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귀한 선물인 음악, 돈 있는 사람들만 한다는 사실을 용납하기 힘들었어요."
"정말 귀한 선물인 음악, 돈 있는 사람들만 한다는 사실을 용납하기 힘들었어요."
"정말 귀한 선물인 음악, 돈 있는 사람들만 한다는 사실을 용납하기 힘들었어요."
2014.11.07 12:13 by 황유영
 

음악은 즐거움이다. 누군가에게는 소모적인 유희이며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업이다. 저마다 가치는 달라도 누구나 음악을 향유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어디에서나 음악이 흘러나오고 손쉽게 악기를 배울 수 있는 지금 이 시대에 음악의 가치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하나를 위한 음악재단 임미정 이사장에게 음악은 삶이고, 신이 준 재능이며, 나눔의 다른 이름이다. 2005년 평양에서 독주회를 연 피아니스트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있는 임미정 이사장은 음악이 세상을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 하나를 위한 음악, 그 사소한 시작  

피아니스트 임미정만으로도 참 바쁜 사람이다. 한세대학교에서 부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주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하나로는 부족할 지경인 임미정 이사장은 2005년 음악 NGO 하나를 위한 음악 재단을 설립했다. 문화에도 소외 계층이 없어야 한다는 작은 생각이 임 이사장을 재단 설립으로 이끌었다. 양질의 음악 교육, 사회적 의미를 가진 공연이 세상을 바꾸고 하나로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음악이 도구가 되어 좋은 뜻을 가지고 행동하면 사회에 긍정적 에너지를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제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음악을 통해 삶에 감동과 보람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음악은 내면에서의 활동이기 때문에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기 쉬운데 가끔 사회와의 접점을 잃어 외로울 때가 많아요. 그래서 음악인들 스스로 참여의식을 고취시키고 자부심을 높일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를 위한 음악재단의 목표는 뚜렷하다. 문화 소외층을 대상으로 한 음악 교육의 효과성을 확신하고, 휴머니즘에 부합하는 음악 프로그램을 개발해 음악인들과 수요자들에게 좋은 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현재 재단의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음악 강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나라에 음악 강사를 파견하는 일, 그린 콘서트, 평화콘서트, 원코리아 페스티발(One Corea Cultural Festival)등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를 문화 행사로 풀어가는 일, 그리고 연구를 통해 새로운 음악 교재인 ‘하모니네이션’을 개발하는 일이다. 이 사업은 하나의 신념으로 묶여있다. 모든 이들을 하나로 만들 수 있는 음악의 가치를 믿는 것이다. 재단명도 그런 임 이사장의 뜻을 살렸다.

“재단명의 ‘하나’는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요. 첫 번째는 남북, 두 번째는 지구상의 모든 존재, 세 번째는 내면의 나와 사회를 살아가는 내가 하나라는 뜻입니다. 다소 추상적이고 두루뭉술하게 보일 수 있지만 첫 번째는 우리나라의 평화, 두 번째는 환경이나 생태와 같은 사회적 문제, 세 번째는 내면의 기쁨과 영적인 부분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 음악이 바꿀 아이들의 미래를 기대하며

하나를위한_임미정2
하나를 위한 음악재단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 중 하나는 개발도상국 아이들에게 음악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당장 필요한 의식주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음악 교육이 줄 수 있는 보이지 않는 풍요와 기회는 분명 새로운 미래를 열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캄보디아와 탄자니아에 방문 및 연주를 갔다가 선교사님들이나 NGO단체들이 학교를 세워 수학, 영어 등 기초 교육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어요. 그 분들과 면담을 하면 이구동성으로 지속적인 음악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하더군요.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 주고 싶다고요. 그때 음악 NGO의 필요성을 절감했죠. 제일 먼저 캄보디아에 성악 및 합창 강사를 파견했고 이후로 여러 나라에 강사들을 파견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지속적인 음악 교육이 가능할까 싶은 생각에 불안했는데 공항에 가던 중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큰 무지개를 봤어요. 그 무지개를 보고 용기를 내 시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하나를 위한 음악 재단이 제공하는 음악 교육의 목적은 걸출한 음악가 양성이 아니다. 그러나 단순히 음악을 개인의 즐거움이나 유희로 한정지도 않는다. 음악 교육을 통해 삶에 대한 기쁨과 의지, 정신적 안정감을 도모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세계 시민으로서의 인식과 함께 문화 활동에 대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임 이사장의 신념이다.

