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되어버린 장애 아이 엄마들
장애인이 되어버린 장애 아이 엄마들
2017. 08. 30 by 류승연

“장애 아이들은요. 어떻게든 시간이 지나면 상태가 좋아지긴 좋아져요. 그런데 그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장애 아이 엄마들이 장애인이 되더라구요”.

스쳐간 누군가가 한 말이다. 여러 장애인 가정과 오랜 시간 부딪혀 살아오며, ‘비장애인’으로서 한 말이다. 물론 그는 당시 내가 장애 아이의 엄마라는 걸 모르는 채 이런 말을 털어놨다. 엄마들이 장애인이 되어버린다는 것.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는 나는 피식하고 웃는다.

발달장애인 업계(?)에서 놀다 보면 엄마들끼리 종종 그런 말을 하곤 한다. ‘장애’라는 섬에 갇히지 말자고. 비장애인들이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장애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 어느 순간 스스로가 ‘장애도’라는 섬에 갇혀 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알지 못한다. 장애 판정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라 아직 멘붕이 채 가시지 않은 채로 좋다는 각종 치료를 모두 찾아다니며 아이를 완치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장애는 완치가 되는 질병이 아니지만 이 시기의 엄마들은 가끔 생각하곤 한다. 내 노력에 의해 우리 아이도 ‘정상인’이 되거나 ‘정상인’에 가까워 질 수 있을 거라고. 다니던 직장도, 나머지 가족구성원도 다 내팽개치고 장애 자식의 치료에 혼신의 힘을 기울인다.

(사진:Fotovika/shutterstock.com)

이때까지는 견딜 만하다. 나머지 가족들도 이해를 해주고, 주변의 친구들도 위로를 건넨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상황이 변한다. 자신을 둘러싼 인간관계가 먼저 변하는 것이다.

우선 나머지 가족들이 반항을 하기 시작한다. 한 곳만 바라보는 아내와 엄마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한다. 차라리 그 편이 낫다. 아무리 갈구해도 자신을 돌아봐주지 않는 짝사랑에 지쳐 아예 소통이 없는 무관심한 관계가 되어 버리는 것보단.

주변인도 마찬가지. 아이들이 어릴 때야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라는 게 크지 않아 세상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지만 아이가 커가면서는 그것도 힘들다.

친구들을 만나도 대화 거리가 다르다. 친구들이 수학 익힘책에 대해 논하고, 대학교 수시입학에 관한 정보를 교환할 때 장애 아이의 엄마는 할 말이 없어 애꿎은 커피만 계속해서 마셔댄다.

아무리 친구의 자식이라지만 덩치 큰 장애인은 무섭다고 느끼는 친구들 역시 어느 순간부터는 여러 가족이 함께 떠나는 여행 등에 장애 아이 가정을 부르지 않게 된다.

그러다 보니 점점 멀어져 간다. 이전까지 일궈왔던 인간관계는 점점 멀어져 가고 같은 처지의 장애 아이 엄마들하고만 교류하거나 혼자서 고립된 삶을 살게 된다.

외부와의 관계에서 거듭된 좌절감을 경험한 엄마는 집으로 돌아와 장애인 자식에게 더욱 매달린다. “너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됐어”라고 원망도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매달린다. 아이의 교육에, 아이의 치료에. 자신에게 남은 건 이제 장애 아이뿐이기 때문이다.

운 좋게도 아이가 한 부분에서 특출한 능력을 보여주기라도 하면 엄마는 더욱 확신을 갖게 된다. 이것 보라고! 내 한 몸 희생한 노력에 의해 아이가 이렇게 성장했다고! 아이에게 모든 걸 쏟아 붓는 이 길이 맞는 거라고! 이대로만 가면 아이는 장애인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가장 뒷줄에서 일반인인 척하고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해서 모자 또는 모녀는 섬에 갇히게 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라곤 장애인 자식과 엄마 자신만이 전부인 ‘장애도’라는 섬에.

(사진: pathdoc/shutterstock.com)

그래. 그 또한 나쁘지 않다. 본인이 선택한 삶이니. 그 삶이 스스로가 찾은 인생의 해답이라면 그리 살아도 된다. 엄마가 ‘마음의 장애’를 갖게 되지만 않는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그리 살아도 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겪어 온 엄마들이 종종 ‘마음의 장애’를 안게 되는 걸 나는 보았다. 스쳐간 그가 말한 ‘엄마들이 장애인이 되어버린다는 것’ 역시 이런 의미였다.

