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표현, 어디까지 허용할까요?
애정표현, 어디까지 허용할까요?
애정표현, 어디까지 허용할까요?
2017.08.22 18:21 by 류승연

요즘 아들에게 못된(?) 행동이 하나 생겼다. 바로 엄마의 가슴을 꼬집는 것이다. 씨익 웃으며 다가와서는 엄마의 가슴을, 그것도 정확히 중요 부분을 꽈악 꼬집고는 까르르 웃으며 도망을 간다. 어떤 날은 손을 잡아서 미리 제지하는 데 성공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얼굴을 들이민다. 입을 쭈욱 내밀며 깨물려는 시늉을 한다. 손으로 꼬집는 것보다 입으로 깨물려 하는 게 더 문제다.

도망을 간다는 건 자기도 그것이 혼날 행동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뜻이다. 까르르 웃는다는 건 그 행동을 장난의 일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그때마다 나는 “이놈~”그러며 호령을 한다. “엄마 가슴 꼬집으면 안 돼”라고 말을 한다. 그래도 요 녀석, 뭐가 좋은지 까르르 웃으며 도망만 다닌다. 지적장애인인 아들이 갑자기 청각장애인 흉내를 내며 엄마의 말이 안 들리는 척을 한다. 허허.

생후 20개월까지 모유를 먹였지만 아들은 ‘엄마의 푸근한 가슴’이란 것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었다. 그러다 올해 초, 아들이 엄마의 가슴을 ‘자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음악치료가 끝난 후 택시를 잡으려고 기다리던 길. 아들은 지쳤고 더워서 짜증이 나 있었다. 그 날따라 택시는 안 오고 아들은 징징대기 시작. 나는 선 채로 아들을 안으며 달래고 있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차가 안 오자 아들은 심통이 났다.

엄마한테 심통 난 마음을 내보이고 싶은데 안겨있는 상태에서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자 마침 자기 얼굴 근처에 있던 엄마 가슴을 앙~하고 물어버렸다. 길 한 가운데서 갑자기 당한 봉변에 나는 깜짝 놀라 “꺅~”하고 소리를 질렀고 이내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려 버렸다. 그때 아들은 깨달은 듯하다. 엄마의 가슴을 깨무는 행동은 엄마를 놀라게 하고 웃게 한다는 것을.

이후로 한두 번 더 그런 행동이 반복되기에 정색하며 제법 강하게 “안 돼”라고 제지를 시켰다. 그렇게 잡혔나 했던 행동이 몇 달 지난 요즘 들어 다시 심해진 것이었다.

01

왜일까?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찾다 보니 활동보조인이 나온다. 올해 초부터 아들을 봐주고 있는 활동보조인은 친정엄마 또래의 나이가 지긋한 분이다. 장애 아이에 대해 전문 지식을 갖고 있기보단 손주 돌보는 할머니의 마음으로 아들을 돌본다. 만나기만 하면 예쁘다고 아들을 꼬옥 껴안는데 어느 날인가 활동보조인에게 안겨 있던 아들이 품에서 빠져나오고 싶었나 보다. 용을 써도 빠져나오지 못하자 마침 얼굴 근처에 있는 활동보조인의 가슴을 물어버렸단다.

문제는 그때 보인 활동보조인의 반응. 손주 돌보는 할머니 심정이었던 활동보조인은 그런 아들의 행동이 마냥 귀엽기만 했다고. 한 번, 두 번 그런 행동이 있을 때마다 귀여워하며 크게 나무라지 않고 ‘용인’을 했단다. 그러다 보니 아들 입장에선 푹신한 여자 어른의 가슴을 꼬집거나 깨무는 건 ‘해선 안 될 일’이 아닌 상대방의 놀라는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장난’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어쨌든 이 문제는 고쳐져야 한다. 장난이라고는 해도 상대방을 아프게 하는 공격행동의 일환인 데다 자칫 성적인 오해까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아홉 살 어린아이니까 그나마 이해를 받을 수 있지만 조금 더 크고 나면 어림도 없을 터였다. 하지만 고쳐야 하는 문제행동이라는 점과는 별개로, 마음속은 아직도 두세 살인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장난을 받아줄 수 없고, 받아주어서도 안 된다는 현실은 안타깝게 느껴진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아들은 특수학교에서 진행하는 열흘간의 계절학기 수업을 받았다. 계절학기 특강이라 익숙한 담임선생님이 아닌 다른 분이 임시 담임을 맡았다. 선생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아들의 애교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아들은 친근함을 느끼게 되면 옆에 다가와 꼬옥 껴안거나 자기를 껴안아 달라고 한다. 어른의 손을 잡아 자기 겨드랑이 사이에 넣는 것이다. 안아달라고. 우리 부부의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순간이다.

