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중할수록 일반학교를 가라!
장애가 중할수록 일반학교를 가라!
장애가 중할수록 일반학교를 가라!
2017.09.20 16:24 by 류승연

흔히 장애의 정도가 덜하면 일반학교에 가서 일반 아이들과 함께 통합교육을 받고, 장애의 정도가 중하면 특수학교에 가서 맞춤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들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는 특수교사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서, 일반학교의 특수교사들은 장애의 정도가 중한 아이들에게 특수학교로의 전학을 권고하기도 한다. 아들도 마찬가지 경우였다.

일반학교에 입학을 해서 1년 2개월을 다니고 특수학교로 전학을 와 4개월이 지난 지금, 두 학교를 모두 경험해 본 나는 다른 얘기를 하고자 한다. 장애의 정도가 중할수록 일반학교에 가라고 권하고 싶은 것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지난 5월, 행복한 장애인이 되기 위해 일반학교에서 특수학교로 전학 간 아들. 아직까지 아들은 ‘행복한 장애인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런가 하고 생각해 보니 특별히 학교나 교사의 문제는 아니다. 대한민국 특수교육의 제도가, 방향성이 문제다.

요즘 아들은 매일 아침 학교에 가기 싫어 울고불고 떼를 쓴다. 걸어서 2분 거리인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길이 천리 길이다. 울고 싶은 건 나다. 아침마다 힘겹게 아들을 스쿨버스에 태워 보내고 나면 그야말로 주저앉아 울고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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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전학 후 아들은 한동안 적응기를 가졌다. 일반학교에서는 25명 남짓한 일반 아이들과 하루 2교시를 보낸 후 특수반에 가서 2~3교시를 보냈는데, 이곳에서는 한 반에 소속된 6명의 장애 아이들이 하루 종일 같은 스케줄에 따라 움직인다. 담임선생님이 실무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지적장애와 자폐증, 다운증후군이 있는 6명의 아이들을 가르친다. 아이들은 장애명이 제각각이듯 저마다의 특성도 천차만별이다.

일반학교 교실의 4분의 1만한 작은 교실. 흔히 문제행동이라 부르는 아들의 도전적 행동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본격화만 됐으면 다행이게. 나날이 심화되고 있는 것만 같다. 선생님도 힘들고, 엄마인 나도 힘들고, 본인도 힘든 날들이 이어진다. 왜? 왜일까? 왜 갈수록 도전적 행동이 심화되기만 하는 걸까? 행복해지기 위해 전학을 간 특수학교에서.

이유를 찾아본다. 사실 답은 금방 나온다. 학교생활이 즐겁지 않기 때문이다. 즐겁지 않은 이유는 아들의 특성에 맞는 맞춤교육이 행해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입학 첫날 교실 문 앞에 붙은 시간표를 보고 의아함을 느꼈다. 특수학교에서의 수업이 국어, 수학, 통합, 창체(창의 체육) 등 장애가 없는 쌍둥이 딸의 시간표와 같았던 것이다. 왜 이런 과목을 배우느냐고 하니 ‘일반 사회로의 진입’이 장애 아이들의 최종 목표이기 때문에 일반 아이들과 같은 과정을 배운다고 한다. 2015년부터 바뀐 교과과정이란다.

물론 수업 내용까지 일반 아이들과 똑같은 것은 아니어서 수업은 장애 아이들의 특성에 맞게 쉽고 재미난 것들로 구성된다. 하지만 아들에게는 이조차도 어렵고 힘들고 재미가 없다. 아무리 쉽고 재밌게 눈높이를 낮췄다 해도 아들의 발달상황과는 맞지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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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처럼 인지가 낮고 기능이 낮은 장애 아이에게 필요한 건 국어와 수학, 통합 같은 과정이 아니다. 그보다는 밥 먹기, 양치질하기, 혼자 화장실 가기 등의 일상생활 교육을 받는 게 바로 ‘필요한 공부’다.

아직 발화가 안 돼 말도 못 하는 아이다. 한글과 숫자를 배울 때가 아니다. 그보다는 어른들과 눈을 맞추며 사람들과 상호소통 하는 법, 타인과 마음을 나누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

일반학교에서의 마지막 한 달. 학교 측에서는 아들의 남은 한 달을 ‘행복해지기’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굳이 어려운 수업을 시키려 애쓰는 대신 선생님들은 노래를 불러 주었고, 함께 게임을 했다.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마무리하기 위해 택한 방법이었는데 그 시간 동안 아들은 놀랄 만큼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매일 보이는 무기력하게 축 처진 눈빛이 없어졌다. 노래와 게임 등 자신이 즐거워하는 일로 어른들과 상호작용을 하다 보니 아이가 다른 일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눈빛이 초롱초롱해지기 시작했고, 어른들에게 눈을 맞추며 다른 것에도 의욕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변화를 보며 아들을 1학년 때부터 지켜보던 실무사 선생님이 말한다. “역시 아이들은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마다 제각각의 발달 상황에 따라 필요로 하는 교육적 접근 방식이 따로 있었다는 얘기다. 기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나는 법을 가르치려니 아이도 어른도 힘들었는데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그때 그 시기에 맞는 접근을 시도하니 아이가 알아서 달라진 모습을 보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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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로 전학을 하면서 기대를 했던 것도 이 점이었다. 특수학교 아니던가. 개별화된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 그런데 대한민국 특수교육의 현장은 그렇지 않았다.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교육적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특수학교도 학교인지라 교육부 지침에 따라 내려온 교과 과정대로 수업을 진행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 의무를 저버리면 교사의 직무유기가 된다.

