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한테 왜 그러는 게임?”
“여성한테 왜 그러는 게임?”
2017. 07. 11 by 박비

: 보이스챗1) 들어오세요~ 아니면 듣방2)이라도~

갓-게임 오버워치를 이기려면 보이스챗을 켜야 한다. 게임은 이기고 봐야 하니 음성채팅에 참여하긴 하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나의 얇고 높은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뭐야? 여자 있어?”
“여자네?ㅋ” 와 같은 반응을 접하게 되기 때문.

나는 한 명의 오버워치 영웅일 뿐인데 내 앞에는 수식어가 붙는다. ‘여성유저’ 그리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낙인은 게임 플레이 내내 나를 따라 다닌다. “여자면 힐러해” 혹은 “여자치고는 잘하네?ㅋ” 라는 반응들. 나는 그냥 게임을 잘하는 거고, 특히나 딜러형 힐러인 ‘루시우’ 캐릭터에 능숙할 뿐인데 어째서 내 실력은 여성이라는 기준에 의해 판단 되어야 하는지. 이 모든 것을 설명하고 설득하느니 그냥 보이스챗을 ‘듣방’으로나마 참여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심지어 내가 원하는 캐릭터를 다른 유저가 선점해 “00 주시면 안 되냐”고 하면 “애교 부려봐”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21세기 지금 여기서.

당연히 모든 유저가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여성으로 인한 차별과 공격을 한 두 번 받게 되면 한마디의 말을 하게 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진다. 성별로 인한 게임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이 비단 나뿐만은 아니었을까. ‘전국디바협회’(이하 전디협)는 그렇게 세상의 조명을 받게 되었다.

국민동생 D.Va (디바),

대한민국 프로게이머 출신의 오버워치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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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하면 이겨야지! 라는 멘트로 실제 게임에서 강하고, 빠르고, 다른 캐릭터들을 방어해주는 탱커의 포지션을 맡고 있다(이름도 있다. 송하나). 오버워치는 각 캐릭터(영웅)의 스토리나 설정이 이색적이다. 브라질 슬럼가 인권운동가 출신의 힐러가 있는가 하면 자폐를 가진 인도 출신의 과학자인 시메트라 역시 평범한 설정은 아니다. 심지어 할머니 스나이퍼 ‘아나’와 영국 출신 성소수자 ‘트레이서’라는 영웅까지 등장한다. 블리자드의 열린 설정만으로 보는 재미가 쏟아진다.

(사진: 전국디바협회 (national-dva-association.tumblr.com))

이런 캐릭터 특성에 맞춰 등장한 한국의 여성 게이머 단체 ‘전국디바협회’. 원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하야에 대한 움직임으로 시작되었고, 이후 게임을 하는 페미니즘 단체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기도 했지만, 블리자드의 제프 카플란 디렉터의 언급으로 단번에 엄청난 지지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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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ver accept the world as it appears to be. Dare to see it for what it could be.(세상을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 그 가능성을 봐야 한다.)이것이 정확히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는 오버워치가 정치적인 게임이 되기를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버워치 팀의 가치가 받아들여지고 스스로 긍정적인 방식으로 커뮤니티에 받아들여지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다.” 관련 동영상 보기

어느 순간부터 페미니즘 이슈는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우리는 무언가 혁신적인 변화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게임을 하고 싶을 뿐이다. 마음 편하게.

우리는 강한 여성을 원한다

게임 속 여성 캐릭터가 성적 대상화 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여성 캐릭터는 팀에서 보조적인 역학을 하는 힐러 혹은 마법사로 묘사된다. 직업적 차이뿐 아니라 게임을 나타내는 일러스트에서도 여성 캐릭터는 아슬아슬한 복장으로 유저들의 관심을 끈다.

게임의 주 이용자는 남성이다. 그렇다 보니 성적 어필이 더 많은 관심과 흥미를 끄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설정들과 그것을 확대 재생산하는 과정은 정말 1도 유쾌하지 않다. 어느 정도야? 궁금하신 분은(뒤 조심) ‘여캐 방어력’ 만 검색해 봐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성 상품화를 넘어서 희화하거나 대상화하는 행동과 게시물에 대해서는 그냥 외면하고 사고를 정지시켜 버린다.

우리 그냥 게임하게 해주세요 제발!

나는 여캐가 시베리아 벌판을 홀로 고독히 걸어나갈 만큼 꽁꽁 싸매고 나오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한 명의 게이머로 인정받기를 원한다. 현실에서도 게임에서도.

 게임용어 사전

1) 보이스챗

게임 내 음성 채팅 기능. 실시간 전투가 일어나는 게임에서 바로 정보를 팀에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욕설과 비매너가 난무한다는 것이 단점.

2)  듣방

듣는 방송의 줄임말. 보이스챗의 욕설과 비방에 지친 게이머, 그냥 조용히 게임 하고 싶지만 정보는 필요한 게이머들이 주로 선택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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