이제 ‘마음의 장애인’이 되어버린 엄마들은 스스로가 아이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다른 엄마들에게도 그 길이 정답이라고 외친다. 그럴 수밖에 없다. 만약 그 길이 정답이 아니면 큰일이 나기 때문이다.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니 어느 순간 장애인 자식 외에는 옆에 남은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정답이어야만 한다. 반드시.

그래. 그럴 수 있다 치자. 남에게는 그럴 수도 있다 치자. 그럼 가족들하고는 어떨까? 가족들은 그런 엄마를 환영하고 있을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아니다. 그런 엄마일수록 가정 내에서 ‘유세’를 떨게 된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나 열심히 사는 거 몰라? 나 이렇게 힘든 거 안 보여? 당신까지, 자식까지 왜 그래!”

힘들게 살아온 생을 고스란히 보아온 가족들은 가정 내에서 ‘엄마’라는 권위에 아무도 대항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소리치고 싸우느니 차라리 마음의 관계를 끊어버리는 편을 택한다. 가족 구성원으로는 있되 가족들 간의 친밀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차가운 가정이 된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그 ‘유세’는 밖으로도 향하게 된다.

“내가 누군 줄 알아? 이런 꼴 저런 꼴 다 겪으며 살아온 장애아 엄마야! 어디서 나한테!”

장애 아이의 엄마가 ‘마음의 장애인’이 되어버리는 순간이다.

(사진:zimmytws/shutterstock.com)

그러는 한편 이젠 자식이 장애인이 아니라는 ‘착각’도 하게 된다. 자신의 노력에 의해 이만큼이나 기능이 발전했고, 이만큼이나 특정한 부분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으니 그럴 때의 자식은 비장애인 이른바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이 보이는 것이다.

장애인인 자식을 장애인이 아닌 것처럼 포장하려고 갖은 애를 쓴다. 누군가 자식이 장애인임을 인지시키면 불같이 화가 난다. 내 아이는 장애인이 아니라 일반인과 똑같은 일을 하는 한 명의 사람일 뿐이라고.

장애인이 장애인이 아닌 척 하고 있는 심리 밑바탕엔 스스로가 ‘장애는 창피한 것’이라 여기는 무의식이 깔려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자기 자식도 장애인이면서 기능이 낮은 장애인은 낮게 보는, 마치 ‘일반인’과 같은 스펙 위주의 시선을 갖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올해 초의 나 자신을 되돌아본다. 당시 나는 이제 막 활동보조인 제도를 활용하고 내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 길을 가기 위해 노력했고 지금도 뚜벅뚜벅 가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나는 내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에 만족하면서도 마음 한 편에선 아이만 바라보는 ‘좋은 장애아 엄마’가 아닌 것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마음의 장애인이 되어버린 발달장애인의 엄마’와 엮이게 되면서 이제야 마음의 짐을 완전히 덜어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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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애도’라는 섬에 갇히고 싶지 않다. 내 세계가 나와 아들만으로 점철돼 있는 삶을 살기는 싫다. 아이에게 매달리고 희생한 시간을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너무 강해서 자신과 다른 삶을 사는 이의 마음에 아무렇지도 않게 비수를 꽂는 그런 장애아 엄마가 되기는 싫다.

나는 ‘장애도’ 안에서 아들만 바라보며 아들의 기능을 발전시키는 데 온 생애를 바치는 대신 배를 저어 세상이라는 육지로 나아갈 거다. 기능이 낮은 아들을 데리고.

내 아들이 장애인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내 아들이 장애인으로서 그에 맞게 세상을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볼 거다. 나는 ‘마음의 장애인’이 되어버리고 싶지 않은 장애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이다.

/사진:류승연

필자소개
류승연

(전)아시아투데이 정치부 기자. 쌍둥이 출산 후 180도 인생 역전. 엄마 노릇도 처음이지만 장애아이 엄마 노릇은 더더욱 처음. 갑작스레 속하게 된 장애인 월드. '장애'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깜놀. 워워~ 물지 않아요. 놀라지 마세요. 몰라서 그래요. 몰라서 생긴 오해는 알면 풀릴 수 있다고 믿는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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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희경 2017-09-18 10:21:00
이 글 진짜 깊이 동감합니다.

맞벌이시절에 다니던 일반어린이집에서 천천히 거절당하구 있어요.

제 선택이 이아이를 미래를 바꿀것 같은데
도무지 제가 무얼 선택해줘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열심히 살려고 해도 하나씩 눈앞에서 닫히는 문을 보고있으면 온 세상이 다 밉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