그러다 보니 담임선생님만 죽을 맛이다. 누구 하나 쉬운 아이가 없는 6명의 장애 아이들을 오로지 실무사 선생님 한 명의 도움을 받아 교육부 지침대로 수업을 진행해 나간다. 공동의 수업만 진행하면 다행이다. ‘개별화 교육’이라는 것을 통해 아이들 각각의 특성에 맞게 개인별 수업도 진행해야 한다.

선생님은 한 명이다. 천차만별의 특성을 갖고 있는 장애 아이는 6명이다. 아무리 실무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는다고 하지만 모두 다 어른의 세심한 손길이 필요한 이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들 특성에 맞는 맞춤형 특수교육은 사실상 기대하기가 어렵다. 반면 차라리 일반학교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충족이 된다. 비록 특수반에서 보내는 시간은 하루 2~3교시에 불과하지만, 그 시간만이라도 장애 아이는 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인력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아들이 다녔던 일반학교 특수반은 아이들이 총 6명이었다. 지금 아들이 다니는 특수학교의 한 학급 학생 수와 같다. 하지만 언제나 6명의 아이들을 동시에 가르쳐야 하는 특수학교와 달리, 일반학교는 아이들이 특수반에 내려오는 시간이 저마다 다르다.

특수반 선생님이 실무사 선생님과 공익요원의 도움을 받아 시간마다 특수반에 내려오는 2~3명의 아이들을 가르친다. 어른 한 명 당 아이 한 명의 일대일 교습이 가능하다. 장애 아이들은 특수반에 있는 시간만이라도 개인의 특성에 맞는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상한 일 아닌가! 오히려 전문적인 특수교육을 받아야 하는 특수학교에서 환경적 여건 때문에 개인별 맞춤교육이 진행되지 못하고, 일반 아이들과의 통합교육에 목표를 둔 일반학교에서 장애 아이들이 맞춤형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다니. 왜 이런 모순이 생기는 걸까? 말할 것도 없이 제도의 문제다. 시스템의 문제다.

(사진:Brian A Jackson/shutterstock.com)

먼저 특수학교에서의 교육 과정이 일반 아이들과 같아야 ‘일반인 사회로의 편입’이 가능하다는 교육부의 발상부터가 잘못이다. 일반인 사회로의 진정한 편입은 놀이터와 마트, 극장 등 지역사회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지 교과서 안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진정한 사회적 통합을 원한다면 장애 아이들이 학교라는 안전한 공간에 있을 때만이라도 장애 특성에 맞는 특수교육을 철저히 받아야 한다. 그래야 장애 아이들이 사회로 나갈 준비가 된다. 교과 과정부터 장애 아이들 특성에 맞게 바꿔야 하는 것이다.

특수학교의 학급 구성도 달라져야 한다. 일반학교처럼 학년 별 몇 개 반으로 나누는 게 아니라, 학년과 상관없이 아이들의 기능에 맞게 반이 구성되어야 한다. 인지가 높아 한글과 숫자를 아는 아이는 조금 더 심도 있는 국어와 수학 과정을 배워야 하고, 우리 아들처럼 발화조차 되지 않는 아이는 상호작용에 비중을 둔 수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모든 장애 아이들이 학교에서의 공동수업만으로도 자신의 발달상황에 맞는 맞춤형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기능별 반 구성이 세분화되려면 특수교사를 비롯한 여러 인력이 충원되어야 하는데 모두가 짐작하다시피 특수교육계는 인력도 부족하고 예산도 부족하다. 특수학교나 교사 입장에서 무언가를 바꾸거나 시도해 보려 해도 늘 인력과 예산이라는 현실의 벽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갑갑한 특수교육의 현실을 타개할 방법은 없을까? 애석하게도 당분간은 없다. 교육부에 문의해 보니 당분간은 교과 방침이 바뀔 계획도 없고, 모든 건 내년 지방선거가 지나 ‘누가 교육감에 당선됐는지’ 지켜봐야 앞으로의 방향성이 결정된다고 한다.

누구나 행복한 학교생활을 누릴 권리가 있다. 학창시절의 즐거움은 어른들이 지켜줘야 한다. 장애가 있건 없건 마찬가지다. 교육부, 교육청, 교육감이 그 열쇠를 쥐고 있다. 행복한 장애인이 받는 행복한 특수교육. 말로만 장애인 인권을 부르짖지 말고 어떻게 하면 장애 아이들의 행복한 학창시절을 지켜줄 수 있는지 진지한 고민을 해주길 바란다.

/사진:류승연

필자소개
류승연

저서: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전)아시아투데이 정치부 기자. 쌍둥이 출산 후 180도 인생 역전. 엄마 노릇도 처음이지만 장애아이 엄마 노릇은 더더욱 처음. 갑작스레 속하게 된 장애인 월드. '장애'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깜놀. 워워~ 물지 않아요. 놀라지 마세요. 몰라서 그래요. 몰라서 생긴 오해는 알면 풀릴 수 있다고 믿는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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