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소년 엄마로 살기...조명숙 여명학교 교감
탈북 청소년 엄마로 살기...조명숙 여명학교 교감
탈북 청소년 엄마로 살기...조명숙 여명학교 교감
2014.10.28 15:06 by 더퍼스트미디어
 

조명숙(45) 여명학교 교감은 “통일 후엔 북한 청소년 학교의 수위 할머니가 되기를 꿈꾼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사진_허미영 작가)


 

“탈북 청소년들은 북한에선 배고파서 못 살겠고, 남한에선 모르는 게 너무 많아 못 살겠다고 합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교육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요? ”

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여명학교 조명숙(45) 교감 선생님의 말씀이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현대해상, (사)문화예술네트워크와 함께 진행하는 소셜에디터스쿨 ‘청년, 세상을 담다’의 강연장에서 그를 만났다. 강연 중, 탈북 청소년을 위해 왜 ‘교육’이라는 수단을 택했는가 질문이 나오자 그는 탈북 청소년에겐 배움이 가장 절실하기 때문이라 답했다.

탈북 청소년이 남한의 일반 학교에서 적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남한에서 일상적으로 쓰는 은행이나 통장, 이자의 개념조차 이들에겐 낯선 것이기 때문. 탈북 과정에서 1~3년의 학습 공백기가 생긴 청소년이 많은 점도 하나의 이유다. 무엇보다 탈북 청소년이 심리적 상처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이들을 도덕적으로 이끌 수 있는 교육이 필요했다. 이러한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 여명학교.

여명학교는 서울특별시 중구 남산동에 위치한 탈북 청소년을 위한 도시형 대안학교이다. 2004년에 23개 교회와 탈북자 지원사업을 하던 사람들이 힘을 모아 학교를 열었다. 현재 14~25세의 탈북 청소년 및 중국 출생 북한 이탈 주민이 자녀들이 재학 중이다. 지난 2010년 4월에는 고등학교 인가를 받았고 2014년에는 서울시 위탁형 대안학교(중학교 과정)로도 지정됐다.

조명숙 교감은 “교육보다 더 신경 쓰는 것이 치유와 인성교육”이라고 말했다.

“탈북 과정에서 아이들은 생존이 항상 최우선이었습니다. ‘충효(忠孝)’자를 한문 시간에 가르치면 아이들은 ‘그거 지켰으면 우리는 여기 못 왔을 겁니다’ 하죠. 도덕적 가치관을 회복하고 체제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여명학교는 중고등 교과과정의 수준별 교육을 실시하고, 특성화 교과로는 사회 적응 교과, 예술 놀이와 치료(분노조절 프로그램, 미술치료, 심리상담)도 함께 하고 있다. 민간교육기관으로서 탈북 청소년의 교육과 보호, 치료까지 책임지고 있는 상황. 조명숙 교감은 “탈북 청소년 교육기관에 대한 지원은 사각지대에 있다”고 말했다. 탈북자정착지원법률에 따라 탈북 청소년들은 14~25세까지 초중고등학교의 교육비를 전액 면제받는다. 이 때문에 여명학교는 학비를 전혀 받지 않고 예산을 운영하고 있다. 조교감은 “학교 예산은 기독교 재단의 이사회에서 15%를 지원받고, 통일부에서 15%를 지원받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전부 후원 또는 각종 재단이나 지자체 관련 프로젝트에 선정되면 받는 지원비입니다. 후원과 프로젝트비가 끊기면 사실상 학교 운영이 힘든 상황입니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렇게 탈북청소년교육기관에 대한 지원은 부족하지만 다문화 프로그램엔 지원이 넘친다. 조 교감은 이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었다. “한 학생이 ‘이제 제주도가 지겨워요.”하고 말하더군요. 여름 방학에 탈북 청소년을 위한 문화프로그램을 통해 세 번이나 제주도에 여행을 다녀왔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교육을 통한 지원입니다. 교육적으로 잘 기획된 프로그램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기관을 중심으로 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조 교감은 이 아이들이 후에 통일이 이뤄지면 남북 화합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인재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여명학교 아이들에게 꿈이 뭐냐 물으면 ‘영양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이 세 가지를 답한다고 했다. 이 세 직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누군가를 돕는 일이라는 것. 열심히 배우고 배운 만큼 베풀겠다는 따뜻한 마음. 이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조 교감은 마음이 벅차다.

“아이들은 통일되면 북한에 가서 살겠다고 합니다. 가서 북한 사회를 돕고 회복시키고 싶다는 겁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굉장히 행복해요. 통일 후에 우리 아이들이 북한에 가서 선생이 되면, 저는 그 학교의 수위 할머니가 되는 꿈입니다.”

 



글/조소담
청세담_조소담


소셜에디터스쿨 청년세상을 담다 1기. ‘더나은미래’를 꿈꾸는 청년활동을 소개하면서, 언제, 어느 자리에 있든 ‘즐거운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배웠다. 나 자신이 세상을 담을 수 있는 ‘좋은 그릇’으로, 그리고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기자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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