한층 더 발전하면 고사리손으로 상대방의 얼굴을 잡고 자기 얼굴에 다가오게 만드는데, 이것은 뽀뽀를 해달라는 표현이다. 이런 영광을 누리는 이는 부모를 제외하면 거의 없는 편이다. 어쨌든 선생님도 아들이 애교를 부리는 순간을 몇 번 경험한 것 같다. 하지만 선생님의 다음 말이 의외다. 그래도 남자아이이기 때문에 되도록 안아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로 설명해서 쉽게 알아듣는 일반 아이들과 다르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신체접촉은 조심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의미인 것 같았다. 우리끼리는 다 알고 있으니 이해를 하지만 사회에선 허용을 하지도, 관용을 베풀지도 않으므로.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그 말을 듣는 데 왜 이리 아린 감정이 몰려오던지…. 신체는 자라도 마음만은 한없이 천진난만한 장애인들의 순진한 애정표현이 일반적인 시각에선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안 좋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현실에 아린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03

많은 장애아 부모들의 가슴을 울린 SBS 스페셜 ‘서번트 성호를 부탁해’ 편을 보면 발달 장애인의 특성이 잘 나타나 있다. 겉모습은 어른이지만 마음만은 언제까지나 어린 왕자인 특성이 그대로 보이는 것이다.

30대의 자폐증 장애인인 은성호씨는 천재 음악가지만 일상생활에선 어린아이나 마찬가지다. 옷의 단추를 끼우는 것도 서툴고, 머리도 엄마가 감겨준다. 기분이 좋으면 복도에서 팔짝팔짝 뛰어다니기도 하고, 악기 연습을 하다 불안하면 아기 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일반인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신체와 정신이 따로 노는 듯한 괴리감에 거부감이 들었을까? 자신들과 다른 모습에 거리감을 느꼈을까?

나는 마음이 흐뭇해지면서 엄마 미소가 씩~ 하고 지어졌다. 저렇게 천진난만한 행동을 하는 발달장애인의 마음이 얼마나 예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저 순수하고 투명한 마음이 상대방에게 주는 기쁨이 얼마나 큰 것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연주회를 준비하며 긴장된 마음에 엄마와 포옹하는 성호씨의 자연스러운 모습은 일반적인 30대 청년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다 큰 30대 자식들은 여태껏 키워준 부모에게 포옹은커녕 손 한 번 잡을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부모로서 그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자식은 어쩌면 발달장애인뿐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천진난만한, 한평생 어린 마음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미덕’이 효도 아닌 효도를 하는 것이다. 모르면 모르되 알면 보인다. 인지가 낮은 ‘덕분에’ 어른이 되어서도 마음만은 어린아이일 수 있는 발달장애인의 매력이 무엇인지….

02

기쁘면 기뻐하고, 슬프면 슬퍼하고, 사랑하면 숨기지 않고 사랑하는 마음을 온전히 드러내는 그 순수함. 일단 한 번이라도 알고 나면 그때부턴 그 매력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고 나면 오히려 빠져나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볼매(볼수록 매력 있는)로부터.

또한, 그러고 나면 친근감을 표시하기 위한 그들의 애정표현을 조금은 관용적인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나도, 학교 선생님도 안아달라고 다가오는 아들을 더 꼭 껴안아 줄 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훈련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지 않은 채. 장애가 없는 우리들의 기준으로 재단해 미리부터 선을 긋고 자제를 시키는 게 아니라.

아. 하지만 가슴을 꼬집고 깨무는 건 확실히 교육을 하려 한다. 오해도 오해지만 일단은 내가 아파서 안 되겠으므로! 더불어 활동보조인의 가슴을 깨무는 건 더 이상 남편이 허락하지 않으므로!

/사진:류승연

필자소개
류승연

저서: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전)아시아투데이 정치부 기자. 쌍둥이 출산 후 180도 인생 역전. 엄마 노릇도 처음이지만 장애아이 엄마 노릇은 더더욱 처음. 갑작스레 속하게 된 장애인 월드. '장애'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깜놀. 워워~ 물지 않아요. 놀라지 마세요. 몰라서 그래요. 몰라서 생긴 오해는 알면 풀릴 수 있다고 믿는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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