“한 예로 작년과 올해 저희가 지원하는 다문화 학생들을 캄보디아 기프트 '오브 뮤직(Gift of Music)' 프로그램에 데리고 갔어요. 우리나라에선 소수인 다문화 학생들이 다른 나라 아이들과 같이 음악회를 만들고 공연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세계 시민으로서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 경험하게 되죠. 또 몇 년 전에는 국내의 부유한 가정 학생들을 데리고 개발도상국의 빈민가에 가 음악 공연을 했어요. 단순히 가난한 사람들을 보고 동정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들과 함께 축제로서의 음악회를 만드는 겁니다. 그 학생들이 한국에 돌아왔을 때 분명 달라져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음악 NGO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존재한다.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이 있는데 음악 교육이 무슨 소용이냐는 말들에 대해 임미정 이사장은 현실을 보다 면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대답한다. 그들을 둘러싼 상황은 훨씬 복잡하다. 다양한 환경, 다양한 상황, 다양한 어려움에 처해있다. 우리나라의 60년대 70년대와 같이 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열망도 많고 전통음악이나 무용, 미술작품들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음악 NGO들의 할동은 그들의 삶을 더 현실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결과다. 음악교육을 통해 얻어진 삶의 의지와 기쁨이 주는 효과는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이며 미래의 어떤 지점에서는 문화 산업을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지 말고 더 유기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캄보디아의 경우 저녁에 일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공부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도와요. 대신 이 장학생들은 지역 커뮤니티에 가서 어린이들에게 음악 교육을 해야 합니다. 일자리이자 장학금을 제공할 뿐 아니라 그들을 음악 교육 전문가로 양성시키고 있고 커뮤니티 안에서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여기에 속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커뮤니티와 자신에게 주어진 장학금의 목적을 인식하고 달라진 눈으로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음악은 그들의 삶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임미정 이사장이 현장 곳곳에서 만난 변화와 발전의 가능성들은 여전히 그의 가슴을 뛰게 한다. 코스타리카 위험 지역 단기 음악 교육에서 악기 기증식과 음악회가 진행되던 날, 예쁘게 차려입고 온 어머니들이 자신의 아이를 자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장면은 한 폭의 그림처럼 선명히 남아있다.

“많은 어머니들이 가정 폭력에 노출되어 있었다고 해요. 그런 그들이 어머니로 당당히 서고 아이들을 향해 기대를 가질 때 그들의 삶은 분명 달라져 있겠죠.”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산 주변 마을에서는 교회를 중심으로 구축된 커뮤니티 합착 경연대회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마사이 족 복장을 한 지역 주민들은 그야말로 전투적(?)으로 대회에 임한다. 이 대회를 통해 커뮤니티나 공통의 목적으로 뭉치는 경험을 하게 되고 생활에 대한 정보고 나눌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저희 이전부터 진행되던 프로그램인데 합창 지휘자가 없으니 아쉬운 부분들이 있나봐요. 저희가 방문하면 합창 음악을 가르쳐달라는 요청이 쇄도합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합창대회일 뿐이지만 공동체의 경험과 현장에서 나누는 많은 정보, 미래와 세계의 다른 지역을 생각하는 방식은 함께 변화를 일으키고 있어요.”

