙시우스가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파피루스를 입수했을 가능성도 큽니다. 렙시우스는 생전에 파피루스를 공개하지 않고 자신의 집 다락방에 꽁꽁 숨겨 놓았는데, 그의 사후에야 아들에 의해 공개됐고, 이를 베를린 박물관이 구입하게 됩니다. 현재는 ‘베를린 신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죠.

베를린 신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렙시우스의 흉상

이 문헌에는 고왕국 제 4왕조 시대(기원전 2600-2500년 전 경)의 궁정에서 있었던 사제들과 마법사들이 행한 기묘한 행적들에 관한 다섯 가지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첫번째와 두번째 이야기는 파피루스의 훼손 상태가 심해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습니다. 나머지 세 개의 이야기는 거의 대부분의 내용을 읽어 내려갈 수 있는데, 이 세 이야기의 내용을 토대로 대략적인 제목을 제가 지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뱃놀이와 한 궁녀의 머리 장식”

“마법사 제디”

“왕자들의 출생”

이 가운데, 오늘 이야기의 대상이 되는 것은 두번째 것입니다.

이 파피루스가 현대어로 번역되어 처음 출간된 것은 1890년의 일입니다. 이 첫번째 번역본은 독일어 버전이었는데, ‘Die Märchen des Papyrus Westcar’(웨스트카 파피루스 속 옛날 이야기)>라는 제목이 붙었습니다. 이 제목을 보면 19세기의 이집트학자들도 <웨스트카 파피루스> 속 이야기들에서 구전 동화의 향기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이후에 이루어진 더 최신의 영어 번역들도 비슷한 뉘앙스의 제목을 갖고 있습니다. 예컨대 리차드 파킨슨은 ‘The Tale of King Cheops’ Court’(왕의 궁정에 관한 옛날 이야기)라고 제목을 붙였고, 리히트하임은 ‘Three Tales of Wonder’(세 가지 기묘한 이야기)라는 제목을 사용했습니다.

<웨스트카 파피루스>는 기원전 18-16세기 사이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것은 이 이야기가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고왕국 시대보다는 중왕국 시대의 관점을 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사료비판에 관한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이야기 자체에 집중하도록 합시다.

웨스트카 파피루스. 독일 베를린 신 박물관 소장.

 이야기의 내용은 다음 회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필자소개
곽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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