여전히 현장에서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은 만만치 않다. 당장 현지에 파견한 음악 강사들의 생활이 쉽지 않다. 주거 환경, 식사, 교통편 하나도 쉬운 것이 없다. 안전 문제도 임미정 이사장의 고민거리다.

“탄자니아에 음악 강사 두 분을 파견했는데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두 분이 여러 학교를 가르치고 계세요. 그런데 한 학교에서 본인들의 학교만 가르치라고 요구해 조정 장업이 쉽지 않았던 경험도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위해 펀딩을 해야 하는데 여전히 의식주 해결이 먼저라는 생각대문에 실제 후원이 많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했죠. 예상치 않았던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하나씩 해결해 가고 있습니다.”

  | 성공한 피아니스트에서 NGO 활동가로, 달라진 삶  

하나를위한_임미정1

 

예술가와 NGO활동가. 서로 상반된 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두 가지 일을 같이 짊어지고 있는 이들이 많지는 않다. 임미정 이사장에게도 피아니스트로서의 삶이 전부이던 때가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유독 소외된 사람과 아픔에 대해 예민하게 받아들였지만 묵묵히 피아니스트의 길을 걸어갔다. 그 길이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소명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예술가의 삶을 받아들이면서도 불편하고 미안한 마음이 늘상 존재해왔다. 그 불편한 감정들의 실체를 목도했을 때에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음악은 정말 귀한 선물이에요. 영혼이 말하는 느낌을 받아요. 이런 음악을 돈이 있는 사람들만 한다는 사실을 용납하기 힘들었어요.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요즘이나 국가적인 지원도 많고 수강 비용이 저렴해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게 됐지만 10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거든요. 그러던 차에 2000년 북한을 방문하고 음악가들에게 공감대 형성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재단을 설립하고 활동하게 됐습니다.”

여전히 피아니스트이면서 하나를 위한 음악재단의 이사장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그녀의 인생은 많이 달라져있다. 예전처럼 피아노에만 집중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월급날이 되면 직원 혹은 강사의 월급 걱정을 하기도 한다. 기획사나 협회 연주 단체가 주였던 음악계에 음악 NGO라는 새로운 형태를 제시했기 때문에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던 경험들을 하고 있다.

“월급날이 되면 걱정을 하시는 기업가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학문이나 예술은 조금 잘못해도 당장의 여파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기업은 월급이 못 나가면 그 가족들의 생계가 달려있으니 마음 고생이 심하죠. 음악 활동만 했다면 몰랐을 일입니다. 모든 기업인의 활동 역시 사회에 대한 공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죠.”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단순히 선생님이 아닌 멘토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세상은 달라지는데도 불구하고 음악학교의 교과목은 전통적인 부분에 치우쳐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괴리속에서 학생들이 졸업 후 진로에 대해 고민할 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음악계 안에서 커온 학생들에게, 사회와의 그리고 미래와의 어떤 다리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만일 이런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저 역시 기존의 테두리 안에서 이야기 할 수 밖에 없었겠죠. 저도 많이 답답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임미정 이사장에게 음악은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거울이었다. 6살부터 매일 연습과 연주를 통해 훈련과 수행을 해왔다. 그렇기에 음악이 개인에게 주는 영향을 수 도 없이 체험해봤다. 음악은 자신의 존재를 느끼게 하는 마법이었고, 힘들고 낙심 할 때마다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성냥이었다. 그래서 그 음악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하나를 위한 음악 재단의 사업은 강사를 훈련하고 파견할 뿐 아니라 논문도 만드는 일들을 병행하고 있어요. 말하자면 견고한 엔진을 구축하는 것이죠. 결국은 조직이 탄탄해야 음악가들이 고생하지 않고 활동을 할 수 있거든요. 그게 제 일이라고 생각하빈다. 또한 하나를 위한 음악 재단이라는 모델을 음악계를 넘어서 국제개발협력분야, 시민단체에 영감을 주는 초석으로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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